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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Feb 04. 2024

두 달만, 읍 약사. 2



내 유년시절엔 언제나 「포항의 회」가 함께였다.

포항에서 교사 생활을 했던 큰 아버지께서는 명절마다 회를 종류별로 사 왔는데, 초장에 푹 찍은 날 것의 맛이 어찌나 싱싱하게 느껴지던지. 종별로 색다르게 느껴지는, 예컨대 뼈가 씹히는 식감이나 쫀득쫀득한 식감을 입맛대로 골라가며 먹는 재미가 있었다. 그 덕에 30대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그 어떤 지역의 회보다 포항의 회가 가장 가깝게 느껴진다. 본가인 대구와도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어린 시절부터 꽤나 내적 친밀감이 있었던 도시였다.



그래서 망설임도, 고민도 없이 왔다. 

다만, 내가 일할 곳이 포항 시내에서 조금은 먼 지역인 걸 알고서는 약간 놀랐을 뿐이다.





1. 생활용품이 필요해 쿠팡 와우주문을 했지만, 다음 날 오후 자연스럽게 ‘반품 완료’ 처리가 되어 있다던지(사유는 배송불가)

2. 시내로 나가기 위한 버스를 타기 위해선 30분을 기다려야 한다던지

3. 저녁 8시 이후에는 인적이 없기에 무서워서 밖을 못 나간다던지

4. 서점 구경이 하고 싶어서 네이버 지도에 ‘교보문고’라고 검색했더니 아예 이 도시에는 존재를 하지 않는다던지

5. '오늘 저녁은 커피 마시며 할 일 좀 해볼까?' 라는 생각을 수행할만한 카페가 최소 30분을 걸어야 한다던지





와 같은 사유들로 인해 조금 더 놀랐을 뿐이다. 

지금껏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어서 그런걸까. 어디서든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 나의 오만을 갈갈이 찢어 버리는 당찬 동네다.



오히려 좋다. 경기도에서 살 때에는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더니 이곳에 오니 숨만 쉰다고 돈이 나가지는 않는다. 기분이 언짢을 땐 어떻게든 돈 쓸 궁리만 하던 내게 이 동네는 일종의 도파민 길항제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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