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안아 주세요

35 그리고 151일

by iAliceblue






때때로 나는 내가 '여자'인 것이 어색하고 불편할 때가 있다.

대체 '여자'는 어떤 얼굴을 하고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걸까.


어렸을 적, '엄마'는 나에게 누누히 말씀 하셨다.

'여자'라도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자주적인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여자'라고 해도 '남자'보다 못해서는 안 된다고.

어떤 일이든 혼자 힘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런 얘기들이 '엄마'가 무슨 양성평등주의자나, 페미니스트라는 말은 아니다.

그저,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혼자 힘으로 스스로를 책임질 수 없는 무력한 상황들이

'엄마'를 좌절하게 만들었던 경험에서 비롯된 아픈 조언들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말들은 내가 자라오는 내내 나에게는 '여자'로서 살아갈 하나의 '기준'이 되어 버렸다.

'못한다'는 말은 용납할 수 없는 말이 되었고

'어떻게 해서든' 해내야만 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못하는' 일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에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해 버리는게 선택의 우선 순위였다.

그래서 나는 '도전'하기 보다는 '안전'한 선택에 안주하게 되었다.

못할 것 같은 일은 애초에 기웃거리지조차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쉽게 내가 만든 함정에 빠지곤 한다.

'나'라면 뭐든 다 잘 할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함정.

실은, 하나라도 '실수'할까봐 전전긍긍하고 못한다고 '비난'받을까봐 두려워할 뿐인데.

그래서 움츠러 들고 그런 자신을 들키지 않으려고 '완벽주의자' 가면에 집착하고 있을 뿐인데.



그런 '나'에 대해 사람들이 하는 말은 거의 하나 같다.

"틈이 없다", "그렇게 뭐든 다 잘해서는 남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나는 '남자들이 좋아하지 않는 여자'가 되어 있었다.

이제와, 요즈음 '엄마'는 나에게 말한다.

-내가 너무 너를 그렇게 키워서 네가 아직 결혼을 못하는 것 같아.

라고.

'여자'는 결혼하기 위해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로서 살아가야 하는 걸까?

딱히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나는 이 말에 공감하지 않는다.

물론, 나 역시 '여자'이니까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고, 예쁜 '여자'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지 그 이유만으로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 내가 '여자'인 것이 오히려 불편하고 한없이 어색하다.

지금보다 어렸을 적엔 내가 '남자'라면 좀 달랐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

또 언제인가는, 나는 왜 다른 친구들처럼 '여자'답지 못할까 라는 생각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엄마'의 말들이 아니었어도 여전히 '나'였을 것이다.


나는 촌스럽다.

나는 구식이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를 테면,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어떠한 형식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령, 가까운 예를 들자면, 결혼식, 웨딩드레스, 신혼여행, ... 이러한 것들.

그리고 연애를 할 때의 필수조건이라는 '밀당'같은 것들.

나는 마주보는 앞모습보단,

그 사람이 '나'를 보고 있지 않을 때에도 그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을 '마음가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런 구식이다.

한마디로 그 사람 앞에서만 '예쁜 척'하는 내숭조차 떨 수 없는 그냥 '나'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한 척 하는 것도 '나'이고, 빈틈 없다는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는 '나'이다.

그러니까 결국은 '엄마'의 말이 내가 살아오는 '기준'은 되었을지 모르지만

내가 어떤 '여자'가 되어야겠다라는 기준은 아니었던 것이다.

'여자'라는 것은 '나'를 구성하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비록,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는 아니지만

나는 내가 '나'인 것이 나쁘지 않다.

촌스럽고 구식이지만

그래서 어쩌면 요즘 시대에는 답답하고 지루한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나'를 사랑해보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엄마를 안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