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몰리
2021년 11월 29일
내가 태어났을 때의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눈을 떴을 때 나와 함께 태어난 듯한 오빠, 언니들이 넷 더 있었어요.
저는 여자애예요. 그리고, 정확히는 내가 동생인지, 누나인지, 언니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암튼 나를 포함한 5마리의 형제자매가 있었어요.
내가 태어난 곳엔 나와 비슷한 모양의, 비슷한 색을 가진 형제자매들, 친구들이 많았어요.
나중에 듣기로는 내가 태어난 곳이 셔틀랜드 쉽독(나같이 생긴 강아지를 말하는 거래요. 줄여서 셀티라고도 부른대요) 전문 견사라고 했어요. 나를 낳아준 아빠는 갈색과 검은색, 흰색 털이 멋있게 섞여 있는, 누가 봐도 늠름하고 멋진 셀티였어요.
나를 낳아준 엄마는 눈이 동그랗고 컸고, 참하고 예쁘게 생겼어요.
우리 형제자매들은 저마다 아빠와 엄마를 조금씩 닮아서, 다들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웠죠. 적어도 내 눈에는요.
우리를 키워주는, 밥도 주고 물도 주는 엄마가 있었어요.
우리 오빠 언니들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엄마가 저를 부르는 이름은 "캔디"였어요.
그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랑 어울리는 이름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암튼, 새로운 가족을 만나고 새로운 이름을 얻기 전까지, 나는 "캔디"였어요.
우리 형제자매들은 울타리가 쳐진 넓은 곳에서 맘껏 뛰어놀고 생활했는데, 엄마가 가끔 핸드폰이란 걸 들고 와서 오빠나 언니 사진을 찍어 가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찾아왔고, 사진에 찍힌 오빠나 언니는 그 사람들과 함께 어딘가로 가버렸어요.
언니 오빠들이 하나둘씩 낯선 사람들과 인사하고 사라지게 될 때마다 엄마는 그 사람들과 즐겁게 웃었고, 그 사람들도 나의 언니, 오빠를 보고 안아보면서 코에 뽀뽀를 하고 머리를 쓰다듬고 하면서 사라져 갔어요.
그렇게 언니, 오빠들이 하나둘 가버렸고, 엄마는 나의 사진을 찍지는 않았어요.
"캔디야, 너는 엄마랑 같이 여기에서 계속 살아야 하나 보다..."
엄마는 시무룩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는데, 나는 엄마랑 계속 살 수 있다기에 더 신이 났어요.
같이 놀 오빠, 언니들이 없어서 그렇지, 나에겐 예쁜 셀티엄마와 멋쟁이 셀티아빠가 있었기에 괜찮았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처음 봤던 눈, 추운 날씨, 얼음, 처음 들어보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지나가고 따뜻한 봄. 봄이라는 계절이 찾아오고 있었어요.
어느 날 오후였어요.
갑자기 엄마가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나에게 말했어요. 숨 찬 목소리로요.
"캔디야!! 여기 봐, 여기. 웃어야지."
"찰칵!"
처음으로 엄마가 나의 사진을 찍더니 어떠한 설명도 없이 급하게 뛰어갔어요.
그날 저녁이었어요. 갑자기 엄마가 와서 나를 안고 엄마 집 안으로 데려갔어요. 집 안을 구경할 새도 없이 엄마는 나를 욕실이란 곳으로 데려가서 물을 뿌리고 몸과 털을 닦아주었어요.
난생처음 해보는 것들이라 어리둥절했는데, 이게 바로 첫 목욕이었어요.
저는 물이 내 몸에 묻는 것, 털에 묻는 게 정말 싫은데, 그래서 바닥이 젖어 있으면 피해서 다니고, 쉬야를 할 때도 내 오줌이 내 발에 묻을까 봐 걸어가면서 쉬야를 해요.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물로 목욕이란 건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저를 급하게 씻기고 말리고...
잠시 후에 엄마가 누군가와 반갑게 전화 통화를 하더니 처음 보는 사람들이 집으로 들어왔어요.
안경을 쓴 멋진 아저씨와, 작지만 상냥해 보이는 예쁜 아줌마와, 씩씩해 보이는 오빠와, 내 눈에도 어려 보이는 작은오빠...
