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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뇨냐 Oct 08. 2020

오전 9시, 엄마의 분리불안이 시작된다.

대상과의 처음 관계의 중요성


오늘 2학기 들어 처음으로 아이가 학교에 갔다.

전염병에 민감한 애미인지라, 어릴 적에 기관에 수족구가 돌면 안 보내고, 독감이 돌면 안 보내고, 콧물 나면 안 보내고, 기침해도  안 보내고 등등 그랬던 나였다. 내 아이가 옮아오는 것도 싫고, 내 아이로 인해 다른 아이들에게 옮기는 것도 싫었다.

체험학습을 계속 내다가, 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눈치라 학교에 보내긴 했는데, 응아하고 안 닦은 듯한 찜찜함으로 내내 기분이 그렇다. 책상 앞에 앉아 눈은 책을 보는데, 머릿속은 온통 아이 생각뿐이다. 분리불안.. 남편은 아이가 아니라 내가 분리불안이라며 농담 삼아 말하곤 한다.

이른둥이로 태어난 아이만 중환자실에 두고 나만 퇴원해서 올 때, 난 어쩌면 그날부터 분리불안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이전, 작년에 8살 첫째가 학교에 가있음은 신경이 쓰이고, 5살 둘째가 어린이집에 가있음은 신경이 안 쓰였다. 내 마음에 문제가 있는 게지.

본인 단도리 잘 하는 똘똘한 여자아이가 무슨 문제가 있겠냐 싶다만, 더 어린 둘째보다 첫째를 향한 내 마음은 늘 이런 식인듯싶다.

어느 대상과의 처음 관계의 중요성.
그곳에 답이 있는 걸까.
큰 아이와의 첫 만남은 나 홀로 불안하고 두려웠고 아팠기에 여전히 난 이 아이를 봄이 맘 한구석 저려오는 건가.
둘째와의 만남은 가족과 안정되고 편했기에 전혀 다른 마음인 건가.

처음 상대를 접했을 때의 그 순간의 기억으로,  그 사람/ 물건에 대하여 박제되어져 버리는 느낌의 정의 같은 것이 존재하는 듯하다.

에혀..엄마되기는 해를 거듭할 수 록, 내 품 안을 떠날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는가 보다.

맘 다잡고 책을 막 집어들었는데,

둘째가 엄마!!! 하고 불러댄다.




#엄마일기 #엄마의분리불안 #첫째와둘째
#이른둥이 #육아일기 #엄마와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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