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내가 소유할 수 있는 방의 크기를 가늠해보는 밤이면 서글퍼진다. 그런 밤이면 꼭 술이 마시고 싶다. 이 층에 위치한, 햇살이 잘 들어오지 않는 좁은 원룸. 창문 밖은 창살로 가로막혀 있고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계단이 풍경으로 펼쳐지는, 좁고 누추하고 아늑한 내 방.
내가 사는 곳은 집이 아니라 방이다.
나는 언제까지 집이 아닌 방에서 살게 될까. 언제쯤 나는 주방과 거실과 방이 분리되어 있는 집에 살아볼 수 있을까. 내가 서울에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서울의 모든 것을 먹고 마시고 즐기고, 내 것으로 만드는 기쁨에 취해볼 수 있을까.
이곳에 내 소유물은 없다. 내가 입고 있는 옷과 차고 있는 손목 시계, 벽 한쪽에 쌓여있는 책더미, 오래된 스탠드, 작은 책상.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인 것만 같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결코 갖지 못할 것이라는 기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떠한가. 나는 병들어있다.
내 병을 네가 가져가고 네 병을 내가 가져오면 우리는 사이좋게 죽게 되겠지. 서울은 죽어가고 있는 거야. 누군가를 너무 미워하면 때로는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느껴지는 것처럼, 사람들은 서로를 너무 사랑하고 너무 미워한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시의 주인공이 되는 거야... 나는 모두가 병든 그날의 거리에 서 있지. 시 속의 거리는 서울의 골목이었어. 아무도 잠들지 않는 그런 밤이 또 찾아오네. 소란스러운 침묵을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은 침대 위에서도 잠에 들지 못 하지.
하지만 우리는 명랑하게 살아야지... 포로 수용소에 갇힌 유대인이 그 안에서도 작은 행복을 발견한 것처럼 행복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한창 무덥다가 갑자기 시원해지는 밤바람에도 행복이 있는 거라고. 사실은 서울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일 년 전 과제로 쓴 에세이가 있다. 이렇게 썼었지. 친구들은 가난할수록 서울을 미워하고 가난할수록 서울을 사랑한다고.
모두가 같은 땅 위에 서 있어도 같은 시간을 살지는 않지. 서울은 언제나 그런 방식으로 서울이겠지. 원래 인생이 다 그런 거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어른들이 싫다. 얼굴이 아닌 표정이 늙었을 때 진짜 나이가 든 것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지.
서울. 이곳은 내가 떠날 곳, 돌아올 곳, 머물 곳, 어쩌면 죽을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