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그리고 35일
이름을 부른다는 건,
일종의 각인(刻印)이다.
나는 지독히도 경계가 분명한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처음 만나는 사람의 이름은 기억하지도, 호칭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굳이, 새로운 관계를 맺어
새로운 상처를 만들고 싶지 않은
완강한 자기방어의 수단이다
남자든 여자든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나에게는 이유없는 상처가 된다
핑계 대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배운 '관계'라는 것이 상처의 전부였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느 때인가부터
사람은 왜 이렇게 힘겨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끊이없이 스스로 되물었던 것 같다
흔히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너무도 의존적인 방법인 것 같아서
마치 '누군가'가 없이는 살 수 없게 만드는 사람'중독증' 같아서
물론 사람과 어울리지 않은채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어쨌거나 사회적 동물이니까
모든 생물은 그 개체의 속성과는 상관없이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니까
단지,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으로
'관계'에 너무 의존하는 방법에 동의하지 않을 뿐이다
가끔은
'가족'이라는 관계조차 나를 의존적으로 나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엄마'의 눈물이 싫고
'엄마'의 상처가 내 인생까지 그대로 관통하는 순간이면
어쩔 수 없는 무력감에 좌절감까지 든다
보호해 주고 싶지만
칼이나 창이라면 방패라도 되어주겠지만
상처를 내는 것이 사람이라면 어떻게도 막아줄 수가 없다
겁쟁이라 해도 어쩔 수 없지만
그래서 나는
새로운 관계가 무섭다
그리고 그 관계를 시작하는 '이름'을 각인시키는 일이 싫다
'관계'라는 것은
내게는 너무 버거운 책임과 마음을 지우는 일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