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 마카와의 동거

by 윤희영
“혹시 마카를 맡겨야 할 일이 생기면 언제든 편하게 말씀하세요~”

놀이터에서 매일같이 마카랑 뛰놀던 어느 날, 마카 누나와 우리 엄마가 하는 이야기였어요.

‘정말로? 마카가 우리 집에 놀러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꿈만 꿨죠.


그런데 며칠 후, 정말 그날이 왔어요.


“저기... 혹시 마카를 며칠만 봐주실 수 있을까요? 가족 여행을 가게 돼서요.”
“물론이죠~ 아마도 몰리 아빠가 엄청 좋아하실 텐데요?”


그렇게 마카와의 꿈같은 동거 생활이 시작됐어요.


마카는 처음엔 조금 어리둥절해 보였지만, 매일 보던 엄마아빠와 오빠들, 그리고 저와 함께 있으니 금세 자기 집처럼 익숙해졌어요.

거실을 우당탕탕 뛰어다니고, 소파로 점프했다가 다시 점프하고, 작은 오빠의 인형을 물고 와서 서로 물어뜯고 난리도 아니었죠.


목마른지 제 물그릇에서 물을 마시고, 배변패드 위에 쉬야를 하는데… 어찌나 귀엽던지요.

쿠키 언니랑 저는 앉아서 쉬야를 하지만, 마카는 어정쩡한 자세로 서서 쉬야를 해요. 한쪽 다리를 드는 것도 아니고, 정말 애매한 자세로.

놀다가 찔끔, 또 놀다가 찔끔… 아빠가 보시곤 웃으시며 말씀하셨어요.

“마카 너, 완전 쉬야쟁이구나~”


한창 뛰놀고 베란다에서 배 깔고 쉬고 있는데, 마카가 슬쩍 사라졌어요.

그러더니 입에 슬리퍼를 물고 나타났죠.

‘설마… 아니겠지?’

역시나 베란다에 슬리퍼를 내려놓고 두 앞발로 딱 고정하더니, 질겅질겅, 왼쪽 오른쪽, 아주 제대로 물어뜯기 시작했어요.

‘아이구야… 마카야, 너 아직도 이걸 좋아하네? 누나는 벌써 졸업했는데… 뭐, 한창 그럴 나이지.’


근데 마카가 너무 재미있게 뜯길래, 나도 갑자기 이가 근질근질했어요. 마카가 슬리퍼를 놓자, 얼른 그걸 물고 자리를 잡았죠.

잠시 후 마카는 또 다른 슬리퍼를 물고 와선, 나란히 엎드려서 뜯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우리는 슬리퍼 뜯기 콜라보에 빠져 있었어요.

‘이 맛, 오랜만인데 재밌는걸?’

어릴 적, 아빠 집에 처음 와서 모든 걸 물어뜯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마카 덕분에 추억 여행을 했달까요?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어요. 마카가 이번엔 푸오빠 고모가 주신 방석을 물어뜯기 시작했거든요. 그때였어요. 방 문이 열리며 아빠가 등장하셨어요.

‘헉… 마카야, 이제 끝났다…’


저는 아빠와 눈이 마주쳤어요. 아빠의 눈빛을 애써 외면하며..

‘아빠… 저기요… 그러니까… 저는 그게 아니라… 그냥 슬리퍼만 조금…’


그런데 아빠는 혼내지 않으시고, 방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들고 오시더니 조용히 웃으시며 우리 모습을 영상으로 찍기 시작했어요.

‘에이~ 아빠! 마카 좋아하는 거야 알지만, 이건 너무하신 거 아녜요? 저한텐 그때 혼내셨잖아요!’


좀 삐지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저도 다 겪어본 시절이라 이해는 됐어요.

‘그래, 마카야. 실컷 물어뜯어. 나이 들면 그것도 재미없어진단다...’


마카는 4일 넘게 저희 집에서 함께 지냈어요. 사고도 많이 쳤지만, 아빤 한 번도 화내지 않으셨고, 우리 둘의 일상을 하나하나 영상으로 담아 인별그램에 올려주셨어요. 멀리 여행 간 마카 누나도 매일 마카 소식을 볼 수 있었죠.


아, 아빠가 가장 긴장했던 순간이 하나 있었어요. 바로 밥 시간!


마카는 정말 밥을… 마신다고 해야 할까요? 전 천천히, 사료 하나하나를 음미하는 타입인데, 제가 두세 알 먹는 동안 마카는 이미 자기 밥을 다 해치우고, 제 사료 앞까지 와 있거든요. 아빠가 얼른 막아주셔서 제가 밥을 마저 먹을 수 있었어요.


간식도 마찬가지였어요. 제가 10분 넘게 먹는 개껌 간식을 마카는 1분 만에 뚝딱! 그리고는 제 입에서 간식을 뺏으려 하죠. 저는 괜찮아요. 마카니까 다 줄 수 있어요. 근데 아빤 단호히 말하셨어요.

“마카! 안 돼! 그건 누나 거야! 기다려야지!”


‘아빠…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저는 괜찮아요.’


그렇게 마카와의 동거는 너무나 빠르게 지나갔어요. 마카가 집에 가는 날, 아빠가 말하셨어요.

“마카야~ 또 놀러오고 싶으면 언제든 환영이야~”


아빤 진심이었고, 저도 살짝 서운했어요. 엄마아빠도 마찬가지였죠.



P.S.

그 후로 아빠는 종종 엄마에게 이렇게 물으셨어요.

“마카 누나네 또 여행 안 간대...?”
마카_슬리퍼2.png
몰리집에 놀러와서 너무나 신난 마카


함께 산책가는 마카와 몰리


마카에게 짖는거 가르친 몰리


슬리퍼 물어뜯는 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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