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언니와의 첫 만남

by 윤희영

나는 "운명"이란걸 믿어요.

내 이름이 "캔디"에서 "몰리"가 된 것.

내가 지금의 아빠, 엄마, 큰오빠, 작은오빠를 만나고, 같이 살게 된 것.

이 모든 게 나의 "운명"이리라 생각해요.


그날도 그랬어요. 그 잊을 수 없는 첫 만남.

아빠는 매일 퇴근 후 나를 데리고 반려견 놀이터로 향했어요. 이젠 놀이터 냄새에도 익숙해졌고, 몇 번 마주친 친구들도 생겼고.

하지만, 내가 너무 늦게 도착했는지, 소형견놀이터에는 친구들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치만 아빠와 공놀이를 하면 되기에, 실망하진 않았어요. 그리고 오늘은 큰오빠도 같이 왔거든요.


아빠랑 오빠랑 이리저리 뛰고 있는데, 갑자기 소형견놀이터와 대형견놀이터 사이에 있는 작은 문이 열렸어요. 그 문으로, 어떤 키 작은 언니가 흰색, 검은색 얼룩무늬 개와 함께 소형견놀이터로 들어오는 거예요. 그 언니는 얼룩무늬개에게 "쿠키!"라고 부르는 거 같았어요. 그 개는 어찌 보면 나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좀 더 길고, 날씬하고, 행동도 무척 빨랐어요. 나는 겁이 버럭 났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그 개가 갑자기 나에게 달려왔고 내 주위를 돌고, 냄새를 맡고 뛰어다녔거든요. 내가 도망치려 하면 나를 따라 뛰어오고, 얼마나 빨랐던가 내 뒤에서 뛰어와서 어느샌가 내 앞에 와있었어요.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이 개가 나한테 왜 이러지?'

혼란스러웠어요. 아빠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으나, 아빠는 옆에서 웃으면서 지켜보고만 있고, 이 개의 견주인듯한 작은 언니는

"쿠키, 살살!, 살살!"

이란 말을 계속했어요.

그 와중에 오빠는

"몰리가 몰린다~"

라고 이상한 개그를 하고 있었어요. 난 심각했는데 말예요.

쿠키언니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어요.


쿠키언니는 나보다 6개월 먼저 태어난 "보더콜리"라는 강아지예요. 지금이야 뭐 같이 늙어가는 처지지만 5개월 어린이였던 저에게 11개월 언니는 상대가 안 되는 어른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아, 가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언니 이름이 "쿠키"인데, 내 이름이 여전히 "캔디"였으면 재밌었겠다는.


이날부터 쿠키언니와 나는 거의 매일 만났어요.

아빠는 퇴근이 늦은 날이면, 쿠키언니가 없을까 봐 나를 데리고 뛰어왔고, 쿠키언니가 없는 날엔 언니가 올 때까지 우린 기다리곤 했어요.

쿠키언니는 나에게 "강아지들이 노는 법"을 하나하나 알려줬어요.

내가 뛰면 언니가 나를 따라잡고, 언니가 뛰면 내가 언니를 쫓아가고, 모래밭 위에서 뒹굴면서 누가 입이 더 큰가 대결하고, 우린 숨이 넘어갈 정도로 격하고 재밌게, 즐겁게 놀았어요.


하루하루 내가 커가면서 덩치도, 몸무게도 언니와 비슷해지다 보니, 이젠 제법 상대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놀이터에서 "몰리와 쿠키"는 누구나 다 아는 "단짝 친구"가 되어 우정을 키워나가게 되었어요.

아빠는 가끔 쿠키언니랑 공놀이, 터그놀이를 더 많이 해줘서 질투도 나긴 했지만, 그럴 때면 쿠키언니의 언니가

"몰리~ 몰리~ "

하며 나와 놀아줬거든요.


이젠 매일매일 '저는 쿠키언니를, 쿠키언니는 몰리를 기다리는 사이'가 되어버렸지요.

이렇게 긴 인연, 운명이 시작된 거예요.


몰리와쿠키.png 몰리와 쿠키
20230514_101242.jpg 호수공원의 유채꽃밭(몰리와 쿠키)
20230930_154208.jpg 몰리와 쿠키
쿠키언니와의 첫 만남
쿠키언니에게 노는 법 배우는 몰리
몰리와 쿠키의 우정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8화반려견놀이터라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