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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포도 Oct 15. 2021

호불호 7. 그깟 공놀이 (야구편)

야구를 좋아하는 신포도

(2020년 작성 글입니다) * 유난히 작성 시즌이 중요한 듯한 이번 글


2020 핫 키워드 코로나가 가져다준 시름을 잠시나마 잊은 기간이 있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가 1위 자리를 유지한 프로야구 개막부터 5월 중순경 까지. 하지만 배려넘치는 탑데는 혹여 내 일상에 방해가 될세라 찰나의 기쁨만을 주고 다시 내려갈 곳으로 내려가버렸다. 전문용어로 DTD라고 알랑가몰라. 물론 예전처럼 매일 일희일비하며 그깟 공놀이를 챙겨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사랑이 변하겠나. 뼛속까지 롯데팬이다.


부산 출신인 내가 모태 롯데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학창시절엔 축빠였기 때문에 안중에도 없었다. 다만 항상 의아했다. 왜 친구들이 뚱뚱하거나 머리 큰 아저씨들을 좋다고 하는건지. 대부분 큰 키에 몸관리도 잘해서 탄탄한 잔근육의 소유자인 축구선수들은 거의 무명에 가까워 나의 홍대병만 자극할 뿐 별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그들은 경기장에서 쌍욕만 안먹으면 선방이었다. 이에 반해 야구경기는 레귤러 선수들의 응원가를 하나하나 지어서 모두가 기억하고 목청껏 불러주는 게 그저 신기했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 주입식 교육에 장사없다. 부산에선 야구 하는 시간이면 웬만한 식당은 물론 대중교통을 탈 때도 끊김없는 중계를 들을 수 있다. 편파방송의 끝을 달리는 KNN라디오중계는 덤. 부산의 히딩크 로이스터 감독 재임 이후 롯데의 승승장구에 나 역시 야구장을 찾게 되었다. 초구만 참으면 주루플레이로 게임을 이끌어가는 테이블 세터진에 이어 조-대-홍-갈-풍 폭풍의 중심타선, 그리고 무엇보다 10승이상씩 꾸역꾸역 해내는 선발진 트리오까지. 롯데가 되는 야구를 보여줄 시기에는 야구장에 매일매일 내 목청을 갖다바치곤 했다. 존재만으로도 힘이나는 박기량과 매번 응원단석 앞 광클예약을 하게 만든 조지훈 단장의 지휘하에 “음악에 맞춰서”.


우승권에 가장 가까웠던 2010년에는 미국에 살고 있었는데 아쉬움을 달래고자 양키스 경기를 몇번 보러갔었다. 로드리게스의 쓰리런과 데릭지터의 탈인간급 미친 호수비, 그리고 박찬호의 막판 불지르기쇼까지 차원이 어나더인 MLB를 보면서도 내심 사직구장의 에너지가 그리웠다. 양키스 유니폼의 금발 어린이가 찬호박을 외치며 중지 치켜드는 걸 보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덤. 무튼 렛츠고 양키스와 박수가 응원의 전부라니. 멋대가리없는 양놈들.


이처럼 야구는 어디 살고 있던 간에 일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내 20대 대학생활의 일부였다. 매일 야구를 틀어놔서 불만일 법도 한데 같이 베이스볼 투나잇까지 다보고 입덕해주는 룸메이트가 있었고, 전국 8도에서 모여 다양한 구단 얘기를 할 수 있는 야빠 선후배들이 있었다.


우천취소가 될 때 친구랑 씩씩거리며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런 낙후된 이유로 헛걸음을 하는게 말이 되니. 이 다음에 내 딸이랑 야구볼 때는 엄마 어릴 때는 비오면 야구 취소되기도 했어, 라고 얘기할거야. 그러면 딸이 언제 적 얘기냐고 엄청 놀래겠지.” 딸은 낳을지 안낳을지 모르겠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얼마 전엔 돔구장에서도 비가 샌다는 뉴스를 봤으니. 2020년 우천취소 제일 많이 당한 내 팀(My 팀이라는 뜻, 내려갈 팀이라는 뜻 아님 주의) 롯데의 오늘 전적을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역시나 패배다. 박세웅 정신 언제차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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