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익숙한 몰리의 일상

by 윤희영

하늘이 밝아지고 있어요. 침대 위에서 꼼지락대는 소리가 잠깐 들려요.

'아빠 일어나셨나?'

아빠가 주무시는 침대로 조심조심 걸어가요.

아빠는 잠깐 핸드폰을 들었다가 내려놓으셨는데, 나와 눈이 잠시 마주치자 얼른 눈을 감으셨어요.

'히윰... 더 주무시려나 봐요'

예전처럼 침대로 올라가 얼굴을 핥고, 손으로 긁으면 아빠를 깨울 수 있겠지만, 이젠 나도 철이 들었어요.

마음은 얼른 아침 먹고 아빠와 산책이나 공놀이를 가고 싶지만, 아빠가 일어나서 "우리 이쁜 몰리, 잘 잤니?" 할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기로 했어요.


아직까지는 쉬야, 응가 모두 잘 참아내고 있어요.

아빠는 배변패드란 걸 바닥에 깔아주면서

"몰리야, 쉬야, 응가 참지 말고 마음껏 싸."

하셨지만 나는 집안에서 쉬야, 응가를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물론, 내가 배변패드에 쉬야, 응가를 하면 아빠는

"우리 몰리 쉬야했어? 응가도 했네?"

하면서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고, 간식까지 주세요. 그렇지만, 그 후에 아빠가 나처럼 엎드려서 내가 싼 응가, 쉬야를 한참 치우는 모습을 보면, 아빠가 내 쉬야, 응가를 아주 좋아하는 거 같지는 않아 보였어요. 그래서, 가능하면 아침산책을 갈 때까지 최대한 참아요. 아, 간혹 배가 너무 아프고 참기 어려울 땐 집에서 쉬야, 응가를 하긴 해요. 하지만, 이제 나만의 노하우가 좀 생겼어요. 저녁을 먹고 나서는 목이 많이 마를 때가 아니면 일부러 물을 조금만 마셔요. 그랬더니 아침까지 잘 참을 수가 있었어요. 아빠가 아침밥을 주면서 깨끗한 물로 갈아주시면 그제야 물을 실컷 마셔요. 아빠는 내가 밥 다 먹고, 물을 한참 마시는 걸 보면

"몰리 목 많이 말랐구나"

하시는데,

'밤새 참은 거라고요!!'


암튼, 아침을 먹고 나면 아빠는 벌써 신발을 신고 있어요. 나도 얼른 따라가서 아빠가 매주는 목줄을 매는데, 목줄을 매는 건 기분이 썩 좋진 않아요. 하지만 언젠가 아빠가 집 앞에서 어떤 할머니께서 노란색 시바라는 친구의 목줄을 하지 않고 산책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데 그리 좋은 이야기 같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그 후론 나도 목줄을 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오늘도 나는 아빠가 부르는 "몰리 똥스팟"에서 쉬야도 하고 응가도 잘할 수 있었어요. 놀이터에 가서 공놀이도 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아마도 아빠가 "돈 많이 벌어서 몰리 간식 많이 사다 줄게"라고 종종 이야기하는 "돈 많이 벌러" 가는 날인가 봐요.

그 말은,,, 오늘 아침도 놀이터 대신 산책만 한다는 이야기예요..


얼마 전엔 어쩐 일인지 아빠가 아침 일찍 놀이터를 데려갔어요. 친구들도 아무도 없는, 넓은 놀이터에서 아빠와 신나게 공놀이를 했어요. 아빠가 공을 높이 차주면 나는 점프를 해서 코로 공을 쳐내거나 물어요. 그럼 아빠가 "옳지, 잘했어"라고 칭찬을 해줘요. 옛날엔 이렇게 2시간을 놀아도 잠깐 엎드렸다가 일어나면 힘이 났는데, 요즘은 날씨도 덥고, 10분만 뛰어도 힘들어서 주저앉게 돼요.

그날 조금 무리를 했는지 집에 와서 아침밥을 다 토했지 뭐예요. 그랬더니 그 후로 아침에 놀이터를 안 가고 있어요.


산책 후 집에 들어오면 아빠가 내 손과 발을 물티슈로 깨끗이 닦아주시는데, 흙이 많이 묻은 날은 물티슈를 꺼내지 않고 욕실 문을 열어주세요. 그럼 저는 당연한 듯이 욕실로 들어가고, 아빤 네 발을 하나씩 샤워기의 물로 깨끗이 씻어주세요.


이제 산책도 다 끝났고 집에 왔으니, 저는 주방 옆 서랍장 쪽으로 가서 위를 쳐다봐요. 그럼 아빠가

"몰리, 간식!"

하면서 간식을 주세요. 물론 간혹 아빠가 깜빡하고 간식을 안주실 때도 있어요. 그럴 땐 나의 필살기. 아빠 옆에 가서

"낑낑.. 낑낑.. "

하면서 서랍장 한 번 아빠 눈 한 번, 다시 서랍장 한 번 바라보면

"아참, 간식"

하면서 아빠는 간식을 물려주세요.


나의 하루는 늘 이렇게 시작돼요.


간식몰리.png 산책 후 간식 요구하는 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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