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엄마아빠와의 산책도 많이 익숙해졌어요.
오가면서 종종 만나는 친구들 중에 낯익은 친구들도 눈에 띄어요.
'얼굴은 아직 본 적 없지만, 이 친구는 오늘도 여기에 쉬야를 하고 갔네?'
'이 친구는 어떻게 생긴 아이일까?'
엄마아빠와의 삶에, 새로운 보금자리에 나도 서서히 하나의 구성원이 되어간다는 느낌이에요.
오늘 저녁에도 아빠의 퇴근과 함께 어김없이 산책을 나왔어요.
아빠가 엄마에게 말해요.
"우리 오늘은 저기 한번 데려가볼까?"
"괜찮을라나?"
그러더니 처음 걷는 길로 나를 이끌었어요.
저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에 다양한 친구들의 냄새들, 익숙하기도 하지만, 낯설기도 한 정말 다양한 친구들의 냄새가 실려왔어요.
또다시 나의 심장은 쿵쾅쿵쾅거렸고, 엄마아빠가 멈춰 섰어요.
내 눈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엄마아빠는 그 안을 한동안 들여다보았어요.
안에선 어떤 일이 있는지 누군가 뛰어다니는 소리, 킁킁대는 소리, 쉬하는 소리, 무언가 굴러가는 소리, 물 마시는 소리가 뒤죽박죽 들려왔어요.
나의 심장은 더더욱 요동을 쳤어요.
"소형견 쪽으로 들어가 볼까?"
아빠는 잠겨있던 문고리를 열어젖혔어요. 가려져서 볼 수 없었던 내부가 보였어요.
처음 보는 친구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갑자기 친구 몇 명이 나를 봤어요.
나는 멍하니 얼음이 되어 서있는데, 아빠가
"몰리, 들어가자!"
아빠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발을 뗐어요.
여긴 반려견놀이터라고 불리는 곳이었어요. 강아지들이 와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었고, 덩치 큰 아이들이 가는 곳과 작은 아이들이 노는 곳이 구분되어 있었어요.
나는 아직 어리기도 하고, 키도 작아서인지 "소형견 놀이터"로 들어온 거예요.
나를 처음 반겨준 친구들은, 덩치는 작지만 앙칼진 목소리의 아이도 있었고, 목소리가 허스키한 덩치는 작고 마른 아저씨강아지도 있었고, 나보다도 어려 보이는 철없이 뒹굴고 뛰어다니는 강아지도 있었어요.
내가 처음 들어갔을 땐 몇몇 친구들이 와서 나의 입과 얼굴, 귀 냄새를 맡더니 또다시 나의 엉덩이 냄새를 맡았어요.
나는 늘 그랬듯, 친구들이 나의 냄새를 맡을 때까지 기다려 주었어요. 그래야 아빠에게 칭찬을 들을 수 있거든요.
다행히 내 냄새를 맡은 친구들은 대부분 관심 없다는 듯이 돌아가서 각자 놀았어요.
간혹 으르렁대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만 가만히 있으면 싸움이 나지는 않았어요.
반려견 놀이터에 놀러 간 첫날은, 너무 긴장을 했던 탓인지 재밌게 놀 수가 없었어요. 너무 많은 친구들의 오줌냄새, 똥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어요.
아빠는 놀이터 안 곳곳에 나를 천천히 데리고 다니며 마음껏 냄새를 맡게 해 줬어요.
냄새를 맡을수록 마음은 조금씩 안정이 되었어요.
얼마나 지났을까요, 친구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갔어요. 어느새 소형견놀이터 안에는 엄마아빠와 나만 남았어요.
옆에 대형견 놀이터 안에서는 몹시 덩치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친구? 아저씨? 아줌마들이 마구 뛰어다니며 먼지를 일으키는 게 느껴졌어요.
움찔했지만, 저 친구들이 여기에 넘어올 수는 없는 거 같아 안심이 되었어요.
아빠가 갑자기 무언가를 주워오더니, 내 앞에 툭 하고 던져줬어요
"몰리! 물어와"
무슨 말인지 몰라서 멀뚱멀뚱 대는데, 아빠가 동그랗게 생긴 그 물건을 발로 뻥 차는 거예요.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물건을 따라 뛰었어요. 그때 왜 뛰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아빠는
"몰리야, 물어와야지!"
라고 외쳤는데, 나는 뛰다 말고 또 멈춰 섰어요.
아빠는 또다시 그 둥근 물건 앞으로 와서 발로 뻥 찼어요. 나는 이번에도 또. 나도 모르게 그 물건을 따라 뛰기 시작했어요.
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물건을 보면 나도 모르게 내 몸은 그걸 따라 뛰고 있어요.
이건 내 머리가 시키는 게 아니라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거예요.
그렇게 마구 뛰다 보니
"어머! 우리 몰리 멋지다"
라고 엄마가 소리쳤어요. 내가 뛰는 게 멋있나 봐요.
"우와, 역시 양몰이개 피는 어디 안가네"
아,, 내가 양몰이개인가 봐요. 양이 어떻게 생긴 아이인지 모르지만, 이렇게 둥글게 생겼을 거 같아요. 이 둥근 물건이 움직이면 내 몸도 움직이는 걸 보면요.
아빠는 나에게
"몰리! 공 물어와!"
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아, 이 둥글게 생긴 물건이 "공"이라는 건가 봐요.
아빠가 발로 차준 공을 따라 뛰면서, 가슴속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어요. 뭔가 찌릿찌릿 짜릿짜릿 한 느낌.
그렇게 반려견 놀이터는 엄마아빠와의 추억의 장소. 나의 최애 장소가 되어버렸어요.
이젠 매일매일 놀이터에 가는 시간만 기다리고,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꿈을 꾸어요.
P.S.
나중에, 내가 공을 좋아하고, 공놀이를 잘한다는 걸 알게 된 아빠는, 다이x라는 상점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공을 색깔별로 사주기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