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핸드폰, 인별그램

by 윤희영

요즘은 좀 뜸해졌지만, 내가 아빠의 가족이 된 후 아빠는 매일매일 나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찍어주었어요.

“몰리~ 몰리! 아빠 봐봐~”

하면서 사진도, 영상도 많이 찍어주셨죠.

“우리 몰리 이렇게 귀여운 모습 많이 남겨놔야지.”

아빠는 종종 이런 말을 하면서 나의 성장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주셨어요.


아, 나중에 마카를 만났을 때예요.

아빠는 나와 마카가 놀이터에서 놀 때면 우리의 노는 모습, 특히 마카가 혼자 하는 모든 행동들 하나하나를 찍으셨어요. 남들이 보면 마치 우리 아빠가 마카의 아빠라고 오해할 만큼.


반면, 마카의 누나. 그 이쁘고 여성스럽지만 말투와 성격은 약간 털털한 오빠 같은. 가끔 마카에게 엄한 모습도 보여주는 그 누나. 마카의 누나는 마카의 사진, 영상을 찍는 모습을 별로 보지 못했어요.

나중에 아빠와 마카누나가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요.

“마카가 이렇게 빨리 커버릴 줄 알았으면 어릴 때 사진, 영상 좀 더 많이 찍어둘걸 그랬어요.”

마카 누나는 아쉬운 듯, 속상한 듯 말했지만, 아빠는 미소를 짓고 있었어요. 언젠가부터 우리 아빠의 휴대폰 속에는 나의 사진, 내 영상보다는 마카의 사진, 영상이 훨씬 많아졌거든요.


아빠는 아마도 나를 키우면서, 내가 이렇게 빨리 자랄 줄 모르고, 나의 성장 사진, 영상을 더 많이 찍어두지 못한 걸 후회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어린 마카를 봤을 때, 마카와의 모든 만남을 기록으로 남겨놓은 거 같아요.

가끔 태어난 지 1~2개월 정도 된 어린 친구들을 보면 아빠는

“아, 우리 몰리도 저런 때가 있었을 텐데, 저때의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참 안타깝다. 우리 몰리는 저때도 못생겼었을까? 하하하”

아빠는 내가 태어나서 아기 때 모습, 엄마젖을 먹고, 언니오빠들과 뒹굴고 뛰어놀고 잔디밭에 드러누워 자고 하는 모습을 보지 못해 많이 서운해하는 거 같았어요.


아빠는 나의 사진, 영상을 찍었을 때부터 휴대폰으로 뭔가를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그걸 “인별그램”이라고 불렀어요. 사람들은 각자의 인별그램에 다양한 사진 영상을 올려놓고 하트를 주고받고 하더라구요.


언젠가 우연히. 아빠가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쳐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길래, 뭔가 싶어서 나도 아빠 뒤에서 구경한 적이 있어요. 아빠는 아빠의 인별그램을 보고 계셨고, 그 속엔 온통 나의 사진, 영상들만이 가득했어요. 물론 쿠키언니와 뛰어놀던 모습, 구찌와 함께 터그 뺏기 놀이하는 모습, 마카와 나 잡아봐라 놀이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의 어릴 적 모습들이었어요.


아빠는 휴대폰 속의 나의 어릴 적 영상들을 보면서 그렇게 행복한 미소를 짓고 계셨던 거예요.

아빠는 그 후로도 이따금 소파나 침대에 누우면 인별그램에서 나의 과거 모습들을 꺼내어보고는 한껏 미소 짓곤 했어요.


참 이상하죠?

조그만 휴대폰 속의 내 모습 말고, 고개만 돌리면 진짜 내가 아빠 옆에 있는데 말이죠.

나는 가끔 아빠의 휴대폰에 질투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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