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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Sep 30. 2021

죽음을 통해서 삶을 보다

[북 리뷰]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자녀가 잠들기 전에 책을 읽다 보면 쉽게 진행되지 않는데, 사소한 것까지 질문하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단어는 물론이고, 신데렐라가 열두 시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이유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야 할 때도 있다. 그래도 사랑하는 딸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질문하는데, 귀찮은 내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가끔은 하루키 님도 생각하지 못한 레퍼토리를 만들어 낸다. 몇 달 전부터 꾸준하게 참여하는 독서모임이 똑같은 느낌을 준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마구 발설하는 내 생각과 어처구니없는 질문 폭탄에도 하나를 놓치지 않고 본인 생각을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많은 부분을 공감한다며 격려의 이모티콘을 엄청 보내기도 한다.





 생각과 글을 살찌게 해주는 독서 모임의 이번 달 선정 도서는 김완 작가가 쓴 '죽은 자의 집 청소'였다. 한 달간 책 한 권을 요리조리 읽어가며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보냈다. 지난달에는 소설 아몬드를 통해서 큰 깨달음을 얻었고, 이번 달에는 특수 청소원 때문에 실컷 울기도 했다. 하루는 책을 읽다가 단상이 떠올라서 어색하게 지내던 누나에 대한 글을 쓰고 건네기도 했다. 오늘 쓰는 리뷰 제목도 내 머릿속에서 나온 게 아니다. 함께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전해주는 시간에 내게 다가온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보다 나은 제목을 찾을 수 없다는 결론에 고스란히 가져왔다. 죽음과 삶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말을 끝으로 책장을 덮었는데, 읽는 동안 많이 공감했고, 슬픔과 아픔, 안타까움과 분노 그리고 일에 대한 소명감까지 건네받았다.


 책은 24개 이야기가 담겨있다. 처음 열한 개 이야기는 1장 홀로 떠난 곳을 청소하며로 묶여 있다. 사람과 동물이 생을 마감하면서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장소를 작가가 정리하면서 겪는 에피소드이다. 상황을 정밀묘사화처럼 표현한다. 너무 자세하게 설명하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구역질이 날 정도였고, 몇 번은 책장을 진짜로 덮었다. 하지만, 상황에 적확한 비유와 은유를 통해 역설적으로 냉소를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참고로 작가는 시인이다. 게다가, 대부분 글에서 양면성이나 양가감정에 대해 많이 다룬다. 특히, 악함이나 약함에서 오는 아픔과 슬픔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생각이 들게끔 유도한다. 약함은 가난으로 표현되는데, 가난은 죽음의 근원이 되고 사회와 제도의 실수로부터 왔다고 반복해서 알려준다. 죽음은 언제 어디서나 올 수 있다는 것도 느끼게 했으며, 우울함과 외로움이 책에서 나에게 스며들면서 끝까지 읽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몇 번의 안도와 희망이 들려오면서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갔다. 나머지 열세 개 이야기는 2장 조금은 특별한 일을 합니다에 담겨있는데, 작가 자신의 일에 대한 사명감과 소명의식까지 잘 전해준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삶과 죽음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특수한 일을 통해서 깨닫게 해 준다. 결국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일에 투영되어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글을 많이 접하지 않은 나에게 '죽은 자의 집 청소'는 큰 충격을 전해줬다. 소설도 아닌 것이 소설처럼 몰입시키며, 시도 아닌 것이 시적으로 감동을 준다. 김완 작가 문체가 너무 매력적이라 필사하기로 마음먹었다. 가을에 읽어서 감성이 폭발했다는 정도로 치부하고 싶지 않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다가왔고 책 한 장 한 장을 천천히 시처럼 음미하면서 읽었다. 함께 책을 읽은 작가께서 내가 김완 작가에게 완전히 빠진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작가에게 빠진 것도 맞지만, 사실 천천히 책을 읽는 묘미에 빠진 것 같다. 느리게 걸으면 그동안 놓친 것을 볼 수 있듯이 느리게 읽는 책은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해 준다. 10월 완연한 가을 한복판에서 새로운 책 '스토너'도 느리게 읽어야겠다.




인상 깊었던 문장 중 일부만 발췌 (느낌표로 감정 크기, 콜론으로 생각을 표현)

! (프롤로그) 지난달에 돌아가신 당신도 생전에 바로 이 문 앞에서, 짧은 순간이지만 이어 보면 꽤 오랜 시간을 보냈겠죠. 서로 누군지도 모르는 우리는 이 시간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 아무것도 아닌 내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말. '제 삶을 당신과 공유하고 싶습니다'와 비슷한 말이라 밑줄을 그었고, 작가의 배려심에 빠진다. 언제부터인가 다른 사람에게 깊은 배려를 하는 사람에게 존경심이 든다. 내가 살아갈 방향이기 때문이다. 이제 알라딘을 갈 일이 없어졌다. 언제부턴가 책에 밑줄을 긋고 글을 쓰고 있다. '두장 넘기자 깊은 한숨이 나온다. 이 책이 날 힘들게 만든다. 이 못된 글이.'


!! (프롤로그) 저 안에서 기다리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이 남긴 것이니까요

: 고인에 대한 배려는 당연하다. 어쩌면 작가는 고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다 보니 배려심이 남다를 수 있다. 왠지 이 책은 나에게 '배려'를 가져다줄 것 같다.


