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게 좋아 Jun 08. 2024

[로마 - 1] 마지막 여행지에서 처음으로 충격을 받다


이탈리아 로마 여행 : 24.01.17~24.01.23


혼자 떠난 36일간의 유럽 여행이 정말 만족스러웠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기에 블로그에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해보려 한다. 가장 최근에 다녀왔던 로마부터 역행으로 기억을 더듬어 작성할 것이다.


유럽 여행 중에 충격이나 감동을 받은 적이 딱 두 번 있었는데, 첫 번째는 로마의 포로 로마노에서였고 두 번째는 로마의 판테온에서였다.


로마는 유럽 여행 중에서 가장 마지막 여행지었다. 앞서 다 섯개 나라를 여행했고 이탈리아에서도 베네치아와 피렌체를 다녀온 뒤였지만 나는 마지막 여행지에서 처음으로 충격을 받았다. 유럽 여행을 좀 길게 하다 보면 나중엔 어딜 가든 다 비슷해 보이기 마련이고 장기 유럽 여행자들에게 실제로 같은 말을 여러 번 들었다.


그 이유는 유럽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낭만적인 건축물들과 수많은 성당, 그리고 가톨릭 문화 때문일 것이다. 어느 도시에 가더라도 꼭 봐야 할 관광지로 내세우는 것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성당들이고, 유럽에는 어딜 가나 크고 작은 성당이 정말 많다.


또한 미술관에 가면 성경과 신화에 관련된 그림들이 대부분에 화풍도 색다르지 않다. 나는 유럽에서 미술관에 많이 방문했는데 내가 미술에 문외한이고 그림 보는 눈이 전혀 없기 때문인지 솔직히 미술 작품들은 다 비슷해 보이긴 했다. 서로가 얽히고설킨 유럽의 역사 구조 상 여행이 길어지면 다 비슷해 보이는 것도 당연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여행이 아주 길지는 않았기에 유럽이 다 거기서 거기로 느껴지는 지경까지 가지는 않았다. 유럽 국가들이 비슷비슷한 느낌인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라마다 그 특색이 나름 있었고 건축이나 분위기 등에서도 차이가 보였다. 어쨌든 유명하다는 곳은 전부 방문하고 간 마지막 여행지에서 처음으로 충격을 받다니. 그런 강렬함을 줄 수 있는 로마가 놀라웠고, 로마에 빠지게 되었다.


로마에 도착한 첫날에는 가장 먼저 콜로세움을 보러 갔다. 비가 내리고 날은 흐렸지만 콜로세움은 정말 웅장하고 멋있었으며, 야경이 특히나 아름다웠다. 책과 영상으로만 보던 걸 실제로 목격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감회가 남달랐다. 콜로세움 내부도 당연히 방문했지만 콜로세움에서 충격까지 받지는 않았는데 그 옆에 있는 포로 로마노를 방문했을 때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웅장했던 콜로세움과 그 내부
내부를 거닐며 서서히 소름이 돋았던 포로 로마노

포로 로마노(Foro Romano)는 콜로세움 옆에 있는 유적지로, 콜로세움 티켓 구매 시 함께 방문할 수 있는 곳이었다. 고대 로마 시민들이 실제로 생활하던 곳인데 2000년 전 로마인들의 실제 생활 터전이라고 생각하니 새삼 충격적이었다.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고대 유적지를 둘러보며 서서히 소름이 돋았다. 2000년이란 세월이 너무나 압도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포로 로마노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굉장히 아름다웠으며 콜로세움까지 보였다.


생각보다 포로 로마노에서 큰 감흥을 받지 못한 후기들을 종종 보았는데 아마 내가 역사를 남달리 좋아하기 때문에 특별히 감명을 받았을 것이다. 나는 대학교에서 사학과를 부전공으로 삼았을 만큼 역사를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관심있는 분야는 고대사다. 그렇기에 로마의 고대 유적지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도 당연한 것 같다.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가 너무 좋았기에 입장료가 꽤나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자세한 설명과 함께 이곳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며칠 뒤 가이드 투어를 통해 두 번째로 방문했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나는 가이드 투어를 꽤나 애용했는데,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제외하고는 한 도시 당 한 번 이상은 꼭 투어에 참여했다.


