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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zip Mar 03. 2023

급매 중개했는데 비난 전화가 쏟아졌습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를 추구하며 시장경제주의를 지향한다. 모두 자유에 입각한 이념이다. 소유 물건을 자유롭게 팔 권리가 주어진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남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급매(빠르게 팔아야 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내놓은 매물)’를 성사했는데 여기저기서 비난하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중개인은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급매는 항상 나오는데 이렇게 많은 전화 통화를 받은 적은 처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ㅣ급매가 나오는 이유ㅣ

부동산 중개인의 말처럼 급매는 언제든 나온다. 출회되기가 무섭게 금방 거래된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급매가 나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이자 및 원리금 상환 부담, 임차인의 갑작스러운 전월세 계약 철회, 돈이 급한 임대인의 상황 등 무수히 많다. 급매는 부동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매물 중개 사이트 등 올라오기가 무섭게 나간다. 대부분 가격이 시세보다 저렴하기에 빠르게 이뤄진다.


ㅣ급매 중개했을 뿐인데 왜 비난하나ㅣ

부동산 중개인으로선 억울하다. 급매가 나와 거래를 중개했을 뿐인데 비난의 목소리를 들을 이유가 없다. 통상적인 업무 이행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급매 성사에 대한 화살을 꽂는 주체는 주변에 집을 소유한 이가 대부분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면 시세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기본적으로 형성된 호가가 있는데 훨씬 낮은 가격에 팔았기 때문에 기존에 내놓은 이들의 심리를 자극해 집값 하락을 부추긴다는 논리다. 가뜩이나 최근 전국적으로 집값 하락이 이어지고 있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다는 것이다.



ㅣ도를 넘어선 ‘신상 털기’ㅣ

비난의 화살은 부동산 중개인들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싸게 내놓은 주인공을 색출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실제로 부동산 중개 플랫폼 커뮤니티엔 "XX평 헐값에 매도한 사람 누구인가요?", "부동산 사무소 이름부터 밝히자", "매수자 신상도 현수막에 걸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등 매수인과 매도인, 부동산 중개인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기적의 논리’가 나오고 있다. 신상 정보 유추는 충분히 가능하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엔 날짜, 아파트명, 층 등 기본적인 정보가 나온다. 부동산 등기부등본까지 열람하면 역추적할 수 있다.


ㅣ법적 테두리는 마련돼 있다ㅣ

이런 행위 자체가 법을 어기는 것이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가격 담합은 금지돼 있다. 특정 가격 아래로 중개를 의뢰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매물을 올리도록 강요하는 행위, 특정 부동산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업무 방해하는 행위 등이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된다. 적법한 절차라면 몰라도 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는 뜻이다.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선 자신의 자유를 충분히 누릴 수 있지만, 남의 자유를 구속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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