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그리고 34일
나는 남녀간의 사랑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지독하리만치 '사랑'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그건 아마도
현실에서는 번번히 좌절된 절망과 실망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있어
한남자와 한여자 사이의 사랑이란
유통기한이 지나 썩을대로 썩어버린 감정에
배신에 대한 증오까지 덧입혀진,
곪아터지고 짓이겨져서 더는 회복될 수 없을 지경에 종착한
그 흔적이 낭자한 상처다.
그래서, 어쩌면 더
믿고 싶은지도 모른다
내가 이 생에 처음으로 눈을 떠
배운 '사랑'이라는 것이
그것만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죽도록 미워하고 싸우는 그런 일만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그런 모습들만 보고 자랐다고
이렇게
'사랑'이 매번 힘들고 고된 일은 아닐텐데.
나와 비슷한 풍경 속에서도, 나처럼 '사랑'이 힘겹지 않은 사람도 많을 텐데.
그냥, 내가 이렇게 생겨먹어 힘든 건지도 모를 일이다.
'도깨비'의 말처럼
천년만년 가는 슬픔이 어디 있고
천년만년 가는 사랑이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나는, 이런 나라서 죽도록 믿고 싶다.
천년만년 가는'슬픈사랑'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하나의 신앙처럼
그것만이 내가 사는 동안, 오직 믿는
단 하나의 희망이라고.
점점 소리는 멀어지고
선명히 보이는 것들도 점점 사라지겠지만
내 귀와 눈이 어둠 속에 완전히 갇히기 전에
그런 '사랑' 하나쯤은
그런 애틋한 풍경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