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외출, 나만 남겨진 시간

by 윤희영

아빠의 집에서의 생활이 점점 익숙해졌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 또는 아빠와 산책 다녀오고, 밥 먹고, 오빠 둘은 등에 뭔가를 매고 어딘가를 가고,

아빠도

"몰리 안녕! 빠이빠이! 이따가 봐!"

하면서 밖으로 나갔어요. 엄마께선

"오빠들은 학교 가서 공부를 해야 하고, 아빠는 회사 가서 돈 벌어서 몰리 맛있는 간식을 많이 사주시려는 거야."

라고 했어요.


이렇게 엄마와 둘이 있는 시간도 나쁘진 않았지만, 엄마마저도 가끔 나를 두고 나가곤 했어요.

그러면 이 커다란 집에 나 혼자만 남겨져 있게 되었죠. 혼자 있는다는 건 너무너무 무서운 일이었어요.

조용한 집에서 다양한 무서운 소리들이 났어요.

위에서 쿵쿵 쾅쾅, 밖에서 띵동, 문에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 누군가 집 앞에 왔다가 사라지는 소리, 집 앞 나무에서 들리는 까마귀소리 혼자 있는 시간은 나에게 너무나 무섭고도 긴 시간이었어요. 억지로 잠을 청하려 하지만 잠도 잘 오지 않았어요.


얼마가 지났을까? 밖에서 "삐삐삐 삑 철커덕"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무서움에 잠시 긴장할 틈도 없이

"몰리야!"

우와 이건 작은 오빠 목소리였어요.

'휴..'

작은 오빠가 집에 돌아왔어요.

"몰리! 잘 있었어? 오빠 안 보고 싶었어?"

나는 이제야 안심하며 오빠에게 달려가 꼬리를 있는 힘껏 흔들며 반겨줬어요.

오빠도 내가 보고 싶었는지 가방을 팽개치고 나를 안아주는데, 나는 오빠가 나를 이렇게 꽉 껴안는 게 싫지는 않지만 너무 더워요. 그래서 얼른 도망쳐요.

오빠는

"몰리, 혼자서 심심했지?"

하고는 얼른 서랍장으로 달려가서 간식을 하나 꺼내줘요.

이럴 땐 오빠가 가장 좋아요.


그런데, 가끔은 작은오빠가 친구들을 데리고 집에 오기도 해요. 오빠의 친구들은 나를 보면서 갑자기 만지려 하고, 소리를 지르고, 크게 웃고, 꼬리를 잡으려 하고,, 이럴 땐 얼른 베란다로 도망가버려요.

작은오빠와 비슷한 냄새가 나는 이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오는 건 그다지 즐겁지 않았어요.

그래도, 오빠 친구들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주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럴 땐 그 간식만 얼른 받아먹고 다시 베란다로 도망쳤어요.

오빠와 친구들이 놀러 오면 귀찮고,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집안에 나 혼자 덜렁, 무섭게 있는 것보다는 조금 나았어요.


작은 오빠가 돌아오고 조금 더 있으면 큰오빠도 돌아와요.

큰 오빠도 집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몰리!"

하면서 나를 찾는데, 작은오빠처럼 많이 반가워하는 목소리는 아니에요.

그래서 나도 작은오빠 때보다는 꼬리를 살살 흔들어요.

큰오빠는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오빠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나는 베란다로 돌아가요.

내 머릿속은 온통

'아빠는 언제 오시지?'

하는 생각뿐이에요. 아빠가 돈 많이 벌어서 맛있는 간식 사주신댔는데... 물론 간식 때문에 아빠를 이토록 기다리는 건 아니에요.

'어?'

"삐삐삐 삑. 철커덕" 드디어 아빠가 오셨나 봐요??

"몰리~~~!!!"

'아,, 이 목소리는... 엄마?'

나는 엄마에게 얼른 달려가 킁킁킁킁 냄새를 맡아요.

꼬리도 힘껏 흔들어줘요. 그렇지만,, 한편으론

'아빠가 아니었네...'

하는 실망감도 조금은 있어요..


엄마는 내가 쉬야를 했는지, 응가를 했는지 살펴보고, 내 물그릇에 시원한 물을 다시 따라줘요.

나는 지금 시원한 물을 마시고 싶은 게 아니라,, 빨랑 아빠를 보고 싶어요. 아빠랑 같이 산책 가고 싶단 말예요.


어느새 밖은 어두워지고 있어요.

갑자기 거실 어딘가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요.

"세대 차량이 정문 게이트를 통과하였습니다."

저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는데,, 엄마 목소리도, 오빠들 목소리도 아니에요.

아빠 목소리는 더더욱 아니에요.

나는 또다시 시무룩해져 있는데,,

"삐삐삐삐 삑 철커덕"

"몰리, 몰리, 몰리!!!!"

드디어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요. 나는 쏜살같이 현관으로 달려가 아빠에게 두 발로 서서 껑충껑충 뛰어요.

아빠는 신발을 벗어던지고 나를 끌어안고

"몰리, 아빠 보고 싶었어? 아빠도 몰리 엄청 많이 보고 싶었어!"

라고 이야기를 해요.

나는 꼬리가 끊어져 나갈 만큼 있는 힘껏 흔들었어요. 아빠의 몸 여기저기 냄새를 맡았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났어요.

'내가 오늘 하루 종일 아빠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렇게 늦게 오면 어떡해요!'

나는 갑자기 화가 났어요. 아빠의 손길을 뿌리치고는 아빠에게

"멍멍멍멍!!!!(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멍멍멍멍멍!!!(얼마나 기다렸다구요!!!)"

"미안해 몰리, 아빠가 너무 늦었지? 미안미안.. 얼른 밥 먹고 산책 나가자"

'산책?'

나는 산책이라는 단어에 갑자기 서운함과 화가 싹 사라졌어요.

이렇게 아빠와, 엄마와 나는 저녁 산책을 다녀오면 오늘 하루 일과가 끝나게 돼요.



P.S.

아빠가 외출 후 돌아오셨을 때, 내가 달려가서 꼬리 흔들고 반기는 모습을 큰 오빠가 뒤에서 바라보면 항상 이렇게 말을 해요.

"몰리는 나한테는 저렇게 반기지 않으면서, 아빠한테는 저렇게 반겨주는 거야??"

'오빠도 집에 들어올 때 나 좀 반갑게 불러줘 봐.'


현관에서서기다리는몰리2.png 현관에서 아빠를 맞이하는 몰리
현관에서서기다리는몰리.PNG 아빠! 왜 이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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