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안아 주세요

35 그리고 175일

by iAliceblue







세상에서 가장 믿고 싶은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다는 아이러니함

매일매일, 그 사실을 곱씹으며 사는 일이

얼마나 괴로운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알 일이다



"배신"이라는 말은 상당히 자극적이고 치명적이다

그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리게 만든다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무엇보다 절대 겪고 싶지 않은.




내가 깨끗이 세탁해놓은 옷을 입고 출근한 사람이

회사에서는 다른 누군가가 사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 '다른 누군가'가, '나'는 정체조차 알지 못하는 존재라면.

"배신"이라는 단어 외에 떠올릴 수 있는 단어가 달리 있을까?

거기다, 부정할 수 없는, 이미 '전적[前績]'이 있는 경우라면.



이건 내가 겪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배신'이라는 단어는
내가 살아오는 내내 꽤 여러 번 등장한 일이다.

겪기도 싫은 일이지만

지켜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더 싫은 일이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배신'을 하는 존재가

나와 결코 멀지 않은 존재이기에 힘든 일이다.

'그 사람'으로 인해 나는 간접적으로 상처를 입는다.



'그 사람'을 보면서 나는 '남자'라는 존재를 믿지 못하게 된다.

누군가를 만나도 끊임없이 '의심'을 반복하면서

동시에 모든 남자가 '그 사람'과 같지는 않다는 자기주문을 되뇌는 일은

혼란과 불안한 감정만을 일으킨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차라리 혼자인 것이 더 편안하다고 느끼게 된다.

어떤 사람과도 교류하지 않을 때가 가장 평화로운 일상이 된다.



하지만 '엄마'에게 그런 평화로운 일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엄마'는 매일 겪고 있는 일이니까.

그런 '엄마'를 보면서

나는 '두 번' 상처를 받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매일 '상처' 받는 걸 지켜보는 일은

견디기 힘든 일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는 그저 '함께' 견뎌주는 일뿐이다.

때로는, 나도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싶은 순간도 있다.

그럼에도, 절대 그럴 수가 없다.



그저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언제쯤이 되어야

이렇게 견디면서 지나야 만 하는 순간의 '끝'이 올까 하는 것.

내가 견뎌낸 '오늘'이,

'오늘', '끝'이기를.






작가의 이전글엄마를 안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