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격 가지고 싸우지들 말라고
라떼가 자기랑 같은 MBTI라고, 서로 우겼다. 우리 가족은 철두철미한 조교 타입과 자유로운 방랑자 유형으로 나뉘었고, 각자 자기 쪽 성향을 갖다 대기 바빴다.
침 발라서 털을 고르려고 미리 물을 마신다. (계획파)
밤이 되면 집 곳곳을 꼼꼼히 순찰하고, 뭔가 의심스러운 게 있으면 온 집안을 샅샅이 파 본다. (치밀함)
저녁 8~9시에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함. (부지런함)
밤새 부지런히 쳇바퀴를 타고 세끼를 챙겨 먹은 후 새벽 5~6시에는 잠자리에 듦. (새 나라의 어린이 출신)
시키지 않아도 침실 톱밥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오줌은 화장실에서만 눈다. (세상 깔끔함)
흥, 똥은 아무 데나 싸던걸. (편한 게 최고)
좁은 틈에 끼어 있는 걸 좋아함. (별난 취미를 가짐)
뭘 먹거나 움직이다가도 수시로 멍 때림. (상상과 사색을 즐기는 편)
재면서 느긋하게 걷고, 걷다가 기지개도 켬. (여유만만)
강아지처럼 한쪽 뒷다리를 들고 집구석에 오줌을 갈김 (정체성 혼란 혹은 엉뚱함)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짧은 생을 살다 간 찌득이는 라떼와 성격이 달랐다. 찌득이는 입양 직후부터 핸들링(handling)을 시작해서 사람 손에 점차 적응해 갔고, 아프거나 불편한 게 있어도 내색하지 않았다.
반면에 라떼는 똑같이 핸들링을 시도했어도 50대에 접어들어서야 사람 손을 조금 허용해 주었고, 싫은 건 팍 뿌리치는 단호한 성격이다. 여행 가서 잠자리가 불편하자 (작은 사육장에서 이틀 밤을 자야 했는데) 집을 뚫을 기세로 밤새 긁고 갉아댔다. 찌득이는 내향형, 라떼는 외향형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햄스터가 자신의 감정을 우리에게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배가 아프다, 이거 참 맛있다, 나 깨우지 마, 갑자기 다가와서 놀랐잖아, 이렇게. 아직까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방법은 있다. 햄스터의 감정은 행동으로 알 수 있단다.
등을 바닥에 붙이고 배를 내 보이며 네 다리를 쭉 펴고 자거나, 귀를 눕히고 하품을 하거나 기지개를 켜는 건, 편안하거나 만족한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도망가고 싶을 만큼 무섭고 놀랐을 때는 쳇바퀴에서 질주한다.*
*참고: 김정희, 『햄스터』, 책공장더불어, 2014, pp. 170~180.
햄스터를 입양하면 그 아이의 행동을 잘 관찰해 보자. 햄스터마다 생김새와 덩치가 다르듯, 성격도 다르다. 사람을 따르는 유전자를 가진 강아지와는 더 많이 다르다. 햄스터는 스킨십을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작고 약한 동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귀를 쫑긋 세우고 사람 발걸음을 듣고 사람 냄새를 맡고 경계하다가, 자기가 원하는 게 있을 때만 조심스레 친숙한 손에 다가온다. 해바라기씨 껍질을 까먹는 귀여운 몸짓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면, 햄스터와 함께 살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