전부 마이 리얼 트립이라는 어플을 이용했는데, 가고 싶은 곳만 골라 가이드를 통해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여러 반일 투어, 당일 투어 상품이 많아 유용했다. 미술관 같은 곳은 특히나 가이드 없이 둘러본다면 작품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예쁘다는 감상만으로 끝날 것 같아서 미술관에서 특히 많이 이용했고, 그 나라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었기에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다음에 장기 해외 여행을 떠난다면 혼자 이동이 불가능한 액티비티 상품이 아닌 이상 이번처럼 가이드 투어를 자주 이용하진 않을 것 같다. 한 번 투어를 진행할 때마다 4~7만원 정도였던 비용이 예산 초과의 주범이기도 했고 공부한 후 혼자 둘러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떼거지로 몰려다니는 건 역시나 취향이 아니다. 체력적 부담도 상당하고 기가 빨리는 느낌이다.


여행 둘 째날에는 판테온을 방문했고, 여기서 두 번째 충격을 받았다. 사실 유럽을 여행하면서 실망했던 점은 건축물들의 역사가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것이었다. 1000년 전 세워졌다고 하지만 알고보니 전쟁이나 재해 등으로 과거에 소실되었고 1~200년 전에 재건했다거나 지을 당시 비용과 상황 등의 문제로 건축을 몇 백년간 지속해 시대마다 대표하는 여러 양식이 혼합된 건축물들이 많았다. 그렇지 않더라도 건축물들이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판테온을 본 순간 유럽에서 아름답다고 느낀 건축물들의 잔상이 머릿속에서 씻겨나가는 느낌이었다. 약 1800년 전 건축된 이 신전은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고, 보는 순간 세월과 역사가 그대로 전해져 충격적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한 '진짜'라는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판테온은 기원전에 처음 지어졌다가 화재로 소실되어 서기 2~3기경 하드리아누스 황제에 의해 재건된 것이라고 한다.

처음 본 순간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판테온
판테온 내부

한눈에도 이 건축물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느껴졌고 그 세월이 내게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역시 나는 고대사를 좋아하나 보다. 그래서 로마 여행을 하면서 꼭 이집트와 터키, 페루, 멕시코가 가고 싶어졌다.


평소 고대사를 비롯해 세계 불가사의, 고대 문명, 미스터리 등에 환장하고 그와 관련된 유트브 영상을 자주 찾아보기 때문에 다음 여행에서는 꼭 고대 유적들이 많은 곳으로 가고 싶어졌다. 스위스의 아름다운 설산을 경험한 후 다음 여행으로 아이슬란드를 가서 압도적인 풍경을 꼭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우선순위가 바뀔 정도로 로마에서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

야경이 더욱 아름다웠던 콜로세움과 그 옆에 위치한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헝가리까지는 야경을 많이 보러 다녔는데 이탈리아부터는 지치기 시작해 밤에 많이 나가지 못 했다. 해가 5시에 짐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나가 온종일 돌아다니는 일정을 매일 소화한 탓에 피로가 누적되었다. 체력이 별로 좋지 못해 로마의 야경을 매일 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그만큼 로마의 야경은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둘째날은 유명한 스페인 광장, 트레비 분수, 나보나 광장 등을 갔지만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판테온 같은 고대 유적에서의 경험이 훨씬 좋았다. 로마 이전까지 내 1순위는 늘 첫 번째 여행지인 파리였지만 이날 로마로 1순위가 바뀌었다.

트레비 분수

오후에는 조국의 제단에서 전망대에 올라갔는데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는 물론 로마가 한눈에 보이는 전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봤다. 전망대에 꽤 오래 머무르며 경치에 감탄했는데 내가 로마에 또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쉽지 않은 현실에 씁쓸해지기도 했다.




조국의 제단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경

유럽의 많은 명소에서 전망대에 올랐지만 조국의 제단에 방문한 날에는 날씨가 흐렸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본 전망대의 전경 중에서 최고로 꼽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한참을 그 광경을 바라보며 내가 이 아름다운 도시에 다시 한번 방문할 수 있기를 기도했고, 이날 로마는 나에게 최고의 도시가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36일간의 유럽여행을 마치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