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휴가를 보냈다. 코로나로 멀리 떠날 수 없다 보니 집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고 글을 썼다. 하루는 아내와 가까운 곳으로 비밀여행을 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요즘 글쓰기에 노력을 더하다 보니 일과 양립하는 게 쉽지 않다. 많이 고민했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그만한다는 게 쉽지 않다. 어쩌면 글쓰기는 부족한 점이 많이 드러나니까 더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생각이 매일 새롭고 자주 바뀐다. 그래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은 먼 곳에서 응원하는 아내와 함께 글을 쓰고 있는 작가들, 그리고 글로 더 가까워진 글 친구들 덕분이다.
마음의 주인_이기주
브런치에 가입한 지 85일 지났고, 동네 책방 온라인 글쓰기 모임은 정확하게 백일을 보냈다. 태어나서 처음 글을 쓰고 백일이 지난 시점에 되돌아보니 많은 변화가 느껴진다. 특히, 최근 며칠간 큰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데, 다양한 작가들과 소통하면서 보다 넓은 세상을 유영하며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우연히 유명 작가의 구독 사건도 있었지만, 지난달부터 꾸준하게 다른 작가 글을 읽고 댓글을 달며 소통한 결과가 조금은 더해졌다고 생각한다. 아직 내 글 수준이 형편없음을 알기 때문에 다른 작가의 응원 메시지인 것도 알지만 그 힘으로 꾸준하게 이어 가고 있다. 짧은 시간 큰 변화로 적응이 쉽지 않지만, 지난 20년간 20번 이상 이사를 했고, 매년 자리를 바꿔가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단련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연착륙할 것을 기대한다. 이렇게라도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다.
올해로 20년간 같은 일을 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다른 것은 차치하고 주변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관계가 단절되는 상황을 겪었다. 경조사는 함께 하지 못했고, 잦은 이사로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슬픈 진리로 하나둘씩 멀어졌다. 게다가 평소 전화기를 꺼놓고 점심 또는 일과가 끝난 다음에나 확인하는 삶을 여러 해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통의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2년 전 이맘때 핸드폰 전화번호 목록을 보니 일로 만난 동료 전화번호만 가득한 것을 확인했고, 이름 앞에는 각자 위치를 나타내는 계급만 차갑게 적혀있었다. 그러다 작년 초 코로나 상황으로 서로 볼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SNS와 온라인 활동이 많아졌고, 아내와 두 딸에게 십 년 뒤 선물을 주기 위하여 4개월 전부터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서서히 변화가 찾아왔다. 아직 진행 중이고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온 것과 사랑받고 소통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지금 소통하는 사람들은 티브이나 라디오에서 사연으로나 들어볼 만한 인물이다. 글을 통해 대화하고 각자의 삶 속까지 들여다본다. 그제는 꿈을 잃지 않고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발레리노와 처음 만났고, 살면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만나면 안 되는 형사의 일상을 들었다. 어제는 시를 쓰며 유도하는 교도관과 인사를 했고, 영어 실력이 좋은 선생님에게 인디 음악을 소개받기도 했다. 어떤 날은 전국대회 여자야구 선발투수와 대화도 하고 멋진 문체와 브런치의 모든 숫자를 초연한 작가에게 조언을 들으면서 내 이야기를 조금 더 자신 있게 해도 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최근 며칠 동안은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을 주부라고 소개하는 두 아이 엄마와 라면에 진심인 고등학생 딸과 살며 항상 메인글에 올라오는 유명 작가와 글로 대화하면서 글 쓰기 동력을 얻고 서로를 응원한다. 내가 싫어하는 말 중 하나인 '말 같지도 않은 소리'가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 국내도 아닌 상하이에서 멋진 글과 사진을 보내주는 동기 같은 작가와 뉴욕의 변호사와도 말을 섞는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지 가끔 헛웃음이 나온다. 따뜻한 동심원형이 꿈틀거리고 매일 새롭기를 바라며 동시 같은 좋은 글을 남겨주는 작가와 진짜 동시집을 내고 아름다운 글 문학상까지 받은 꽃마리 같은 분의 응원도 듣는다. 내게 미라클 모닝을 소개해주고 폴리매스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이는 분, 독립 책방을 운영하며 글 쓰기 모임을 이끌어 가는 소중한 사람까지 평생 한번 만나기도 어려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것도 집에 앉아서.
너의 작업실_탱님
어떤 날은 부부 싸움에 힘들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하루는 자녀가 아파서 속상한 사연을 세상에 말한다. 우리는 함께 눈물을 흘리고 아파하며 심지어는 같이 화를 내기도 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으며, 이삼십 년을 같을 일을 하다가 은퇴하고 담담하게 글을 쓰면서 다른 세상과 소통하기도 한다. 글 쓰기가 아니었으면, 헤아릴 수 없었던 세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분명,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 세상의 목소리를 계속 듣기 위해서는 자는 시간과 야근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껏 들어온 아름다운 목소리에 매료되어 그만 둘 수가 없다. 그냥 함께 웃고 울면서 지내는 시간이 계속 삶에 더해졌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묵묵히 서로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이도 좋고, 아직 글을 섞지는 못했지만 함께 힘내라고 구독하며 서로의 글로 알아가는 순간이 보다 소중하게 느껴진다. 문체의 화려하고 유려하며 수려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글쓰기를 함께 하는 사람들과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응원하는 길을 가고 싶다.
무엇보다 11년간 주말만 볼 수 있는 아내와 글을 통해 소통할 수 있었고, 함께한 추억을 글로 선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아내와 러브스토리를 주변에도 제대로 알리지 못했는데, 많은 분의 응원을 받아서 이번 휴가 간 용기 내어 발행하기로 했다. 초반 이야기는 직업과 관련 내용을 담지 않아서 전혀 문제가 없지만, 후반부로 진행되면 민감한 사항이 있어서 일부 내용과 사진은 게재가 어렵다. 필력이 부족해서 잘 전달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후반부는 보안성 검토를 의뢰하기로 했다. 문제가 될 내용은 없지만, 조금 더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해서 관련 분야를 제시하고 결과를 받아서 활동하려고 한다. 글쓰기 활동에 문제가 발생할 만한 일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함이다. 예전처럼 취미나 창작활동을 전혀 제약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인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은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최근 군 관련 유명 프로그램에서 민감한 사안이 화자 되면서 시끄럽기 때문에 글에 관련 내용을 담는 게 조금 부담된다.
레바논
은퇴까지 10년 이상 남았지만, 계속해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세상, 앞으로도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을 대신 멋지게 살고 있는 사람에게 직접 전해 듣고 싶다. 아름다운 세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행복하고 거기에 한 글자를 포함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이토록 멋진 일이 내게 일어난 것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