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Magazine Nov 14. 2022

"당신은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기록을 통하여 자신과 삶을 바라보는 @shang_ari 님의 이야기

IMAGAZINE INTERVIEW SERIES 4




 

 어렸을 적 방학 숙제 중에 그림일기가 있었다. 개학 전 날 밀린 일기를 밤늦도록 쓴 기억이 대부분이다.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가는 것일까. 요즘은 간편하게 매일을 기록할 수 있는 수단이 많이 나오지만 매일을 기록하는 일은 쉽지 않다. 기록한다는 것 자체가 보통의 성실함과 애정으로는 되지 않는 일이다. 매일을 기록한다는 것은 매일 남길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매일의 삶을 다정하고 성실하게 바라봐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shang_ari 님이 지금까지 기록한 다이어리는 총 50권에 달한다. 그는 어떻게 기록하는 힘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안녕하세요 @shang_ari 님,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것저것 일 벌리기 왕JE 입니다. 그 중에 기록하는 일을 가장 좋아해요. 



다이어리를 50권을 썼다는 것 자체로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져요. 처음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 였나요? 

 가장 처음 다이어리를 쓴 건 아무래도 유치원때 그림 일기가 아닐까요? 자발적으로 처음 쓰게 된 건 중학교 2학년 때인것 같아요. 



자발적으로 쓰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초등학교 때 다들 방학숙제로 일기 써보셨잖아요. 사실 그때도 저는 일기를 꼬박꼬박 썼어요. 개학전에 몰아서 쓴 적이 한번도 없죠. 그 만큼 어렸을 때부터 저의 하루를 돌아보는 일에 대해 큰 귀찮음이나 거부감이 없었어요. 일기를 다시 보면서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꾸준히 쓰게 된 것 같아요. 



그가 쓴 다이어리 중 한 페이지. 마치 하나의 아트북을 보는 것 같다.



꾸준히 쓰는 것도 대단한 일인데 정성스레 꾸며진 다이어리를 보고 있으면 정말 감탄하게 돼요.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까지 무언가를 기록하고 꾸미는 걸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왜 이렇게 꾸미고 적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귀찮았던 적은 없나요? 

 다이어리를 열었을 때 아무것도 없는 빈 페이지가 있잖아요. 그 공간은 누가 뭐라해도 제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거죠. 내 입맛대로 원하는 세상을 꾸미고, 그 안에 저라는 사람이 느끼는 생각과 감정, 그 모든 것을 넣어 '나'라는 존재를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다이어리를 꾸미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하고 싶다는 열정이 타오르지 않으면 엄청나게 귀찮죠. 그래서 꾸준히 일기를 쓰는 건 가볍게 핸드폰으로 기록하고, 기념할만한 일이 있을 때 다이어리를 꾸미고 손으로 일기를 적는 걸로 지금은 제 자신과 타협을 봤습니다.(웃음) 그래야 꾸준히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일기는.




다이어리를 보면 굉장히 잘 꾸며져 있어요. 다이어리 자체에서 느껴지는 고유의 감각도 있고요. 손재주가 좋아보여요. 미술이나 디자인 관련 전공을 하셨나요? 

 전공은 예술과는 전혀 상관없는 IT경영학과를 나왔어요. 어렸을 때 미술학원을 다니기는 했는데, 그때도 눈에 띄게 잘 그리는 학생은 아니였어요.  하지만 뭔가를 이것저것 만들고 그리고 하는 일은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죠. 아버지가 손재주가 엄청 좋으세요. 저도 약간은 물려받은 것 같아요.




그의 예술적 감각이 느껴지는 페이지. 




다이어리 특유의 자유분방한 느낌이 좋아요. 자유분방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이 있어요. 다이어리를 쓸 때 @shang_ari님만의 원칙이나 순서가 있을 까요 ?

 저만의 원칙이나 순서는 따로 없어요. 갑자기 이런 느낌으로 꾸미고 싶다거나 아니면 구매한 스티커에 맞춰테마를 정해요. 그래서 다이어리 내용은 우울한데 다이어리는 반짝반짝 할 때도 있어요. 굳이 팁? 같은 걸 하나 말하자면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고 해요. 꾸준히 쓰는게 중요하니까, 내가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되거든요. 안그래도 쉽게 질려하는 성격이라 그런 부분을 스스로 좀 조심하려고 해요. 다이어리를 오래오래 쓰고 싶거든요. 



@shang_ari님의 기록하는 일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답변이네요. 본인이 쓴 다이어리를 다시 읽어보기도 하나요? 

 언제 쓴 다이어리인지에 따라 좀 달라요. 사춘기 때나 너무 적나라하게 감정이나 힘듦을 쏟아낸 다이어리는 다시 보기 좀 부끄럽더라구요. 반면에 영화나 독서 감상,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다이어리 같은 경우는 자주 봐요. 



가장 애착이 가는 다이어리도 있을 것 같아요. 

