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가끔 오빠들을 부를 때 이름 앞에 “윤”이라는 말을 붙일 때가 있어요. 그럴 땐 항상 엄마의 목소리 톤이 높아져있고, 약간은 화가 난 표정에, 무서운 눈빛인 경우가 많아요. 반대로, 기분 좋게 편안하게 오빠들을 부를 땐 “윤”이라는 말이 이름 앞에 붙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인가, 나에게도 “윤”이란 글자가 붙는 날이 있었어요.
내가 “윤”몰리라고 처음 불렸던 건, 아무도 집에 없는 심심한 오후, 뒹굴뒹굴하다가 심심한 나머지 현관에 놓여있던 슬리퍼를 베란다로 물고 와서는 신나게 가지고 놀았던 날이었어요. 나는 이빨로 재밌게 가지고 논 것뿐인데, 뭐 물론 이빨이 간질간질 해서 살짝 물어뜯기도 하긴 했어요. 이것도 이제 재미없어서 팽개쳐놓고 쉬고 있었죠. 외출 후 돌아오신 엄마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엄마도 나를 반가워하셨어요. 혼자 심심했냐고 머리도 쓰다듬어주셨죠. 그러고는 거실을 지나다가 베란다를 보시더니, 갑자기 발길을 베란다로 돌리셨어요.
그러더니 큰 소리. 주로 화가 나서 오빠들을 부를 때의 그 목소리와 표정으로
“윤몰리!!! 너 이 녀석 이리 와봐!”
나는 조용히 눈치를 보며 식탁 밑으로 기어갔어요. 오빠들이 혼날 때면 나는 화장실로 가거나 켄넬로 들어가서 귀를 막곤 했지만 이번엔 엄마가 분명 나에게 화를 내시는 거였어요.
“윤몰리! 누가 슬리퍼를 이렇게 다 뜯어놓으래? 누가 그랬어? 윤몰리 너지?”
나는 엄마의 무서운 눈을 애써 외면했어요. 잘 안 들리는 척 고개를 천천히 돌리고 얌전히 있었어요.
“윤몰리 너 한 번만 더 이렇게 해봐. 그땐 아주 더 무섭게 혼날 줄 알아!!”
그렇게 나는 “윤”몰리가 되었어요.
그 후로도 “윤몰리”라고 종종 불리게 되었어요.
산책길에 엄마 몰래 마른 지렁이를 질겅질겅 씹고 있다가 엄마와 눈이 마주쳤을 때...
대리석 식탁 위에 배를 깔고 쿨쿨 자다가 엄마에게 처음으로 딱 들켰을 때...
간식을 너무 많이 먹은 나머지 밤새 거실에 응가 지도를 잔뜩 그려놨을 때...
놀이터에서 실컷 놀았는데도 엄마 아빠가 집에 가자는 말에 계속 도망 다닐 때...
나는 그렇게 “윤몰리”라는 이름에 익숙해져 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