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그랬어요.
"우리 몰리의 MBTI는 I야."
"우리 몰리의 혈액형은 A형일 거야. "
무슨 뜻인지 알아듣진 못했지만 아빠의 표정, 말투, 목소리 톤을 놓고 판단했을 때, 이건 분명 나를 놀리는 말일 거예요.
아빠는 내가 "짖지 못하는 아이"인 줄 알았대요.
아빠와 엄마, 오빠들을 처음 만나고, 아빠 집에 왔을 때도, 도시에서의 산책을 처음 했을 때에도,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에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옆으로 뛰쳐나갔을 때에도, 처음 본 친구와 인사를 하는데, 그 친구가 나의 눈앞에서 으르렁거렸을 때도, 나는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았어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아빠와 함께하면서, 아빠는 내가 짖지 못하는 강아지라고 판단을 한 거예요.
아빠의 집에 조금 익숙해지던 즈음, 그날 오전에 온 식구가 나만 집에 두고 밖에 나갔어요.
물론 그전에도 잠깐씩 혼자 있던 적은 있었어요. 하지만 엄마가 금방 돌아오시거나, 조금만 기다리면 작은 오빠가 오고, 작은오빠가 놀러 나가면 또 큰오빠가 오고, 정말로 나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달랐어요. 아빠, 엄마, 오빠들 모두가 밖에 나갔고, 가면서
"몰리야, 집 잘 보고 있어."
하면서 간식을 주셨어요.
내가 그 간식을 물고 나만의 공간에 가서 먹고 있는 동안, 가족들 모두 가버린 거예요.
아빠가 준 간식은 5분도 안되어 다 먹어치웠어요. 그 5분 동안은 내가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간식을 다 먹고 나니 그제야 이 커다란 집에 나만 혼자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어요.
나는 아직 이 집에 온전히 익숙해지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그 하루가 나에겐 가장 긴 하루였어요.
밥그릇에 혹시 간식이 있나 가서 보기도 하고, 물이 시원한가 혀로 낼름낼름 느껴보기도 하고, 욕실 바닥에 가서 철푸덕 엎드려보기도 하고, 베란다에 나가서 창밖을 내려다보기도 하고, 빨래통에 있는 오빠 양말을 물고 와서 물어뜯어 보기도 하고, 굳게 닫힌 엄마아빠 방 문을 앞발로 살살 긁어보기도 하고…
쉬가 마려우니까 더 긴장이 되는 거 같아서 배변패드에 가서 억지로 쉬야를 했어요. 작은오빠 손바닥만큼 배변패드가 노랗게 물들었어요.
아빠가 선물해 준 소리 나는 공, 터그세트, 작은오빠가 선물해 준 인형들. 너무 심심해서 잠깐씩 물고 와서 놀려고 했지만 재미가 없어서 1분도 안되어 그만뒀어요.
엄마아빠가 "우리 몰리 잘한다~" 하고 신나게 반응해 줘야 나도 신나고 재밌게 놀 수 있었지, 지금처럼 혼자 있을 때 하는 놀이는 더 이상 재밌는 놀이가 아니었어요.
거실에 혼자 엎드렸다가, 잠깐 잠이 들었고, 꿈을 꾼 거 같은데 잘 기억은 안 나요.
벌써 해가 지고 밖이 어두워지고 있었어요. 가족이 있을 땐 밤이 되어도 집안이 환했는데, 지금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어요. 그럴수록 불안감, 걱정은 더 커져만 갔고, 그때 주변에서 들리는 다양한 소리들은 더욱더 무섭게 느껴졌어요.
그때였어요, 누군가 계단을 막 뛰어올라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삐삐삐, 철커덕"
"몰리야~ 몰리몰리!"
작은오빠였어요. 우리 집에서 가장 작은 오빠였지만, 그 순간의 오빠는 정말 구세주 같았어요.
나는 오빠에게 얼른 달려가 꼬리를 흔들고, 얼굴을 들이밀고 오빠의 냄새를 맡았어요.
잠시 후, 또다시
"삐삐 삑, 철커덕"
또다시 문이 열리더니 엄마, 아빠, 큰오빠가 들어오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오늘 하루동안의 설움이 북받쳐서 눈물이 나는 거 같았지만, 억지로 눈물은 참았어요. 나를 부르며 두 팔 벌리고 다가오는 아빠를 보니까, 너무 얄밉고 화가 났어요. 나는 한발 뒤로 물러서서 이렇게 말했어요.
"멍멍멍멍멍!!!!(나만 빼놓고 다들 어디 갔다 왔어요?)"
"멍멍멍멍멍!!!!(하루종일 얼마나 무서웠는 줄 알아요!!!)"
"어이쿠, 몰리야!! 너 짖을 줄 알았구나? 우리 몰리 목소리 처음 들어보네?"
나는 정말 화가 나서 소리쳤는데, 아빠는 나를 안고 더 즐거워하는 거 있죠?
P.S.
요즘은요?
놀이터에서 놀고 있으면 친구들이 들어오면서, 보호자분이 말씀하세요.
"저 멀리서 몰리 목소리 듣더니 이 녀석이 빨리 놀이터 가자고 뛰어와서, 아주 혼났네요."
아빠가 공을 안 꺼내주시면,
"멍멍!! 멍멍멍!!!" ('아빠! 공 빨리 꺼내서 차주지 않고 뭐해요!!!')
푸 작은 고모가 간식을 계속 안 주시면,
"멍멍!! 멍멍멍멍!!!!" ('맨날 주던 간식, 왜 안 주는 거예요!!!')
집안에서는,
문밖에서 작은 소리만 들려도,
"멍멍멍!!! 멍멍멍멍멍!!!" ('누구야! 여긴 우리 집이야!!!')
엄마아빠가 나만 두고 나가시면,
"멍멍멍멍!!!! 멍멍멍멍멍!!!!!" ('나도 데려가요!!! 왜 나만 두고 가는 거예요!!!!!')
아빠께선,
"몰리야, 알았어, 제발 그만 좀 짖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