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 떠는 아이

by 윤희영

놀이터에서 "파도"라는 이름의 래브라도 리트리버 언니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 언니는 예전에 쿠키언니와도 친하게 지냈고, 내가 쿠키언니를 알게 된 후에도 우리 셋은 함께 놀이터에서 놀곤 했어요.


파도언니는 조금 특이한 습관이 있었어요.

물을 마시기 전 물그릇에 두 발을 담그고 마구 휘저은 다음 물을 마시는 거 있죠?

처음에 그 모습을 보고, 내가 뭔가 잘못 본 건가 싶었어요.

하지만 파도언니는 그 후에도 항상 물을 마시기 전에 앞발을 담그고 발을 씻듯이 마구 흔들어댔고 그다음에 그 물을 마셨어요.

심지어 물을 마실 때 보면 입과 코가 물속으로 들어간 상태로 마시는 거 있죠?

아빠는 그런 파도언니를 보고

“파도야, 그렇게 해야 물이 맛있어? 하하하하”

라고 말하고 웃었지만, 저는 적잖은 문화충격을 받았어요.

나는 사실 놀이터에서 물을 마시러 갔다가도 물 위에 지저분한 게 떠있거나, 친구들의 침이 묻어있거나, 너무 미지근하거나 하면 마시지 않고 그냥 뒤돌아서 오거든요. 물론 센스쟁이 우리 아빠는 이런 나를 지켜보다가 얼른 달려와서 물그릇을 깨끗하고 시원한 물로 채워주세요.

놀이터에서 알게 된 많은 보더콜리 친구들과 리트리버 오빠들, 언니들, 심지어 저보다 어린 동생들은 날씨가 덥고 힘들면 수돗가의 젖은 바닥에 철퍼덕 드러눕고, 엎드리고 하더라구요.

물론 그렇게 하면 시원할 거 같긴 했지만, 저렇게 지저분한 물에 저는 절대 눕는 건 상상도 할 수 없고 그 위를 걷는 것도 싫어요.


비가 온 후 아빠와 산책을 나올 때면, 내 눈은 평소보다 분주해져요.

저는 우리의 산책로에 물이 어디 어디 고여있는지를 보고, 물웅덩이를 피해서 돌아가거나, 크지 않은 웅덩이는 점프를 해서 지나가요.

아빠는 이런 저를 보고,

“아이고, 우리 몰리 아주 그냥 깔끔 떠네..”

라고 하셨어요.

저에게도 조금은 특이한 습관이 있어요.

쉬야를 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요. 쉬가 많이 마려웠을 땐, 아빠 말씀으로는 2m나 걸어가면서 쉬야를 했대요.

저는 어려서부터 쉬야를 하다가 내 오줌이 내 발에, 내 털에 묻는 건 정말 정말 싫었거든요.

그래서 쉬가 묻기 전에 앞으로 걸어가면서 쉬를 하게 된 거예요.

그런데 남들이 보기엔 이게 웃긴가 봐요.

응가를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한 덩어리, 한 덩어리 나올 때마다 저는 앞으로 몇 발자국씩 걸어가요. 이런 나를 잘 아는 우리 아빠는, 응가 비닐을 손에 들고 앉아서 나의 뒤를 따라다니며 응가를 주워요. 역시나 남들은 이런 우리의 모습을 보면 깔깔깔 웃더라구요.

아, 나의 응가 신기록은 20덩어리가 넘는다고 아빠가 알려줬어요. 그날따라 배가 아파서 조금 싸고 걸어가고 조금 싸고 걸어가고 했는데 거실 전체에 응가로 지도를 그려놓았던 거예요.

아빠는 그 장면을 보고 너무나 깜짝 놀라면서도 치울 생각은 안 하고 핸드폰을 가져와서 증거자료라고 찍고 계셨어요.

나는 나의 쉬야도, 응가도 내 발에, 내 털에 묻는 게 싫어요.


언젠가 아빠가 소파에 누워서 인별그램을 하다가 큰 소리로

“이야,, 우리 몰리 같은 애가 또 있네? 이게 셀티 종특인가봐?”

아빠의 핸드폰 속의 친구가... 허리를 둥글게 말고,, 걸어가면서 응가를 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아, 저는 아빠가 욕실에 가실 때도 항상 따라가요. 아빠도 익숙한지, 내가 들어올 수 있게 문을 잠시 열고 계세요.

하지만, 저는 욕실에 들어가기 전에 바닥상태를 먼저 살펴요. 만약 바닥에 물이 여기저기 묻어있다면 들어갈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뒤돌아 앉아요.

그럴 때 아빠는 항상 말씀하세요.

“으이구,,, 우리 몰리 참 깔끔 떨어요..”


파도언니_ai.png 발을 물그릇에 담근 후 물을 마시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파도


파도언니와 신나게 놀던 몰리


래브라도 리트리버 파도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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