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그리고 164일
'엄마'의 취미들 중 하나는 '반품'이다
그렇다고 액면 그대로, '엄마'가 시시때때로 물건을 샀다가
변덕스럽게 '반품'을 한다는 말은 아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항상 그런 '물건'이 있다.
바로 백화점에서 구입한, 가격이 조금 나가는 '물건'들이 그렇다.
글쎄, 세상 모든 '엄마'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충분한 '엄마'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엄마'는 '엄마' 자신을 위해서는 비싼 물건들을 사지 않는다.
'비싸다'고 해서 몇 십, 몇 백의 '물건'들은 아니다.
내가 말하는 '비싸다'는 기준은
보통 나와 내 가족이 소비하는 평균적인 가계경제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어쨌든, 함께 백화점에 무언가를 사러 가게 되면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비싼' 범주에 들게 되면 사지 않거나
간혹, 정말 마음에 들어 샀다가도
너무 '비싸다' 싶어 다음날 백화점에 다시 반품을 하러 간다.
마음에는 들지만, 마음이 불편해서 소유하기 싫다는 것이 그 이유다.
'엄마'가 무언가 필요해서 구입을 하더라도 그건, 언제나 항상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닌,
비싸지 않은 '적당한' 가격의 것이다.
그런데, 나와 다른 가족들의 것들 구입할 때에는 그렇지 않다.
가격은 애초에 보지 않거나, 가격이 조금 나가더라도
가장 마음에 드는 좋은 것을 고르게 한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 역시 대부분은
'적당한' 가격의 범주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한다.
그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되는 일이다.
미안해서.
'엄마'의 인생을 돌이켜 보면
'엄마'는 삶의 모든 순간,
자신이 하고 싶은 것보다는
누군가를 위한 선택이 대부분이었다.
결혼 전에는,
하고 싶은 무언가를 생각할 여유도 없이
그저 매일매일 견디고 살아야 하는 것이 삶의 전부였고
결혼 이후에는,
다른 가족들을 위해 사는 것이 삶의 전부였다.
가끔 출근하면서 잠들어 있는 '엄마'의 모습을 지나칠 때면
마음이 시큰한 게 눈물이 차오를 때가 있다.
'엄마'에게 인생은, 단지 '견디는' 게 전부인 것 같아서.
살아남기 위해, 혹은 누군가를 위해...
요즘 들어 '엄마'는 그런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공허함을 많이 느낀다.
우울해 할 때도 있고
쓸쓸해 할 때도 있고
외로워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무 것도 해줄 것이 없다.
위로할 말조차 찾을 수 없다는 건 무력한 일이다.
내가 무얼 해줄 수 있을까.
'엄마'에게 무언가 좋은 것을 해준다고 해도
그건 '찰나'에 지나지 않을 위로일 뿐이다.
나는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고작 '엄마'의 반쪽 자리 인생을 살아놓고
'엄마'의 무엇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겪어보지 못한
그 시간들을 어떻게 '이해'한다 할 수 있을까.
나는, '엄마'의 인생에 대해 어떤 위로도, 이해의 말도 할 수 없지만
이것 하나만은 꼭 말할 수 있다.
-'엄마', 당신을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