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스타일이 아닌 엄마

by 김화영
드라마산후조리원_천국이라더니.jpg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_조리원은 천국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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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산후조리원_수유실_실제 내 표정과 반응도 엄지원과 거의 똑같았다. 아마 손도 저렇게 올라갔을지도...



책 집필 교정이 끝나갈 무렵, 편집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새로 시작한 tvn <산후조리원(박하선, 엄지원 주연)>이라는 드라마를 봤는데, 보면서 우리 책의 첫 글 문장과 꼭 같다며 깜짝 놀랐다고."


그제서야 드라마를 뒤늦게 챙겨보게 되었고, 시청하면서 7년전 초보엄마였던 시절이 떠올랐다.

나 역시 첫째를 출산하고 조리원 수유실에 들어서면서 시선을 어디 둬야할 지 몰라 분주하게 눈을 좌우로 움직였다. 그리고 아이에게 스스럼없이 젖을 물리는 엄마들을 보며 눈이 마주칠세라 고개를 이쪽 저쪽 돌리고 있었다. 왠지 빤히 쳐다보는 것은 실례가 될 거라는 생각에서다.




첫 아이 출산 후 지냈던 조리원은 내게 낯설었다. 누군가는 조리원이 천국이라고 했지만, 이제 막 2박 3일의 산고를 버티고 죽다 살아 온 내게는 어색한 것투성이인 곳이었다. 조리원에서의 일정은 생각보다 빡빡했다. 그 바쁜 일정의 중심에는 모유 수유와 유축이 있었다. 그 외에는 요가, 신생아 사진 촬영, 아이를 위한 장난감 만들기, 산모 마사지 등으로 채워진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땐 공동 수유실이 있는 조리원에 입소했다. 수유실은 상상했던 것처럼 모성애가 흘러넘치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10년 넘게 뜸했던 대중목욕탕에 홀로 들어가 뜨거운 탕 속에 쭈뼛쭈뼛 간신히 하체만 담근 기분이었달까.


출산 당시 2박 3일간 이어졌던 진통이 몸에 무리를 준 것인지, 모유량을 늘리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생각만큼 늘지 않았다. 출산이라는 고비를 넘긴 후 몸을 돌보려고 갔던 조리원은 분만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산모들에게 수유에 대한 압박을 주었다. 하루는 젖이 나오지 않아 괴로워 하는데, 젖을 물고 있던 아이 입가에 피가 묻어 나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다.


매번 배가 고파 우는 아이를 앞에 두고 수유량을 늘려야 한다며 과도하게 젖 물리기를 시도하고, 악에 바친 아이 얼굴이 벌게진 뒤에야 비로소 부족한 모유를 보충 분유 수유로 이어 가는 상황은 이해할 수 없었다. 우는 아이를 보니 초조해져 온몸에 진땀이 배어났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참 못할 짓이었다. 피를 본 그날 이후 나는 수유실로 가서 선언했다.


“저는 모유 스타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분유 수유할게요!”


수유실에 있던 선생님들이 어처구니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하지만 아이와 내가 서로 괴로운 상황을 억지로 이어 나가고 싶지 않았다. 후에 조리원 원장님이 가슴 마사지를 해주면서 모유가 잘 돌지 않는 산모도 많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분유를 먹어야 하는 아이의 상황이 안타까웠지만 미안하진 않았다.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최선을 다할 수 있을지만 생각할 뿐이었다. 나는 그 최선을 차선이라고 자책하며 내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수유를 위해 썼던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게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해줄 일이었다.


아이와 엄마가 서로 스트레스를 받는 육아는 누구에게도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나에게 육아는 남들처럼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게 아니라, 아이와의 바른 유대를 형성하며 우리만의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어 가는 소중한 과정일 뿐이다.




*어느 덧 그 아이가 지금 일곱 살이 되었고 내년(2021년)에는 드디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본 글은 2020년 12월 9일에 출간된 <엄마이지만 나로 살기로 했습니다(21세기북스)>에서 발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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