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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뇨냐 Oct 04. 2020

당신에겐 몇 번의 가을이 있나요?

오늘, 세 번째 가을



오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생생히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행복했거나 슬퍼서, 혹은 너무 힘들었기에 또렷이 머릿속에 박혀서 생각나는 기억들을 우리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종종 꺼내어 보곤 한다.

 그 추억들과는 전혀 다르게 같은 대상을 마주하게 될 때면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다. 기쁨과 슬픔 같은 감정들과의 중첩된 기억이 아니라 그 장면의 겹치는 순간에 관한 것이다.

서른 살, 캐나다 작은 시골 동네인 에드먼튼에서  Idath의 뒷마당을 빼곡히 채워놓았던 잔디/풀을 만났다. 그리고  미시간의 학교 기숙사 뒤편에 자리 잡은 잔디/풀을 마주 하였다. 2년 동안 그 두 장소를 오가면서 푸르른 녹색을 눈으로 기억하곤 하였다.

8살 즈음, 군부대 안에 자리 잡은 관사에 살았었다. 그때 한창 잠자리채 들고 뛰어다니던 기억과 그 녹색 풀밭과 흙냄새, 먼지, 하늘이 떠오른다.

며칠 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 근처 공원에 갔었다. 넓은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파란 하늘을 보고 있자니 여덟 살의 풀밭과 서른 살의 잔디밭이 겹쳐서 보였다

가을이었다.
8살의 내 풀밭도, 서른 살의 캐나다와 미국의 잔디도, 지금 이 순간도 모두 가을이었음을 깨달았다. 맑고 높은 하늘과 신선한 공기와 풀 냄새에 관한 기억. 그것들 모두 시기와 장소가 달랐던 가을에 관한 익숙했던 기억들이었다.

내게 있어 지금은 세 번째 가을인 듯싶다.  울긋불긋한 색감의 쌀쌀함 가득한 가을이 아닌, 푸르른 녹색의 잔디로 기억된 햇살 뜨거운 초가을.

조금 더 세월이 흘러, 내게 다가 올 네 번째 가을은 어떠한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설렘으로 기다려봐야 겠다.

#가을 #가을추억 #잔디밭 #풀밭 #색연필드로잉 #그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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