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는 그 장난 제일 싫어요!

놀이터에 나만 혼자 남겨졌을 때의 두려움

by 윤희영

며칠 전이었어요.

그날도 어김없이 아빠와 아침 산책을 나갔어요. 아빠가 아무런 가방을 들지 않는다는 것은, 놀이터에 가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몰리 가방엔 몰리가 좋아하는 공, 터그 같은 장난감이 들어있거든요. 하지만, 나에게도 방법이 있어요. 이젠 나도 머리가 제법 컸거든요.


우선 밖으로 나가서 쉬야를 하고, 이제부터가 아빠와의 신경전 시작이에요. 아빠는 놀이터 반대 방향으로 나를 이끌려고 해요. 나는 네 발로 버티기 작전을 펼쳐요. 아빠는 발이 2개고, 나는 발이 4개예요. 이렇게 있는 힘껏 네 발로 버티면, 아빠는

“몰리야, 이쪽으로 가기 싫어?”

하면서 방향을 바꾸시거든요. 아빠가 놀이터 방향으로 걸어가시면 나는 얼른 쫓아가요. 심지어 너무 신난 나머지 아빠를 지나쳐서 아빠보다 앞에서 엉덩이를 실룩실룩 거리며 걸어가요. 엄마 같으면 절대 먹히지 않았을 거예요. 그땐 나도 고집을 부리진 않아요. 하지만 아빠는 내가 이렇게 떼를 쓰면 다 해주시거든요.


몇 차례 아빠와의 신경전이 있었지만, 오늘도 나의 승리인 거 같아요. 놀이터 바로 앞에서 나는 쏜살같이 놀이터 방향으로 뛰어갔거든요. 아빠가 말릴 틈도 없이.

놀이터 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친구들이 아무도 없었어요. 예전엔 이 시간에 푸 오빠가 와서 응가 하고 가곤 했는데, 요즘은 잘 마주치지 않아요.


푸 오빠의 큰고모, 작은고모가 바쁘신가 봐요. 아, 나는 엄마, 아빠, 오빠들과 사는데, 푸 오빠는 큰고모, 작은고모와 함께 살아요. 그중 작은고모는, 왜 작은 고모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엄마보다 키가 훨씬 커요. 암튼 그 작은고모는 놀이터에서 나를 볼 때마다 간식을 주셨어요. 다른 친구들이 다들 뛰어놀 때, 나는 조용히, 얌전히 푸 오빠의 작은고모 뒤에 가서 앞발로 고모 다리를 살살 긁어요.

한 번에 간식이 나오지는 않아요. 나는 이제 이런 걸 다 알고 있어요. 머리가 제법 컸다고 했죠? 작은고모를 계속 따라다니면서 작은고모 다리를 살살 긁어요. 눈이 마주치면 고모 눈을 계속 쳐다봐야 해요. 그럼 그제서야 고모는 다른 친구들 눈치를 살짝 보고 주머니에서 맛있는 간식을 꺼내서 내 입에 쏙 넣어줘요.

“이게 끝이야 몰리!”

라고 하시지만, 아직 몇 번 더 얻어먹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아, 이야기가 딴 데로 샜네요.

아빠와 나는, 결국 놀이터에 들어왔어요. 늘 그랬듯이, 아빠는 수돗가에 가서 내가 마실 물그릇을 깨끗이 헹구고, 시원한 물을 가득 채워줘요.

나는 밤새 어떤 친구들이 다녀갔는지 순찰을 시작해요. 내가 아는 친구들만 다녀갔는지, 새로운 냄새가 있는지 열심히 찾고 다녀요. 코를 땅에 박고.


친구들 냄새에 푹 빠져서 몇 분이 지난 거 같아요. 뭔가 싸한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들었어요.

‘어???’
‘어?????’

고개를 들어 놀이터 안을 훑어봤어요. 이쪽도 보고, 저쪽도 보고, 뒤를 돌아봤어요.

‘어???????’

우리 아빠가 안 보였어요. 다시 뒤를 돌았어요. 역시나 아빠가 안 계세요. 이 넓은 놀이터에 나 혼자만 있는 거예요. 내 맘도 모른 채 나무 위에선 참새들이 짹짹 거리고 있어요. 난 지금 혼자 덜렁 남겨졌는데 말이죠.

나는 다시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펴봤어요. 놀이터에는 놀러 오는 친구들도 없었고, 다른 아저씨 아주머니도 안 계셨고, 아빠가 좀 전에 나를 위해 떠준 물 한 그릇. 그뿐이었어요. 나는 네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어요. 쉬야가 나올 거 같았어요. 울음이 나올 거 같았지만 가만히 서있었어요.

나의 심장은 쿵쾅쿵쾅, 저 나무 위의 참새에게도 들릴 것만 같았어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나 혼자 집을 찾아가야 하나? 무서운 찻길을 혼자 건너가야 하나? 작은오빠 또래의 친구들이 나를 잡으려고 쫓아오면 어떡하지?’

머릿속은 온갖 걱정들로 가득했어요.

그때였어요.

“몰리~”

아, 분명 아빠 목소리예요. 반가움 반, 원망 반. 그런데 어디에도 아빠가 보이지 않아요. 또다시,

“몰리~~ 몰리~~”

아빠의 목소리가 확실했어요. 하지만 아빠는 보이지 않았어요.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짹짹 지저귀던 참새들이 앉아있던 커다란 나무.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뗐어요. 나무쪽으로 한발 한발 걸어갔어요.

갑자기 나무 뒤에서

“몰리~ 아빠 잃어버린 줄 알았어?”

하면서 아빠가 짠! 하고 나타났어요. 나는 한달음에 달려가 아빠에게 마구 화를 냈어요.

“멍멍멍멍!!!! 멍멍멍멍!!!!”
‘나한테 다시는 이런 장난하지 마요!!!!’

아빠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껄껄 웃으면서 나를 끌어안고 쓰다듬어줬어요.

다리에 힘이 풀려 집까지 걸어갈 힘도 없었어요.

‘아빠, 나한테 다시는 이런 장난하지 마요!!!’

P.S.

아빠는 그다음 날, 똑같은 장난을 똑같이 쳤고, 나는 또 속고야 말았어요.

‘아빠 정말 미워!’


놀이터에서 사라진 아빠


사라진 아빠 찾는 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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