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도시생활

by 윤희영

"몰리야, 밖에 나가 볼까? 산책해 봤어?"

아빠와 엄마가 나의 목에 뭔가를 채웠어요.

아, 나의 친아빠, 친엄마가 목에 매고 있던 그런 건가 봐요. 이제 나도 앞으로 매일 이걸 매야 하나 봐요.

그런데 느낌이 썩 좋진 않아요.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일까요?


아빠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나를 번쩍 들어 올려 가슴에 안았어요.

그러자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엄마와 아빠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어요.

아빠 품에 안겨 있으니 다행히 하나도 겁나지 않았어요.


아파트 밖으로 나오자 신선한 풀 냄새, 시원한 바람이 코끝을 스쳤어요. 이 냄새들을 따라 맘껏 뛰어다니고 싶었지만, 나의 생각과 달리 나의 몸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어요.

아빠가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네 다리는 덜덜덜 떨리고 있었고, 아주 살짝 쉬야 실수도 했어요.

아빠와 엄마는 나를 보며

"몰리야, 가자!"

라고 말하는데, 나는 꼼짝을 할 수가 없었어요. 낯선 환경, 낯선 냄새, 낯선 소리…

모든 게 무서웠거든요.

아빠가 말했어요.

"아이구, 우리 겁쟁이 몰리. 아빠가 안아줄까?"

그렇게 아빠 품에 안겨서 잠시 걸어간 후, 아빠는 풀밭에 나를 내려줬어요.


익숙한 풀 냄새, 흙냄새에 마음이 조금 놓였어요. 근처에 쉬야 냄새, 응가 냄새들로 진동을 했어요. 하지만 주변에 다른 친구들이 보이진 않았어요.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떼며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 걸어 다녔어요. 아직 두렵긴 했지만, 내 바로 앞에 아빠와, 내 옆에 엄마가 함께 있어서 나도 용기를 내서 함께 걸었어요.


어? 나도 모르게 축 처져 있던 꼬리가 하늘로 향하고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어요. 마음도 편해졌어요.

다른 친구의 쉬야 냄새가 나길래 그 위에 살짝 쉬야를 했어요.

순간 긴장이 더 풀렸어요.

아빠가 갑자기 뛰기 시작했어요. 나도 아빠의 발걸음에 맞춰 같이 뛰었어요.

"옳지! 몰리 잘 뛰네!!"

내가 뛰어가니까 엄마, 아빠도 좋아했어요.


갑자기 저 멀리서 낯선 냄새가 바람을 타고 날아왔어요. 나는 킁킁킁킁 냄새를 맡았어요.

'누구의 냄새지?'

아빠와 엄마가 나를 그 낯선 냄새 쪽으로 천천히 이끌었어요.

"인사해도 되나요?"

아빠가 어떤 아주머니에게 물었고, 그 아주머니는

"네!"

라고 반갑게 말했는데, 그 아주머니 옆엔 작고 하얀 꼬불꼬불 털을 가진 아이가 서 있었어요.

나보다 덩치는 한참 작아 보였지만, 나와 다르게 생긴 친구는 그때 처음 보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또다시 얼음!

잔뜩 긴장을 했는데, 그 친구가 나에게 다가와 내 코의 냄새, 내 귀의 냄새를 맡더니 내 꼬리, 똥꼬까지 냄새를 맡는 거 아니겠어요?

순간 나도 모르게 그 친구의 엉덩이에 코를 갖다 댔어요.

"킁킁킁킁"

작고 귀여운 친구의 고소하면서 향긋한 냄새가 전해졌어요.

"아이고, 우리 몰리 친구랑 인사도 잘하네!"

아빠가 웃으며 이야기했어요.

‘아, 이게 친구랑 인사하는 건가?’

첫인사.PNG 친구와 처음 인사하는 몰리

그다음부터 다른 친구들을 보면 인사를 잘해서 아빠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얼굴 냄새도 맡게 해 주고 똥꼬 냄새 맡으러 친구가 다가와도 잘 참아줬어요. 그다음엔 항상 나도 친구의 얼굴 냄새, 똥꼬 냄새를 맡곤 했는데, 친구들 중에는 갑자기 으르렁거리고 나에게 화를 내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럴 때면 아빠가 줄을 확 잡아채서 목이 잠깐 아프긴 했지만, 그 친구와는 멀리 떨어지게 되었어요.


우리 집은 호수공원 바로 앞이에요.

집 앞에 호수도 있고, 나무와 풀도 있고, 고향에서 자주 듣던 새소리도 많이 들리고, 나와 다르게 생긴 다양한 친구들과 인사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공원에서 조금 벗어나서 걷다 보면 시끄러운 소리, 무서운 소리들이 쌩쌩! 하고 들렸어요. 너무너무 무섭고 시끄러운 소리에 깜짝 놀라 갈팡질팡하면 그때마다 아빠가 나를 잡아주고 안아주었어요.


아빠가 사는 동네엔 엄청 빨리 달리는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작은오빠와 비슷한 또래의 아주 시끄러운 언니 오빠들이 뛰어다니곤 했어요.

조용한 시골에 살다 온 나에겐 너무나 무서운, 낯선 곳이었지만, 그때마다 내 옆에 아빠와 엄마가 있어 줘서 이 새로운 동네에 서서히 적응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렇게, 산책은 나의 반복적인 하루 일과가 되었어요.

그 산책. "산책"이란 단어를 내가 그토록 좋아하게 될 줄은 그땐 미처 몰랐지요.


산책_20220404_181431.jpg 산책이 낯선 애기 몰리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5화새로운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