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 동물 한 마리를 입양한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겠지만
첫째 햄스터 찌득이를 잃고 난 후 둘째를 들일 결심을 하기까지, 자신을 용서할 시간과, 다시 생명을 마주할 용기가 필요했다. 유기 햄스터 입양을 도와준다는 인터넷 카페를 기웃거렸다.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버려진 햄스터를 입양하겠다는, 얄팍한 속셈이었다.
그 단체에서 제시한 외국 기준을 충족하려면, 거실 서랍장 위를 몽땅 치우고 거기에 거금 들여 제작한 사육장을 설치해야 했다. 그렇게 해도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입양을 거절당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자연주의 유기농 베딩(톱밥, 코르크, 풀 등 사육장에 깔아주는 것)을 사 대려면 매달 엄청난 지출을 해야 했다.
애초에 부담을 느끼며 식구를 들이면, 결국 파양이나 유기로 이어진다. 내가 입양하려는 아이들에게 똑같은 아픔을 다시 겪게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그 단체를 통해 입양하는 것을 포기했다. 역시 세상 일은 사랑만으로는 안 되는 건가, 좀 울컥했다. 안정적인 환경에 입양 보내겠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그렇게 높은 문턱을 만들어 두면 새 가족을 찾기가 오히려 어려워지는 게 아닌가.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을 통해 유기되어 보호 중인 햄스터를 입양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또다시 펫숍으로 향하지는 않았을 텐데. 보호 중이거나 자연사, 입양 등으로 보호가 종료된 동물들을 살펴보면, 햄스터뿐만 아니라 참 다양한 동물들이 이렇게나 많이 버려졌구나, 놀랄 수밖에 없다.
보호소에는 개, 고양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호소에는 햄스터, 토끼, 고슴도치, 닭 등 많은 동물이 있다. 사람들은 개, 고양이에 비해 소동물을 더 쉽게 사고 쉽게 버린다.
고양이 : 내 친구 쥐돌이는 며칠 전 안락사를 당했다네. 보호소에서는 강아지도 입양 가기 힘들지만 쥐돌이는 아무도 찾지 않았지....... 무료로 나눠 주거나 마트에서 1~2천 원에 파는 햄스터를 보호소까지 와서 입양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 박현주, 『동물에 대한 예의가 필요해』, 책공장더불어, 2021, pp. 101~102.
우리가 찾았던 펫숍에서는 골든 햄스터 입양 시 8만 원을 받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했다. 그들은 고객들에게 입양 서약서를 작성하게 했고, 보호자 동의 없이 미성년자에게 햄스터를 팔지 않았다. 햄스터를 진료하는 병원 목록과 같은 간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입양하는 아이에게 적합한 사육장과 물품을 추천해 주었다. 입양 후 일주일 이내에 햄스터가 생활하는 모습을 사진 찍어 보내도록 하여, 적절한 환경인지도 확인했다.
그러나 판매되는 햄스터들이 임시 생활하는 사육장을 살펴보니, '양육기를 빼고 혼자 생활'하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수많은 새끼들과 여러 마리의 성체들이 뒤엉켜 지냈고, 그중 가장 활발해 보이고 외관상 문제가 없는 아이를 골라 팔고 있었다.
<5개월 무이자 99,000원>
아이 : 엄마, 어린이날 선물로 강아지 사 주세요.
엄마 : (마음속으로) 비싸네.
펫숍이나 마트에는 개, 고양이, 토끼, 햄스터 등 많은 동물이 전시되고 판매된다. 사람들은 마트에서 칫솔, 과자, 쓰레기봉투가 담긴 장바구니에 넣을 생명을 고른다.
- 박현주(2021). 동물에 대한 예의가 필요해. 책공장더불어. (122쪽)
올여름부터 반려동물문화센터에 다닌다. 공간도 쾌적하고 교육장, 강아지 훈련장, 미용실, 강아지와 고양이 방이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놀랐다. 그곳의 유기 동물들은 아플 때 적절히 치료받아 건강했고, 기본 훈련을 잘 받았는지 준수하게 행동했다.
해피는 가족과 사별한 후 홀로 남겨졌다. 다행히도 센터에서 활동가, 자원봉사자들의 살뜰한 돌봄을 받으며 지내고 있었다. 반려인과 단 둘이 살 때 혼자 이쁨을 독차지했었는지, 다른 강아지들을 보면 으르렁거리고 시샘을 내기도 했지만, 보도를 따라 발과 코로 산책하는 모습은 도시남자 그 자체였다.
데이지는 이따금 바닥에 철퍼덕 엎드려서 꼼짝 않는 고약한 습관이 있지만, 애교가 넘치는 여자다. 락스물로 깨끗이 닦은 센터 바닥에 우리가 앉아 있으면, 묻지도 않고 우리 품에 쏙 들어온다. 어찌나 수더분한지 얘가 짓는 걸 본 적이 없다.
유기동물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사람은 이런 도심지 입양센터에 가보길 추천한다. 현장을 방문하면 선입견이 바로 없어질 것이다.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만큼 중성화수술, 예방접종, 구충 등 건강관리를 잘 받는다......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면 오히려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서 잘 관리받은 유기동물이 (동물 판매업소 분양 개체보다) 더 건강하고 행동문제도 적을 수 있다.
- 이학범(2017). 『반려동물과 함께하다』. 크레파스북. (78~80쪽)
아쉽게도 우리가 방문하는 센터에는 개, 고양이들만 살고 있다. 버려진 햄스터는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담뿍 받으며 새 가족을 기다릴 기회마저 누리지 못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상자에 담겨 다리 밑에 놓였다가 물살에 휩쓸렸거나, 추운 날씨에 저체온증으로 사망했거나, 굴을 파고 숨을만한 모래땅을 찾다가 다른 동물에게 공격받았을 것이다. 그렇게 스러져간 수많은 햄스터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