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엄마아빠가 놀이터에서 만난 셀티 친구를 보며,
“우리 몰리는 언제 저렇게 털이 멋지게 자랄까?”
라고 하시는 걸 들은 적 있어요.
내가 봐도 그 친구는 털이 풍성하고, 가슴의 털은 마치 수사자의 모습과 비슷했고, 몸의 털도 땅에 닿을락 말락 길게 늘어져 있었어요.
그 친구가 걸어갈 때면 예전에 엄마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듯, 긴 털이 바람 방향으로 흩날리는데, 내가 봐도 좀 부러웠어요.
반면, 나는 아직 털이 그리 길지 않았어요. 간혹 길거리에서 내 옆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우와, 보더콜리다”
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죠. 나는
'셔틀랜드쉽독. 셀티라구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어요.
그렇게 시간이 꽤 흘렀어요.
그날도 어김없이 아빠와 아침 산책을 하고 있었고, 이번엔 공원이 아닌 다른 길로 향했어요.
엄마아빠가 가끔 치맥이란 걸 드시던, 가게가 많이 있고 가끔은 바닥에 떨어진 맛있는 음식도 주워 먹을 수 있었던 길로 말예요.
그런데, 어느 가게 앞을 지날 때였어요. 친구들이 남기고 간 흔적, 냄새를 맡아가며 걸어가다가 무심코 고개를 돌렸는데, 어떤 털이 긴 셀티 한 마리가 보였어요.
나와 눈이 딱 마주쳤어요. 순간 나는 깜짝 놀라서
“멍멍!!”
하고 짖었어요.
그 친구도 놀랐는지 나와 동시에
“멍멍!!”
하고 짖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무섭기도 하고, 아빠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멍멍멍멍멍!!!”
하고 더 큰 소리로 짖어댔어요.
그 친구도 절대 지지 않겠다는 목소리로 똑같이 짖고 있었어요.
“멍멍멍멍멍!!!”
“몰리야,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아빠가 내 옆으로 왔어요. 나는 아빠 얼굴을 한번 보고, 다시 그 친구를 쳐다보려는데 글쎄, 그 안에 그 친구와 우리 아빠가 같이 서있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이상해서 다시 아빠를 쳐다봤어요. 분명 우리 아빠는 여기에 있는데?
다시 그 친구를 봤어요. 우리 아빠는 거기에도 있었어요!!
“아이고, 우리 멍충이 몰리야,, 너를 보고 짖으면 어떡해, 이 바보야. 하하하하”
아빠가 갑자기 나를 번쩍 안고, 그 가게 앞으로 걸어갔어요.
그곳엔 우리 아빠가 어떤 셀티 한 마리를 안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아빠 말대로라면, 내가 봤던 그 털이 긴 셀티가 바로 나였던 거예요.
잠시 후, 아빠와 산책을 마저 하는데 어디선가 바람이 솔솔 불어왔어요.
‘어??'
내 몸의 털이 바람에 날리는 느낌이 났어요. 내 모습을 나는 볼 수 없었지만, 그 바람결에 따라 나의 털이 날리고 있는 게 분명 느껴졌어요.
우리 곁을 지나가던 어떤 할머니께서 말씀하셨어요.
“이야,, 그 녀석 참 잘~ 생겼네”
아빠가 대답하셨어요.
“여자애예요 ^^”
작은오빠 또래의 친구들이 지나가면서 말했어요.
“우와, 진짜 멋있게 생겼다”
아빠가 또 대답했어요.
“여자애란다^^”
그 후로도, 동네를 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나를 보고 한마디씩 했어요.
“진짜 잘생겼네”, “와, 멋진 강아지네”
그때마다 아빠는 대답하셨어요.
“여자애예요 ^^”
사람들은 나를 보면 아빠에게 여자애인지 남자애인지 늘 물어보는 거 같아요.
아빠의 대답은 항상
“여자애예요 ^^”
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