우리 집에 들어온 손님들은 우리 엄마랑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다들 나를 바라보며 뭐라고 이야기를 하고, 손을 내밀고 웃고 있었어요. 나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고 어리둥절했지만, 나쁜 사람들 같아 보이진 않아서 오빠들에게 장난을 걸기도 했고, 오빠들이 나를 만지려고 했을 땐 겁이 살짝 나서 뒤로 도망 다녔어요. 그렇지만 오빠들에게서 나는 향긋한, 낯설지 않은 냄새에 코로 킁킁 냄새를 맡아보면서 얼굴도 쳐다보고 눈으로 인사도 했어요.
엄마와 아주머니는 무슨 이야기를 한참 하고 있었고, 아저씨는 나를 어떻게든 만져보려 했지만, 나는 도망 다녔어요. 그때 갑자기 아저씨가 엄마로부터 뭔가를 받더니 내게 내미는 게 아니겠어요?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
엄마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주었던 맛있는 간식을 아저씨가 내밀길래, 얼른 다가가 받아먹었어요.
그랬더니 아저씨가 나를 확 안아서 들더니 얼굴을 바라보고 활짝 웃는 거예요.
‘아, 전에 언니, 오빠들도 다른 사람들이랑 이렇게 하던데, 언니 오빠들도 이런 기분이었나?’
누가 나를 만지는 게 썩 유쾌하진 않지만, 이 아저씨의 손길, 표정, 눈빛, 따뜻한 목소리...
나도 모르게 마음을 놓아버렸어요. 왠지 좋은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의 첫 만남은 이랬어요.
너무나 어리둥절하게 이뤄진 첫 만남.
그렇지만 그날의 그 기억, 그 냄새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해요.
새로 만난 가족들과 커다란 검은색 차. 자동차라는 걸 처음으로 타고, 나의 양쪽엔 오빠들이 앉았어요.
어두운 밤길을 한참을 달려가면서, 오빠들은 나를 쓰다듬고 만져주었고, 오는 내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듣진 못했지만... "몰리", "몰리 어때?" 이런 말이 오갔는데, 나는 그 소리가 왠지 낯설지 않았어요.
"몰리야!! 넌 이제부터 몰리야. 몰리!"
아, 나를 보고 "몰리"라고 하는 거 보니, 이 새로운 가족이 나를 "몰리"라고 이름 지어준 건가 봐요.
내 귀에도 착착 감기는 게, "캔디"보다 훨씬 듣기가 좋았어요.
"몰리"
‘그래, 난 이제부터 몰리야. 이 이름 맘에 드는걸?’
새로운 식구들과 차를 타고 오는 2시간 동안...
저녁에 엄마가 준 밥과, 아저씨가 준 간식...
왠지 속이 부글부글... 울렁울렁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간신히 간신히 참아냈어요.
그래도 긴장을 잔뜩 해서인지 아무 문제 없이 잘 참아냈어요.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나는 차를 타면 멀미를 아주 심하게 한다는 걸...
그렇게 해서 나에겐 새로운 가족이 생겼어요.
갑자기 엄마, 아빠, 큰오빠, 작은오빠. 4명의 식구가 생긴 거예요!!
P.S.
나중에, 내가 아빠의 언어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알게 된 사실인데요...
내가 "캔디"이던 시절, 나의 언니 오빠들은 모두 예쁘고 잘생겨서 입양이란 걸 일찍 갔대요.
그런데, 나는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었대요.
그렇게 4개월이 지났고, 엄마는 분양을 실패해서 나를 그냥 키우려고 했다는 거예요.
내가 못생겨서 분양이 되지 않았고, 사람들이 분양받기 좋아하는 나이를 훌쩍 지나버린 거예요.
그 집에 나만 남게 된 그 이유를 나만 몰랐던 거예요.
새롭게 만난 가족, 새아빠가 가끔 나를 안고서 얼굴을 맞대고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하곤 했어요.
"몰리야, 너 진짜 못생겼다. ^^ 아빠 만나게 되려고 이렇게 못생기게 태어난 거구나? 하하하하"
못생겼다는 말의 뜻을 알게 된 후, 기분은 살짝 나빴지만, 아빠의 활짝 웃는 모습, 따뜻한 목소리 덕분에 마음 상하지는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