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얘기하기 전에, 일단 '버릇'을 알아가는 시간을 잠깐 가져볼까요? 우리는 주로 안 좋은 습관들에 대해 버릇이란 말을 쓰곤 하잖아요.
사전에 쳐보니 버릇은 이런 뜻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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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부정적인 의미는 원래 없는 단어랍니다! 하지만 두 번째 뜻, 윗사람에 대하여 지켜야 할 예의가 '버릇없다' 등 부정적인 상황에서 자주 사용되다 보니 그런지, 첫 번째 뜻으로 사용하는 버릇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것 같아요.
희귀 난치병 환자인 저희 집 동생은 '손 잡는 버릇'을 갖고 있어요. 지금 제가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동생은손을 잡은 채로 누워 놀고 있는데요.
혼자서는 앉지도먹지도 못하고, 의사소통도 안 되는 아이가 손을 꼭- 잡고 노는 이유는 뭘까요?
손 잡는 것이 어떤 재미를 주는 걸까요?
저도 어린 시절에는 별생각 없이 습관인가 보다- 했는데, 머리가 좀 큰 뒤에 엄마한테 들어보니 이 버릇이 동생을 살렸다고 하더라고요!
동생의 병, '미토콘드리아 근병증'은 근육이 서서히 약해지며 결국은 심장 근육에까지 무리를 줄 수 있는 병이에요. 동생도 실제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심장 근육이 약해져가고 있고요.
심장이 약해진다는 말은 곧 피가 잘 돌지 못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혈액순환이 잘 안 되어서 손발이 찬 경우가 많아요. 동생은 스스로 장갑을 끼거나, 손을 따듯하게 녹이거나, 발에 이불을 덮는 등의 행위를 혼자 할 수 없다 보니, 가족들이 수시로 동생의 손발을 만져보고 담요를 덮어주곤 하는데요.
어느 정기 입원 때 엄마는 의사 선생님께 손을 잡는 행위에 대해 물었대요. 의사 선생님은 자기 손을 따듯하게 하는 건 좋은 거라며 칭찬해 주셨다고 해요. (*´﹀`*)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눈이 안 보이는 아이는 손을 어디다 둬야 할지도 모르고 앞에 뭐가 있을지 몰라 불안함을 느끼게 되는데, 쭈니는 손을 잡음으로써 심신이 안정되는 효과도 있을 거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어떠세요? 말 못 하는 아이의 이 눈물겨운 삶의 노하우가..! (살짝 오버해서요..^^)
저와 엄마는 동생이 살려고 자기만의 방법을 궁리해 냈구나- 싶어 무척 기특했답니다.
덕분에 손이 굳지도 않고, 쓰지 않는 발에 비해 손은 엄청 잘 컸어요.
동생의 삶을 통해 배우는 때는 바로 이런 순간인 것 같아요.
"사람은 어떻게든 살 방법을 찾는구나. 스스로 돌보고 나아갈 수 있는 존재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여러분, 여러분에게는 스스로를 돌볼 충분한 힘이 있고요.
여러분이 가진 버릇은 여러분을 살리는 또 하나의 길이 될 수도 있어요.
남들이 "왜 그렇게 해?"라고 하더라도, 여러분만은 자신에게 "이렇게도 되네!"라고 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