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유 May 29. 2020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세상 유행어 따라잡기!

^^참 쉽죠~


직업이 직업인지라 - 나름 소셜/트렌드 에디터 - 세상에 최신 유행하는 게 무엇인지 정도는 늘 파악하려 노력한다. 뭐 대단하게 2020 F/W 시즌 패션 트렌드라든가 매 연말 서점에 쫙 깔리는 '내년 트렌드 리포트' 같은 걸 연구하고 공부해서 쫓아가는 건 아니고, 기껏해야 친구들보다 앞서 인터넷 세계에서 유행하는 짤을 찾거나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유행어를 숙지하는 정도.


20대 초중반 때는 너무 재미있고 쏙쏙 습득되었던 것들이다. 그 때는 주변인들도 모두 인터넷 세상의 트렌드에 밝았으니까. 모두가 싸이월드를 슬슬 접고 페이스북 으로 넘어와 사진이 아닌 글만으로 서로의 근황과 의견을 나누고, 유튜브를 딱히 잘 찾아보지 않았으며,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하던 말이나 유행어가 되던 시절.

고~~뤠?

하지만 세상은 급속도로 바뀌었고, 나는 오늘도 주변 친구들은 전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어하는 인터넷 세상 속 유행을 좇고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니 나 혼자만 재미있어하는 콘텐츠와 나 혼자만 사용하는 표현이 늘어났다. 지난 2006년에 혼자 2018년도 패션을 선보였던 배우 류승범이 이런 마음이었던 걸까? 

언젠간 2006 베스트 드레서 조인성 패션이 다시 유행하는 날이 오...오겠지

얼마 전 나는 신랑과 막 개막한 K리그1 1라운드 경기에 대해 대화하던 중 나는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레게노"

나보다도 7살이나 많아 사실상 그냥 아재라고 볼수밖에 없는 신랑은 나에게 집요하게 묻기 시작했다. 

"레게노가 뭐야? 유튜브 영상에서도 다들 레게노레게노 엄청 많이 쓰는 것 같은데 뜻이 추측도 안 되는데."

하 증말... 넘나 아재인 것. 나무위키에만 검색해 봐도 잘 나오는구만. '레게노'는 트위치 스트리머 '우왁굳'의 아내 김수현 아나운서가 'LEGEND'의 D를 O로 잘못 봐 "레게노"라고 읽은 것에서 유래된 인터넷 신조어다. 요즘에는 '레게노'가 아니라 'ㄹㄱㄴ'라고 쓰이기도 하지.

이를 들은 신랑은 무척 눈을 반짝이며 또 다른 인터넷 신조어가 있으면 알려 달라고 나를 졸랐다. 왜? 안 봐도 뻔했다. 회사에서 신입들에게 "허허허, 요즘은 정말 이런 말을 쓰는 게 레게노라며? 내가 나이는 좀 많지만, 아직 감각은 아주 젊다고. 허허허."하고 말이나 걸면서 친한 척 젊은 척 하려는 계획이겠지 뭐.

라떼충.. 당신..

어쨌든 그래서 신랑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인싸용어'를 검색했다. 곧바로 나온 건 '요즘 애들 인싸 용어'라는 총정리였다. 역시 여기에도 '레게노'는 상위권에 랭크돼 있었다. 

다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나 '보배(보조배터리)' 같은 건 옛날에도 있던 말 아닌가? '남아공(남아서 공부나 해)'나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는 매일 인터넷 세계 염탐하는 고인물인 나조차도 처음 보는 것이라 신뢰도는 하락했다. 

"이건 별로 재미 없네. 또 다른 거 뭐 없어?"

아재여.... 

그 순간, 퍼뜩 한 가지가 또 떠올랐다.

"아, '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 진짜 세계관 최강자들의 싸움이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거. 많이 나오던데!"

"그건 또 뭐야? 세계관 최강자가 뭐야?"

"어... 그러니까."

이건 정말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나는 얼마 전 K리그 공식 인스타그램이 이 드립을 쳤던 걸 보여줬다. 

진짜... 드립 세계관 케이리그 최강자다...

"이게 뭐? 가슴이 웅장해진다를 Goal통이 웅장해진다고 한 게 웃긴 포인트인가?"

"어... 그러니까 그게...  나루토가... 나루토가 있어. 나루토가 일본 만화야. 알지? 근데 나루토가 사스케랑 적이거든? 근데 세계관 최강자라는 거는 뭐냐면, 그 작품마다 하나의 세계관이라는 게 있잖아..."

"나루토가 뭐야?ㅇㅅㅇ"

대학 시절 아이들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그렇게 많이 했었던 나였다. 논술도 수학도 영어도 그 어떤 걸 물어봐도 당황하지 않고 매끄럽게 받아쳐 잘 가르쳤던 나였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의 나는 말도 잘 알아듣는 30대 남성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정말, 너무 싸발적이야 진짜로.

"싸발적? 싸발적은 뭐야?"

Hㅏ...........

결국 나는 설명을 포기했다. 

그래, 유행어 따위 몰라도 잘 살아갈 수 있잖아요? 오히려 어설프게 따라하는 유행어는 반감을 부를 수도 있다.

게다가 만약 지금 이해했다손 치더라도 그 유행어가 언제까지 갈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때 모두가 썼던 '즐'이나 '우왕ㅋ굳ㅋ', '고고싱', '조낸 굴다리로 튀어오는거다' 같은 말들이 모두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진 것처럼 말이다. 뭐 가끔씩 '인싸'라거나 '아싸', '먹방' 같은 짧고 간결하고 의미 파악이 쉬운 단어들은 오래오래 남아 어느날 신랑도 이해하는 순간이 왔지만... 그러니까 남편... 이제 제발 나한테 그만 좀 물어봐줄래...


PS. 그리고... 인터넷 유행어 교육 결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