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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뇨냐 Oct 02. 2020

부모와 아이, 그 관계의 끊임없는 연관성

마음 유전에 대하여

갓 서른이 되던 해에 결혼식만 올리고,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연구원으로 가게 된 남편과 함께 에드먼튼이라는 작은 동네에 우리의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원룸에 중고가구들도 가득한 공간에서, 부족하고 가난한 우리 부부는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각자 지닌 가족이라는 짐을 벗어 낫기에, 오로지 나 자신만을 바라보면 되기에 그 자유로움으로 충분한 시간들이었다.


이른 봄에 도착해 살림을 준비해두고, 9월이 시작되자 나는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몇 년간 꿈꿔왔던 내 꿈을 결혼으로 멈출 수 없음을 그도 이해했을 것이다.


미시간에 처음 도착하던 날, 영어 한마디 못해도 두려움보다 설렘이 더 가득했던 나였다. 숲 속 학교와 기숙사에서 갇혀 지내면서도 단 한 번도 도시가 그립거나 한국이 그리웠던 적은 없었다. 미치도록 그 순간이 좋았다.


내 가족을 떠나옴이 내 어깨와 내 마음에 가득 차 있던 짐을 벗어던진 순간들이었다. 나 자신도 이 정도 알 줄은 미처 깨닫지 못했을 만큼, 나는 가족으로 인해 늘 편치 못한 마음 상태로 살아왔음을 알 게 되었다.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된다 하여도 그 모든 부모들이 어른다운 사람들은 아닌 것이다 그들의 어릴 적 부모와의 관계가 사랑과 신뢰의 존재가 없었다면, 그들이 어른이 되어 부모가 된다 한들 그들은 여전히 몸만 어른이 되어 있을 뿐이다.그런 부모 밑에서 나는 힘든 시간들을 보냈고 여전히 버거운 존재로 남아있다.


내가 마흔을 넘어가고, 내 아이들이 자라 가는 과정을 바라보니 부모의 역할이란 상상 그 이상으로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다. 아니, 어쩌면 아이들에게 있어 부모는 온 우주 전부 일 거라 생각이 든다.


내게 있어 그 우주는 안락하지도 믿음직스럽지도 못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제대로 된 우주를 가져보지 못했기에, 책과 그림에서 나만의 우주를 경험하고 쉼을 얻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부모가 되고 나니, 내 부모와 조부모의 관계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조금은 더 내 부모를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내 저 깊은 곳 숨어있는 어린아이인 나는 그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은 듯하다.


이른 새벽에 눈 이 떠져, 양옆에 새큰새큰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른다.


좀 더 나 자신을 스스로 사랑해주고 돌봐주면서 차곡차곡 긍정 에너지를 쌓아가는 날들을 만들어가야겠다. 그러한 과정들이 결국 나의 아이들이 삶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자양분이 되어 줄 테니...


아이들이 적정 연령이 되면 학교에 가고 교육을 받아야 함이 의무인 것처럼, 어른도 부모가 된 순간 부모학교를 의무처럼 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 모두 부모는 처음이니, 새로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모든 것을 부모로부터 새로 접해야 하는 아이들, 선택이란 걸 할 수 없는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아닐런지..


#부모교육 #부모 됨에 대해 #어른다운어른 #부모와아이의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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