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견생을 통틀어 올해처럼 숨 막히는 더위는 처음 겪어보는 것 같아요.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숨이 턱 막히고, 뜨거운 햇볕에 달궈진 땅의 열기 때문에 산책은 물론, 그토록 좋아하던 놀이터에서의 신나는 시간조차 버거울 때가 많아졌어요.
평소에는 30분에서 1시간씩 즐기던 산책은 10분, 20분 내외로 턱없이 짧아졌고, 그 짧은 시간마저도 견디기 힘들 때가 많아졌어요. 반려견 놀이터는... 아예 엄두조차 나지 않았죠. 몇 번이나 놀이터 입구까지 갔다가 뜨거운 열기에 질려 발길을 돌리기도 했어요. 평소 같았으면 아빠에게
“멍멍멍멍멍!!!!!”
‘놀이터에 왔으면 신나게 놀고 가야지, 왜 그냥 가는 거예요?’
라고 떼를 썼겠지만, 이번만큼은 저도 정말이지 녹초가 된 기분이었어요. 도저히 뛸 힘조차 나지 않는 무서운 더위였으니까요.
“역시 집이 최고다, 몰리야. 그렇지? 에어컨 바람 솔솔 맞으면서 시원한 대리석 식탁 위에 올라가서 편히 쉬어.”
아빠의 그 말씀에 저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어디를 가도 저희 집만큼 시원한 곳은 없었거든요.
집 안에서 무료하게 뒹굴뒹굴하다가 깜빡 잠이 들면, 신기하게도 꿈을 많이 꿨어요. 주로 신나는 꿈이었죠. 아빠가 던져주시는 공을 따라 드넓은 놀이터를 신나게 뛰어다니거나, 단짝 친구 마카와 뒹굴면서 ‘나 잡아봐라!’ 놀이를 하거나, 엄마 아빠와 함께 빽다O에 가서 시원한 식혜의 얼음을 아삭아삭 씹어 먹는 꿈... 그런 행복한 꿈을 꾸다가 깨어나면, 그 아쉬움에 다시 눈을 감고 억지로 꿈을 이어 꾸려고 애쓰기도 했어요.
주말 아침이었어요. 엄마께서 잠깐 마트에 다녀오셨는데, 현관문을 열자마자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내가 밖에서 누굴 만났게?”
“아침부터 누굴 만났는데?”
“마카랑 마카 아빠를 만났지롱~”
엄마는 몇 주째 마카를 보지 못해 앓는 소리를 하시던 아빠를 일부러 약 올리셨죠. 그런데 엄마의 다음 말씀에 저는 가슴이 찡해졌어요.
“그런데 있잖아... 평소 같았으면 나를 보자마자 꼬리가 끊어져라 힘껏 흔들면서 껑충껑충 뛰어와서 애교 부리고 얼굴 핥고 뽀뽀하고 난리도 아니었을 텐데, 오늘은 글쎄 나한테 막 짖으면서 화내는 거 있지? 마카 아빠는 왜 그러냐고 엄청 당황해하시고...”
아빠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마카의 마음을, 행동을, 그리고 그 간절한 그리움을 단번에 알아맞히셨어요.
“아이고... 마카가 몰리 엄마 오랜만에 봤다고, 왜 이렇게 오랫동안 못 만났냐고, 몰리 누나는 어디 있는 거냐고, 몰리 아저씨 빨리 데려오라고, 그렇게 서운해서 화를 냈구먼.”
맞아요. 저도 엄마 아빠가 잠깐 외출하셨다가 돌아오시면 쏜살같이 달려가 꼬리를 흔들고 귀를 접으며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현하지만, 아빠가 먼 해외 출장을 다녀오시거나,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만나지 못했다가 다시 만나는 날에는, 그 반가움보다도 먼저 서운함이 밀려와서
“멍멍멍멍멍!!!!!”
하고 목청껏 짖게 되거든요. 오늘 아침 마카의 그 격한 반응이 바로 제 마음과 똑같았던 거예요.
'마카야...
우리가.....
놀이터에서 함께 신나게 뛰어놀지 못한 지 벌써 2주나 지났어.
그 2주란 시간이 꼭 2년처럼 느껴져.
실컷 놀고 네 집 앞까지 바래다주던 행복했던 기억도 이제는 가물가물해.
솔직히 말하면, 난.......
이번에 마카 너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아마 엄청나게 화를 낼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