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작가에서 디저트 가게 사장으로 7
공유 주방에서 디저트를 만들며 내 작은 사업을 일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공유 주방의 이전 통보였다. 그것도 내가 사는 곳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곳으로 말이다. 처음엔 그냥 짜증 났다. 왜 이런 식으로 나의 일상이 흔들려야 하나? 하지만 짜증만으로 넘길 수 없는 문제였다. 사업의 방향성이 바뀌고, 나아가서 내 브랜드 존재 자체를 잃어버리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이랬다.
그 공유 주방은 정부의 특별한 허가를 받은 공간이었다. 그래서 정식 해썹(HACCP) 인증을 받지 않은 작은 사업자들도 일정 기준을 만족하면 다른 사업자에게 제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허용된 유일한 공간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만들던 디저트는 일반적인 베이커리에서 만든 것과 달리, 유통이 가능한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공유 주방이 이사를 하면 그 허가가 소멸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법적으로 나는 더 이상 다른 가게에 납품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 회차에서 언급했듯, 당시의 나는 이미 납품에 대한 회의감이 깊어지고 있던 때였다. 그런데 거기서 법적인 제동까지 걸려버리니 공유 주방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 왠지 마음 한구석이 후련해졌다. 마치 싫어하던 것을 그만둘 수 있는 명분이 주어진 것만 같았다. 이게 비겁한 도피인지, 자연스러운 전환인지 모르겠지만 그때 내가 생각한 선택지는 딱 두 가지였다.
휴업 혹은 폐업.
하지만 또 여기서 문제는, 무턱대고 휴업이나 폐업을 하고 싶진 않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일을 그만두는 것 자체가 싫었다. 납품은 그만두었지만 그게 내가 만든 디저트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니까. 게다가 내가 만든 디저트를 기다리는 개인 고객님들이 있었다. 내 디저트로 결혼식 답례품을 준비한 고객님, 휴가 갈 때 내 디저트를 가지고 가고 싶다던 고객님... 그런 소중한 한 분 한 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거기에 납품을 하던 카페 사장님들께 당장 납품을 끊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휴업이나 폐업 생각은 접었다.
그럼 이제 문제는 장소였다. 공유 주방을 따라 사업장을 옮기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게다가 이곳에 다 풀어 쓸 수 없지만 공유 주방을 따라 사업장을 이동할 시에 따르는 제약과 변경 사항이 너무나 많았다. 그 모든 것들을 감내하면서까지 그곳에 남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그 공간을 나가면 당장 디저트를 만들 수 있는 곳도, 재료를 둘 곳도, 배송 준비를 할 택배 박스 하나를 쌓아둘 자리조차 없었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였다.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서너 달 남짓. 사업자는 살아 있지만 실질적으로 일할 공간이 없는, 기묘한 유예 기간이었다. 그렇게 막막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제안이 들어왔다.
“한 달 동안, 나만의 카페를 운영해 보지 않으실래요?”
공유 주방에 이은, 공유카페라는 개념이었다. 하루하루 주인이 바뀌는 작은 공간. 영업일을 직접 정하고, 내 색깔과, 내 메뉴로 채울 수 있는 진짜 내 가게. 그렇게 ‘정해지지 않은 미래’는 또 다른 공유의 이름으로 내게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