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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Sep 06. 2021

주말 부부가 아이들과 헤어지는 법

엄마 잘 가



"엄마, 잘 가"


 우리 가족의 반복되는 주말 의식 중 하나이다. 여덟 살 첫째 딸의 무심한 말 뒤에는 가슴 아픈 학습 효과가 있다. 이제는 네 살 둘째 딸도 가끔 웃으며 엄마 잘가를 기계처럼 외친다. 오히려 아이들은 학습되었지만 난 아직 그 장면을 쳐다볼 수가 없다. 단지 아빠 잘가에서 아빠가 엄마로만 바뀌었는데, 그 간극을 스스로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주말 내내 두 딸과 씨름하며 보냈다. 큰 딸과는 진짜 씨름도 한다. 덩치가 커지면서 힘도 세지고 다칠까 봐 조심스럽게 하느라 더 힘들다. 매번 지는 복잡한 보드게임도 하고, 엄마 아빠 밟고 올라가기 놀이도 하며 다가오는 이별 시간을 준비한다. 헤어지기 전에 좋아하는 유튜브를 못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아내가 일하는 곳으로 돌아가려니까 두 딸이 잘 가라고 한다. 울고불고 매달릴 법 한데, 이제는 헤어짐을 쉽게 체득했다. 대견하면서도 가슴 한편이 쓰려온다. 하지만, 애써 마음을 다진다. 아이들은 우리보다 유튜브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합리화한다.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해지고 버틸 수 있다.





 주말부부는 아이와 떨어지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내가 7년간 겪었고 작년부터 아내가 아픔을 겪고 있다. 아이들과 헤어질 때 감정 소모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엄마가 보고 싶어 우는 아이는 달랠 수 없다. 해결 방법은 엄마를 보게 하는 것뿐이다. 우는 아이나 우는 아이를 보고 있는 부모나 많이 힘들다. 초반에는 아이들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밤새 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렇다고 지금 초연한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마음이 아파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도 있다. 아내도 마찬가지라지만, 나보다 감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더 크게 겪었을 텐데, 내색하지 않았다. 솔직히 육아에서 벗어난다는 해방감과 자유로움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두 개를 놓고 저울질할 수 없다. 감정 소모는 겪어보지 않고 말할 수 없으며, 겪었다고 해도 사람마다 그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함부로 재단하면 안 된다. 그냥 공감만 해주면 된다.


 그래서 우리는 해결책을 강구하다가 나름의 이별 방식을 만들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을 고스란히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이면 아이나 부모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우선, 통제하는 엄마, 아빠가 되는 방법이다. 부모가 보고 싶어서 우는 아이를 달랠 수 없다고 했지만, 현실에서는 유튜브나 장난감이 조금은 대체해준다. 그렇다고 감성이 풍부한 아이들에게 헤어지는 상황에 장난감 사줄게 또는 유튜브 보여줄게라고 외쳐봤자. 엄마도 못 보고 흐르는 울음을 그치지 못해서 장난감도 못 받는 속상함에 더 큰 슬픔만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고약한 우리는 헤어지는 날 떠나는 사람이 좀 더 강한 통제 대책을 추진한다. 엄마와 있는 시간은 유튜브를 볼 수 없다는 전제 조건을 걸어두고 엄마가 떠나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그래서 아빠는 씨름도 하고 보드게임도 더 재미나게 해 주며, 엄마는 유튜브 관리자 역할에 매진한다. 한 번은 큰 딸이 엄마가 나가자마자. "와, 자유다"를 외친 적이 있는데, 그 소리를 듣고 마음을 다지는 것은 우리 부모의 몫이다. 장난감도 마찬가지다. 갖고 싶은 저렴한 장난감 목록을 정해 놓고 헤어지기 전에 선물로 준다. 큰 기쁨으로 이별의 슬픔을 덮는 단순한 방법이다. 이별 당일에는 적당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첫째는 바쁜 일상으로 주말까지 자연스럽게 버티고, 조금 더 어린 둘째는 영상 통화로 해결한다. 슬픈 현실 속에서 베란다 한편에 쌓여가는 장난감이 아픔을 더해준다.





 모든 방법은 현실에 순응한 자구책이다. 유튜브나 장난감도 다 필요 없고, 그냥 엄마와 아빠가 같이 있어주기만 하면 되는데, 쉬운 정답을 알면서도 이상한 답을 이것저것 가져다가 들이댄다. 누군가는 이런 현실을 가슴 아프게 볼 수 있지만, 우리는 긍정적으로 보기 위해서 많이 노력한다. 제도의 문제도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냥 살다 보면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거기서 발생하는 아픔을 더 큰 행복으로 덮어버리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정말 대수롭지 않다. 살 맛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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