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작가에서 디저트 가게 사장으로 6
제목을 썼다가. 너무 공격적인 제목 같아 지웠다 썼다를 반복했다. 나 또한 카페 사장이기에 특정한 집단이나 인물을 저격하고 싶지 않았는데 왠지 저격하는 느낌이 들어서 어딘가 모르게 찝찝했다. 하지만 이렇게나 공격적인 제목을 쓸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다.
공유 주방에서 디저트 사업을 시작하고 얼마나 지났을까? 개인 주문 고객님들도 하나, 둘 생겨났고 카페 사장님들의 디저트 납품 문의도 조금씩 생겨났다. 그런데 내가 고객으로 만났던 대부분의 카페 사장님들은 무척이나 친절하고 다정했지만, 거래를 위해 만난 사장님들은 한결같이 싸가지가 없었다. (내가 유독 운이 나빴던 걸 수도 있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고압적이고 제멋대로였다. 말투에서부터 상대방을 동업자가 아닌 '을'로 대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디저트 샘플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얼마든지 좋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 사장님들은 그다지 곱지 않은 말투로 이야기를 했다. 그저 ‘디저트 샘플 요청합니다.’ 정도만 해도 좋을 텐데... '디저트 한 번 보내 봐요.' 라거나 ‘디저트 보내볼래요? 한 번 맛이나 봐볼게요.’ 등등 선심 쓰는 듯 말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 건데 말이다. (심지어 ‘샘플신청’ 네 글자만 보내는 분도 계셨다)
게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밤이고 새벽이고 연락을 해오는 일이 많았다. 문제는 본인이 필요로 한 연락은 그렇게 밤낮 가리지 않고 독촉을 해오면서도 반대의 상황에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을 씹고 잠수를 타는 경우도 많았다. 카페를 운영해 보니 바쁜 것도, 정신없어서 해야 할 일을 놓치는 경우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것에 대해선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름 험난하다는(?) 방송가에서 십 년 넘는 세월을 지내오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왔지만, 아직도 내가 만나보지 못한 종류의 사람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던 시간이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사장님 몇 분 계신데... 그중 한 분은 디저트를 받아 놓고 잠수를 해버린 사장님이다. 그때 나는 초보 사장이어서 깐깐하게 예약금이나 선입금을 받지 않았다. '나는 당신을 신뢰합니다'라는 인상을 주고 싶은 게 먼저였기에, 설령 디저트값을 못 받아 손해를 보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또 설마 자기 이름을 걸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돈을 떼먹겠나? 하는 안일한 생각도 했던 거 같다.
아무튼 디저트 예약이 들어왔기에 일단 생산을 하고 발송을 해드렸다. 발송 후에 잘 받으셨는지 연락을 드렸지만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나중에 택배 시스템으로 잘 도착했다는 걸 확인하고선 다시 한 번 연락을 했지만 여전히 묵묵부답. 결국 나는 공짜로 디저트를 보낸 바보가 되었다. 돈을 떼인 건 상관없었다. 다만 내 디저트가 맛이 없어서 연락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나? 하면서 슬퍼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어떤 사장님은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납품 요청하는데 굳이 인사말 같은 거 안 써도 되죠?'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다. 그러니까 그분은 본인이 '사장'이고 '윗사람'인데 자기가 왜 먼저 '안녕하세요?' 따위의 인삿말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인사고 뭐고 필요 없이... 인터넷 쇼핑몰 옵션 선택하듯이 '스콘 00개. 휘낭시에 00개' 이렇게만 연락하고 싶단 거였다. 음... 아직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정말 궁금했다.
'사장'이라는 타이틀에 취해서 상대에게 기본적인 예의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계속 보니 조금 회의감이 들었다. 그래서 디저트 납품이라는 일에 점점 매력을 잃었다. 그러던 차에 공유 주방에서 청천벽력 같은 공지가 내려왔다. 그게 내 일생에 커다란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