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있는 사람’이 떠오르는 시대가 됐다
“질문 있나요?”
“질문 있는 사람?”
교실에서 ‘쉿’ 보다 모두를 조용하게 하는 말이다. 약속이나 한 듯 다 같이 조용해진다. 아니 숙연해진다.
학교 다닐 때 수업 마치기 전, 선생님의 이 한 마디에 진짜로 질문을 했다가는 ‘역적’이 되는 분위기였다. 빨리 수업을 끝내고 놀아야 하니까. 질문이 있어도 참고 넘어가는 게 '미덕'이자 우리들 사이에 암묵적인 룰이었던 것 같다.
이렇듯 우리는 어릴적부터 이래저래 ‘질문’이라는 것에서 점점 거리두기를 하며 지내왔다. 그리고 각종 매체와 콘텐츠의 발달로, 손가락을 조금만 움직여보면 웬만한 궁금증은 거의 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챗GPT의 등장으로 원하는 답을 얻어내기는 더욱 쉬운 세상이 됐다. 궁금한 내용에 대해 채팅으로 질문하면 AI가 스스로 정보를 찾아 알려준다. 심지어 논문까지 대신 작성해주고 작품도 대신 만들어준다.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CEO, 샘 울트먼이 한 말처럼 ‘인류가 지금까지 개발한 기술 중 가장 위대한 기술’이다. 다양한 기업에서도 챗GPT를 업무에 적용하려고 서두르고 있다.
이제는 챗GPT를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원하는 답, 가장 적절한 답을 이끌어낼 것인가가 관건이 됐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하지만 자연스럽게도 챗GPT의 시대는 ‘질문을 잘 해야하는 시대’가 됐다.
챗GPT의 등장으로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몸값이 뛰었다고 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AI가 더 좋은 답변을 내놓도록 AI를 훈련시키는 사람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AI는 질문 수준에 따라 답변의 수준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의 저자인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는 최근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앞으로는 질문을 제대로 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최근 들어 ‘질문’의 중요성이 떠오르고 있지만, 사실 질문은 아주 오래 전부터 대단한 힘을 갖고 있었고, 인류 역사와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아인슈타인은 “질문이 답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흔히 알고 있듯,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왜 사과는 아래로 떨어지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했고, “왜 사진을 보려면 기다려야 하냐”는 세 살 딸 아이의 질문에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태어났다.
이렇게 우리는 질문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지만, 앞서 언급했 듯 우리는 그 동안 질문과 거리두기를 아주 오랫동안 해오며 ‘질문없는 교실’에서 자라온 탓에 정작 질문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또 이쯤 되면 ‘나는 질문없는 세상에서 살아왔지만, 내 아이만큼은 질문을 잘 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학부모도 있겠다.
이것과 관련해서 ‘하브루타’라는 유대인의 교육법이 최근 떠오르고 있다. 하브루타는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 토론, 논쟁하는 것이다.
질문을 통해 생각하게 하고, 토론과 논쟁을 통해 질문력과 비판적 사고, 논리력을 키울 수 있다. 또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가끔 TV에서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 참가자들이 그다지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아 안타깝지만, 좋은 질문은 경청으로부터 나온다.
주제가 무엇이 됐든 아이와 서로 질문하며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아이가 질문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은 덜고, 지식과 그것을 ‘알아가는 방법’, 그리고 좋은 답변을 이끌어내는 방법 또한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력이 곧 경쟁력이 된 시대. 챗GPT가 세상을 바꾸는 기술로 불리는 만큼 ‘질문이 사라진 세상’도 다시 ‘질문이 넘치는 세상’으로 바꿔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