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화 수술

by 윤희영

벌써 몇 년이 지난 일이에요.


아침 일찍 엄마랑 아빠랑 병원에 갔고, 중성화 수술이란 걸 했어요. 그러고는 하루 종일 병원에서 혼자 지냈어요.

낯선 곳이 무서워서인지, 수술 때문인지… 몸도 마음도 몽글몽글 이상했어요.


나는 무서운 소리엔 예민한 편이라, 병원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자꾸 잠에서 깨고, 옆방 친구들이 낑낑 울면 나도 괜히 같이 울고 싶어 졌어요.

가족이 없던 그 하루는, 정말 긴 하루였어요.


다음 날 아침.

아빠가 다시 병원에 왔어요. 아빠가 나를 안아 올리는 순간, 그 따뜻한 온기와 익숙한 냄새에 저도 모르게 아빠 목에 얼굴을 묻었어요.

‘아빠.. 왜 이제야 온 거예요!!’

몸이 조금 아팠지만, 마음은 너무 편안해졌어요.


아빠 품에 안겨 병원 밖으로 나왔어요. 아빠는 나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으며,

“몰리야, 걸을 수 있겠어?”

라고 물으셨어요.

나는 그제야 안심하고, 서서히 주변 냄새를 킁킁 맡았어요. 수술 후 목에 차고 있던 고깔 때문에 움직임이 불편했지만, 천천히 걸어봤어요. 원래대로라면 바로 집으로 갔을 텐데, 내가 멈춘 곳은 집 방향과 놀이터 방향이 나뉘는 길목이었어요.


나는 반사적으로 꼬리를 흔들었어요. 아빠는 집 방향으로, 나는 놀이터 방향으로 몸을 돌렸어요. 아빠는 한숨을 내쉬며,

“몰리야,, 이 상태로 놀이터를 가고 싶은 거야?”

나의 고집을 잘 아는 아빠는

“그럼 놀이터 가서 뛰지는 말고, 친구들 누가 있나 구경만 하자.”

하시고는 나의 옆에서 천천히 함께 걸어주셨어요.

그렇게 놀이터에 도착해서는, 아픈 배도 잊고 흙냄새를 킁킁, 바람 냄새를 킁킁… 놀이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익숙한 친구들의 흔적을 찾았어요.


‘여기 어제 쿠키 언니 다녀갔네?’
‘어? 이건 파도 언니 냄새인데?’
‘어제 수동 오빠가 여기 뒹굴었나 보네…’


나는 눈을 반짝이며 놀이터 한 바퀴를 천천히 돌았어요. 평소 같았으면 친구들과 공도 차고, 터그 놀이도 하자고 달려갔겠지만, 지금은... 배가 조금 당기고 뻐근해서 ‘놀고 싶다’는 마음이 발끝에서 멈췄어요.


누군가 놀다가 두고 간 공이 있었어요. 나는 그 공 앞에 가서 공을 한번 쳐다보고, 아빠의 얼굴을 바라봤어요.

“몰리야... 지금은 공놀이하면 안 돼.. 아픈 거 다 나으면 아빠가 공놀이 하루 종일 해줄게.”

나는 고집을 피웠어요.

다시 공을 한번 바라보고, 아빠 눈을 마주친 다음에 공을 째려봤어요.

아빠는,

“아이고,, 우리 몰리 참 대단해요. 너 정말 괜찮겠어?”

아빠는 공을 살짝 발로 찼어요.

나는 예전처럼 공을 따라가려고, 뛰려고 하는데 그 순간

‘아야...’

내 발은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어요. 마취가 풀리는 건지 살짝 배가 아파오기도 했구요. 나는 그렇게 멀어져 가는 공을 바라만 보고, 걷지 못했어요.

“몰리야, 거봐. 아직은 공놀이는 무리야. 집에 가서 얼른 쉬고, 내일 다시 놀이터 와보자.”


아빠 말을 듣고서, 나도 모르게 조용히 앉았어요. 몸을 웅크리니 배에 묘한 느낌이 퍼졌어요. 그래도 그냥 가긴 아쉬워서, 놀이터 한편에 앉아 바람을 느꼈어요.


그때, 아빠가 내 옆에 와서 말했어요.

“몰리야, 우리 오늘은 냄새만 맡고 집에 가는 거야. 대신 아픈 거 다 나으면, 각오해. 몰리 네가 집에 가자고 할 때까지 아빠가 공놀이해 줄 거야!!”

나는 상상만으로도 아픈 게 다 낫는 느낌이었고, 아빠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사실 나는 오늘도 뛰고 싶었고, 놀고 싶었어요. 하지만 오늘은… 그냥 이렇게 앉아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어요. 친구들 냄새로 가득한 이 놀이터, 바람결, 햇살… 그 모든 게, 나를 ‘괜찮아’라고 다독여주는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조금 더 놀이터의 냄새를 마음에 담고, 나는 아빠 품에 안겨 집으로 돌아왔어요.



P.S.

중성화 수술을 왜 하는지, 이게 무슨 수술인지는 나는 몰라요.

하지만 아빠가 이쁜 셀티 아가를 보면 이런 말을 하곤 했어요.

“우리 몰리가 중성화 수술 안 했다면, 몰리 닮은 저런 아가들 낳았을 텐데...”


아 맞다. 마카를 봤을 때도 이런 말을 했어요.

“우와, 우리 몰리가 중성화 수술 안 했으면, 마카 같은 아들이 있을 텐데!!”


중성화수술2)20230611_112435.jpg 중성화수술 후 집 방향으로 가지 않으려는 몰리
중성화수술3)20230617_093337.jpg 중성화수술 후 허리에 붕대 감고 반려견놀이터에 온 몰리


중성화수술 후 집에 안 간다고 버티는 몰리
중성화수술 후 반려견놀이터로 향하는 몰리
아픈 와중에도 공놀이 하자는 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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