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묵은 도시정비사업이 또다시 좌초됐다. 수없이 많은 갈등과 잡음이 해결되지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분위기가 달랐던 만큼 기대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난항을 겪으면서 ‘확정’이라는 단어를 품지 못했다. 너무나도 해묵은 지역인 만큼 실타래가 엮여 있는 가운데 잡음이 지속적으로 들리고 있다. 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산본1동1지구 재개발 예정 현장에 방문해 분위기를 살펴봤다.
ㅣ20년 이상 묵은 도시정비사업ㅣ
군포는 경기권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곳으로 꼽히는데 하루이틀 얘기가 아니다. 개발 속도가 느리고 환경이 깨끗하지 않다. 현장에 가면 손을 대야 한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다. 산본1동1지구는 지난 2010년 뉴타운 사업이 무산된 뒤 별다른 개발 이야기가 없었다. 워낙 오랫동안 표류됐기 때문에 쌓인 갈등도 많았기 때문이다. 복수의 건설사에서 군침을 흘리긴 했지만, 개발 소문만 간간이 나왔을 뿐 마침표를 찍을 순 없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기대가 컸다. 지난 2021년 12월 정비구역지정 고시를 받고 2022년 8월 한국자산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는 등 전반적으로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마무리짓지 못하면서 답보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ㅣ연기 이유는 컨소시엄 참여 논란ㅣ
이번 재개발 사업 연기의 골자는 컨소시엄이다. 조합원들은 시공자 입찰 공고에 반대하면서 전체회의를 요청했는데 1. 입찰지침서에 컨소시엄 금지 조항 명시 2. 공사비 예정가격 상한(3.3㎡당 570만원) 지정 3. 총회비용 사업비 처리 등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컨소시엄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갑자기 컨소시엄을 허용한다고 하니 황당하다”며 “대다수 조합원은 단독 입찰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ㅣ컨소시엄을 반대하는 이유ㅣ
건설업계에 따르면 메이저 건설사 두 곳이 머리를 맞대 컨소시엄 형태의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조합원들은 컨소시엄을 꺼린다. 단일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에 미래 가치가 떨어지고 아파트에 하자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이유에서다. 가뜩이나 아파트들의 부실공사 논란이 지속되는 형국이다. 아파트 브랜드 정체성이 불분명해지기도 한다. 시장 경쟁력이 하락하는 원인이다. 또 다른 조합원은 “굳이 컨소시엄 형태를 받아들이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조합원들보다는 특정 건설사를 위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ㅣ조합원들 반응은 각양각색ㅣ
조합원들의 반대만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다양한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다른 조합원은 “너무 오래 끌었기 때문에 지칠 대로 지쳤다”며 “어떤 식으로든 빠르게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개발 관련 이슈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닌데 지칠 대로 지쳤다”며 “사실 남의 일처럼 생각들기도 하는데 관심이 없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