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5박 36일. 5주간의 유럽 여행이 끝이 났다. 체력이나 이동 시간 등의 문제로 평소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긴 여행을 떠나는 건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장기간 이동하는 것을 많이 힘들어 하는 타입이고 특히나 비행기 타는 걸 너무 싫어해서 걱정이었는데 유럽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다시 떠나고 싶다는 마음뿐인 걸 보니 사실 여행이 적성이었나 싶다.
나는 파리 in 로마 out 일정이었는데 대한항공 직항을 탔다. 처음 파리로 향하는 14시간의 비행은 정말 힘들었고 지옥 같았다... 그래도 로마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11시간은 출국 때보다는 훨씬 덜 힘들었던 것 같다. 장기 여행이었기 때문에 장거리 이동에 익숙해진 것일까?
쇼핑을 하거나 사치를 한 것도 아닌데 딱히 돈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인지 예산을 한참 초과해버렸다. 처음 예산은 비행기랑 숙소 등 모든 비용을 합산해서 1000만원 정도였는데 300만원은 더 쓴 것 같다. 내 멘탈을 위해서 여행이 끝나고 난 뒤 정확한 비용을 정산하지는 않았다.
유튜브를 보면 1000만원으로 100일 동안 세계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꽤 보이는데 도대체 어떻게 한 건지. 나는 유럽 여행이었기에 대부분 한국보다 물가가 비쌌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했고 가고 싶은 곳은 다 갔기 때문에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비록 예산은 초과했지만 후회는 없다. 너무 좋은 경험이었고 여행 내내 매일이 새롭고 행복했다.
여행 루트는 파리(프랑스)-인터라켄(스위스)-프라하(체코)-비엔나(오스트리아)-부다페스트(헝가리)-베네치아(이탈리아)-피렌체(이탈리아)-로마(이탈리아) 순이었다.
2023년 12월 19일 출국, 2024년 1월 24일 입국(시차 때문에 12월 19일에 출국했지만 파리에 도착했을 때도 12월 19일이었다. 로마에서 1월 23일에 저녁에 출국했으며 한국 시간으로 1월 24일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파리(6박7일)-인터라켄(5박6일-야간 열차 탑승으로 하루 일찍 체크아웃)-프라하(4박5일)-비엔나(4박5일)-부다페스트(3박4일)-베네치아(3박4일)-피렌체(3박4일)-로마(6박7일)
학교가 종강한 바로 다음주에 여행을 떠나서 여유롭게 준비할 여유는 없었다. 종강하고 술만 마시다가 전날에 급하게 짐을 쌌다. 숙소와 나라간 이동을 위한 교통수단은 모두 예매를 해놓은 상태였다.
종강을 하자마자 급박하게 여행을 떠난 이유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꼭 파리에서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크리스마스라니.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었다. 내가 가장 기대했던 곳은 파리와 로마였기에 다른 도시에서 4~5일만 머문것에 비해 각각 일주일이라는 가장 긴 기간을 배정했다. 그리고 내 예감이 맞았다.
여행지에서 가장 좋았던 두 곳을 뽑는다면 단연 파리와 로마다. 덕분에 여행의 시작과 끝을 정말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또, 이탈리아를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했기에 거의 2주의 시간을 이탈리아에만 할애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건데, 예상은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국가 여행을 할 때 가장 볼 거리가 많은 나라로 이탈리아를 꼽는다는 것이었다.
로마 제국부터 도시 국가들까지 매력적인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는 역시 최고의 여행지였다. 게다가 이탈리아에도 알프스를 비롯해 훌륭한 자연경관이 많으니 도시보다 풍경을 선호하는 사람들까지 전부 만족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일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개인적으로 최고를 꼽자면 다음과 같다. 여행지로서 최고의 나라는 이탈리아, 최고의 도시는 로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스위스의 알프스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도시는 파리.
이번 여행에서 동유럽 3개국을 갔음에도 동유럽 중에서는 최고로 꼽은 곳이 한 군데도 없는데 사실 동유럽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같은 메이저 서유럽을 훨씬 기대했었고 실제로 경험해봐도 서유럽이 더욱 좋은 게 사실이었다. 동유럽도 좋았지만 전세계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여행지로 서유럽을 선호하는지 알겠달까.
스페인하고 영국을 못간 게 아쉬워서 여행을 늘릴까 생각도 했지만 비용도 그렇고 한국에 가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았기에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 로마의 고대 유적지들을 보며 굉장히 큰 감명을 받았는데, 다음 여행은 유럽이 아닌 남미와 미국을 가고 싶다. 일단 지금은 볼리비아-페루-멕시코-미국 루트를 생각 중이다.
언제 가게 될진 모르지만 반드시 갈 것이다. 3년 이내에 가는 걸 목표로 하고, 그땐 이번 여행보다 훨씬 긴 여행이 될 것 같아서 그동안 열심히 일하며 돈을 모을 계획이다. 여행이 끝나고 나니 가고 싶은 곳이 더욱 늘어나고 더 여행하지 못한 게 아쉽기만 하다. 이번 여행에서는 너무 돈을 아낌 없이 써서 다음부터는 가난한 배낭여행자가 되어볼 생각이다.
지난 4년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고 내가 원하던 성과도 이루었다. 그런 내게 선물처럼 주었던 여행이었고 스물 아홉살의 마지막과 서른살의 처음을 모두 유럽에서 보내며 큰 돈을 들여서 여행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계획이 틀어지고 다치고 아픈 것 마저도 부정적으로 생각되지 않았다. 힘들었던 순간도 우울했던 순간도 모두 뜻깊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마흔살이 되기 전에 버킷리스트에 있는 국가를 모두 여행하는 것이 목표인데 꼭 이룰 수 있기를 바라며 다음 여행을 천천히 준비해 보려 한다.
버킷리스트
미국
아이슬란드
페루
멕시코
볼리비아
터키
이집트
스페인
영국
탄자니아
+ 캄보디아, 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