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운명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지도 몰라(4)

이보다 극적인 운명과 인연의 증거가 어디 있을까.

by 김현유

신랑은 한 번도, 정식으로 나에게 고백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러나 정말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 우리는 손을 잡고 걷고 있었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게 됐고, 함께 주말을 보내고, 결혼을 하고, 그렇게 됐다.


신랑은 우리가 한국식 연애가 아니라 구라파스타일 연애를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진짜 약간 구라파 스타일이긴 한게, 우리가 정확히 언제 사귀었는지 날짜가 없다. 때문에 일단 쇼부가 났던 그 두번째 만남을 대충 사귄 날짜로 잡고 있다. 7월 12일인가.



신기하게도 연애하는 동안 싸운 적이 다섯 손가락 꼽을 정도로 별로 없었다. 결혼한 지 만 2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싸운 적은 손가락에 꼽는다. 확실히 혼다를 닮아서 그런지 얼굴을 보면 좀 화가 풀리는 경향이 있다. 외모의 영향도 있겠지만, 애초에 싸울 일이 별로 없다. 그런 식으로 사귀게 된 건데 신기하게도 우리는 정말 너무 잘 맞았다.


신랑은 나에게 복덩이였다. 우리가 만나는 시간 동안 나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았고, 다양한 커리어를 쌓았고, 상도 받았고, 취업도 했다. 신랑은 계속 내가 그럴 수 있게 도와줬다.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고 지켜봐줬다. 길에서 쌩얼에 추리닝 입고 처음 만났는데, 남자가 첫눈에 반해가지고 쫓아다녀서 사귀게 됐어요. 그런데 너무 잘 맞고, 서로의 이상형이던 사람이었지 뭐예요.


다들 안 믿는, 우리의 영화같던 첫만남이다.


나는 운명도 믿고 인연도 믿는다. 그 증거는? 우리의 첫만남. 이보다 극적인 운명과 인연의 증거가 어디 있을까.


'효리네민박' 시즌1에서 이효리가 아이유에게 했던 말이 있다. 좋은 인연은 내가 안달나지 않았을 때, 내가 좋은 사람일 때 온다고. 정말 그렇다.

매거진의 이전글생각해보면 운명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지도 몰라(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