가장 애착이 가는 다이어리는 아무래도 제가 모눈 다이어리에 저만의 세상을 열심히 꾸몄던 다이어리예요. 그 때는 다이어리 한장 꾸미는데 1시간에서 2시간도 걸렸죠. 제 취향이 가장 많이 담겨 있는 다이어리이기도 해요. 그때는 꾸미면서 힘들지도 않았어요.  




그의 기록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을 준다.



다이어리를 쓰면서 '나'라는 존재를 담는다고 하셨는데 @shang_ari님이 담으신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진짜 복잡한 사람이더라구요. 불 같은 사람이기도 하고, 갈대 같은 사람이기도 하고, 생각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기도 하고. 이것말고도 100가지는 더 있는 것 같아요. 아까 했던 말과 중복이 될 수는 있는데 다이어리의 빈 공간을 채울 때면 내가 나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오롯이 저만의 감정, 생각에 집중하게 되고 그것들이 모여 저라는 존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 같아요. 쓰다보면 문득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되고 이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돼요. 



그가 준비하는 인스타툰의 캐릭터. 왼쪽부터 병구, 샹아리, 해피.



인스타툰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시작하게 된 계기나 내용이 궁금하네요.

 다이어리를 쓰다보면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갑자기 떠오르기도 해요. 인스타툰도 그 중 하나였죠. 다이어리를 쓰다가 문득 해보고싶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 시도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창업을 하기 위해 홍보용으로 친구와 함께 시작했어요. 상어탈을 쓴 병아리, 샹아리와 그의 절친한 친구 병구, 개구리 인형 해피, 이 셋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요. 지금은 잠시 휴식기를 가지면서 인스타툰을 재정비 중이예요.



매일을 기록한다는 일. 어찌 들으면 쉬워보이고 단순해보이지만 안해 본 사람은 모른다. '매일'이라는 단어가 주는 성실함의 무게를. '기록'이라는 단어가 주는 살뜰함의 온도를. 우리는 우리에게 놓여진 빈 페이지를 몇 장이나 채울 수 있을까? 당신은 그 페이지에 무엇을 넣고 싶은가? 머릿속으로 가득한 생각과 오늘의 이야기를 페이지에 털어 적어보자. 혹시 모른다. @shang_ari님 말처럼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될 지. 일단,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되어 하루를 돌아보는 것이다. 심오할 필요 없다. 단순하고, 간편해도 된다. 그저 오늘을 돌아보고 기록해보는 것이다. 당신 앞의 빈 페이지는 오롯이 당신의 것이다. 



에디터 : JIN

사진 제공 : @shang_ari

프로젝트 IM instagram : @I.magazine

프로젝트 IM 홈페이지 : IMAGAZINE




IMAGAZINE 에서  'I'm 1/4 다이어리, IM Diary'를 제작하였습니다. 




우리는 은연중에 시작이 완벽해야 모든 것이 완벽해질 것 같은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다들 새해에 쓸 다이어리를 신중하게 고릅니다. 그리고 여름즈음에 일상의 기록에 시들해진 스스로에게 실망하곤 하죠. 쓰다만 다이어리는 중간의 빈칸이 마치 우리의 게으름을 증명하는 것 같아 쓰기 싫어집니다. 1년은 절반이나 남았는데 내년을 기약하죠. 아날로그는 그 가치가 소중한만큼 지속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에 Project IM 은 의문을 가졌습니다. 왜 우리는 시작의 의미를 1월 1일에만 부여하는 것일까요? 작심삼일이라면 삼일마다 새로운 마음을 가지면 되는 일 아닐까요? 우리는 우리에게 너그럽게 굴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고. 저희는 여러분에게 그런 여유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I'm 1/4 가벼운 다이어리, IM Diary '는 여러분에게 4번의 시작을 선물해드립니다. IM 다이어리와 펜만 있으면 됩니다. 일단 가볍게 적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하다가 서서히 잊혀졌어도, 그러다 문득 다시 쓰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도 여러분은 밀린 빈칸을 보며 막막하게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 저희가 또 4월, 7월, 10월에 새로운 시작을 건네드릴게요. 여러분은 그때도 1월 1일처럼 가뿐한 마음으로 저희를 찾아오시면 됩니다. 


@shang_ari 님께서 이미 꾸며져 있는 다이어리, 쓰기 간편한 다이어리를 주제로 삼아 디자인하였고,  2번째로 저희 인터뷰에 참여하셨던 포토그래퍼 @jeple_님의 사진을 콜라보 하여 만들었습니다. IM Diary는 '1/4 가벼운 다이어리' 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분기별로 나누어 1년에 4번 발행할 예정입니다. 11월 16일, 텀블벅을 오픈합니다. 당신에게,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여유로운 시작을 선물해보세요. 




11월 16일, 당신에게 산뜻하고 가벼운 시작이 찾아갑니다.




IM Diary 텀블벅 링크 : https://tumblbug.com/imdiary












작가의 이전글 "누군가와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