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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Jun 17. 2021

너의 일기

I0234_prologue #2 글 쓰는 방법

네가 작성한 일기가 아니다. 내가 직접 쓴다.


10년간 글쓰기를 위해서 선정한 주제를 기준으로 다른 영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다가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했다.


내가 아내와 딸의 입장에서 세상과 나를 바라보는 관점을 상상하여 글을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내와 딸들이 직접 글을 쓰고 내가 상상했던 결과와 비교하는 것이다. 내 글쓰기의 최종 상태는 막내가 14살이 되는 해이고, 큰딸은 18살이 되는 격변의 시기를 지날 텐데, 과연 그 나이의 여자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염려에 대한 위안으로  딸 둘이 글과 가깝게 지낼 수 있도록 일기 쓰기를 도와줘야겠다. 아빠의 유치한 생각이 딸 둘에게 감동을 전해주기만 하면 되는데, 자신이 없다. 하지만, 내가 꾸준하게 노력해서 이루고 싶은 작은 꿈이다. 아내와는 지금도 수시로 교환일기처럼 댓글도 달아주고 각자의 생각을 글로 대신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시간이 흘러 추억 상자의 한 부분을 차지하길 바란다.

10년 전 아빠와 티격태격 싸웠던 소중한 추억을 함께 얘기하면서 평생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더없이 좋으련만, 세상만사 하루, 한 시간 뒤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소중한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소중한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에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큰 노력이 필요하기에 공개 글로 전환하여 의지를 굳건히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격려와 지도를 받아 가면서 글을 튼실하게 다지고 싶다.


글 쓰는 취미가 생기면서 몇 가지 삶의 변화가 찾아왔다. 주로 새벽에 글을 쓰지만, 하루 종일 글감을 생각하고 있다. 떠오르기만 하면 단어, 문장, 짧은 글을 글감 노트에 차곡차곡 기록한다. 어떤 글을 쓸 것인지 수도 없이 고민한다. 고민보다는 즐거운 상상이라는 표현이 좋을 것 같다. 다른 변화 중 하나는 가벼운 글을 많이 읽게 되고,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글을 쓰고 싶은 영역을 점점 넓히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나에게서 사라졌던 열정이라고 하고 싶다. 내 삶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기본 주제에 연관 지을 수 있는 다양한 분야를 열심히 찾아다니는 거다. 마치 탐험가가 된 느낌이다. 유년 시절 인디아나 존스를 좋아했고, 지금도 역마살이 끼어 스무 차례나 이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직업 때문에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주말마다 놀러 다니며, 정기적으로 여행을 다니는 내 성향에서 기인한 것 같다.


다루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다. 정리할 필요가 없다고 다짐하면서도 기획에서 계획으로 넘어가는 재미를 버리기가 쉽지 않다. 정리하지 않고 살려고 했으나 줏대 없기로 유명한 사람이라 내 글쓰기 취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조금씩 정리하고 다듬어야겠다. 분명 변심할 것이다. 목적만 명확하다면 진행하는 과정은 달라져도 문제없다. 누군가 이런 상황을 '진화적 사고'라고 표현했던 것 같은데, 내 생각에는 그냥 '줏대 없다' 또는 '우유부단', '소신 없음' 정도로 정의하련다. 또 정의하고 있다.

이렇게 하루에 2천 자 정도 날 글을 기록하면, 한 달에 6만 자다. 10년을 꾸준하게 쓰면, 720만 자를 기록할 텐데, 팔만대장경이 약 5천만 자로 되어 있다고 하니까, 내 삶에 일만 대장경은 되겠다. 갑자기 욕심이 생긴다. 50년을 기록하든 하루에 만자를 넘게 기록해서 팔만대장경을 만들어 볼까?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담벼락의 낙서조차 소중한 기록이라는 누구의 말처럼 삶의 소중한 부분을 꾸역꾸역 남겨보자.


새날이 시작했다. 신나게 놀다 보면 재미있는 글감 녀석들이 내 호주머니 속으로 쏙쏙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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