! (프롤로그) 저기에 매달렸다면 그녀가 생에서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잠시 뒤에 내가 분해하려는 바로 저 텐트의 정수리였을 것이다. 시도, 철도 모르고 찾아오는 인간의 상상이란 잔인하다.

: 단락 전체에 밑줄을 그을 뻔했다. 누군가의 죽음은 아직 내게 어려움 부분인가 보다. 감정조절이 쉽지 않다. 인간의 상상이 잔인해서 그대로 묘사가 된다. 무섭다. 전율이 왔다. 매달려있는 고인을 상상했다.


!! 18p(하)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참 소중한 너라서> <행복이 머무는 순간들> <아주, 조금 울었다><내 마음도 모르면서>

: 마음이 너무 아프다.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는 게 슬프다. 감정의 표현이나 하고 싶은 말을 책, 시 또는 노래로 대신하는 방법도 좋다. 여하튼, 삶은 비극인가 보다.


! 41p(하) 어떤 날은 죽은 이의 우편함에 꽂힌 채 아래를 향해 구부러진 고지서와 청구서 마저 가난에 등이 흰 것처럼 보인다.

: 작가의 시적 표현에 내용보다 표현력에 집중하게 된다. 메타포가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감탄은 하지만, 문학에 대한 약간의 반감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온다. 에세이의 모든 문장을 시처럼 쓰면, 시일까 에세이일까? 갑자기 복잡해진다.



프롤로그부터 초반 단락을 통해서 받은 충격이 컸는지, 황금이여, 언젠가는 돌처럼과 오줌 페스티벌은 가볍게 느껴졌다. 속았다. 작가 또는 편집자가 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미끼였다. 추스른 감정이 다시 요동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반료 생물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고양이 들어 올리기는 관심을 이끌어 냈고, 지옥과 천국의 문은 그들이 던진 미끼에 내 내장까지 낚싯바늘을 삼켜서 꼼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사람 죽으보다 더 큰 충격을 주며 그들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있다. 또 한 번 카페에서 주책맞게 울고 있다. 젠장.


!! p73(상) 그 어떤 좁고 위험한 곳이라도 고양이의 안식처가 되고, 바로 그곳이 고양이의 사지가 된다.

: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역설이다. 안식처가 사지가 된다. 앞에서 소개된 사람들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았다. 결국 자신의 집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나 뜨거운 엔진룸에서 죽어간 고양이도 어쩜 그리 똑같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반료 생물을 키우지 말아야겠다는 내 다짐이 다시 한번 확고해진다. 미워하지는 말자.


! p79(상)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에 밟혀서 "우두둑"하고 알갱이 터지는 소리가 난다.

: 혐오스럽다. 소름 끼치고 불쾌하다. 하지만 글을 통해서 시각과 촉감이 전해졌다. 배워야 한다. 이런 문체를 배워서 내 글이 살찌게 해야 한다.


!! p79(상) 지구 생태계에서 구더기야말로 죽음에서 생명을 얻는, 가장 역설적인 존재인지도 모른다.

: 동의한다. 작가의 글에는 이런 역설이 많다.


!!! p79(하) 죽은 고양이에게는 끊임없이 탈취제와 살충제를 뿌리고 살아 있는 고양이에게는 사료와 물을 공급해준 사람일 것이다.

: 분노가 치밀었다. 속상한 것은 본 적도 없고 케이지가 뭔지도 모르겠는데, 장면이 상상된다. 고양이 먹이를 주고 있는 위선자 인간이 상상된다. 정말 혐오스러운 것은 구더기가 아니고 웃으며 자기 고양이 먹이를 죽이고 있는 인간이다. 스무 살 때였으면, 책을 찢어버렸을 것 같다.


!! p80(하) 이름과 가죽을 남기는 일 따위가 죽음 앞에서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 내 가치관을 흔든다. 감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책을 다시 덮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손이 떨리고, 맥박이 빨라진다. 가을이라 그런 게 아니고, 이 책이 이상하다. 반려 생물을 키우지 않는 내가 이런데,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생각이 들까? 솔직히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만 고양이가 내 자녀처럼 느껴졌다.


!!!! p81(전체)

: 아. 울었다.



서가와 이불속의 세계를 읽고 나서 나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진다. 내가 평소 생각했던 많은 생각과 작가의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다. 세상을 보는 관점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결국 나를 통해서 반영되는 것이라는데 생각이 겹쳤다. 글쓰기를 하면서 자녀를 통해서 바로 보는 세상을 쓰고, 책과 다른 작가 글을 읽으면서 내 생각을 계속 정리하고 있다. 머릿속에 정리된 진실 또는 정의가 다른 현상과 글을 만나 일정한 형태를 이룬다. 그것을 다시 정리하여 글로 표현하게 되는데, 이러한 뫼비우스 띠 같은 순환이 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것 같다. 두 편의 짧은 에세이를 보면서 내 생각에 대한 방향성을 다진다. 숨겨진 것에서는 가난의 아픔과 두 사람의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쌍쌍바를 따라 감정이 다시 요동쳤다. 소소한 것에서 오는 울림이 더 크다는 것을 한번 더 깨닫게 해 줬다. 사랑하는 영민 씨를 접하면서 하나뿐인 누나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럭저럭 지내는 우리 남매 사이도 조금은 특별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누나에 대한 글이 쓰고 싶어졌다.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서 내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졌다.


!!! p101(하)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을 바라보듯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

: 윗글과 똑같은 의미 부여한다.


!! p119(하) 먹고사는 일 어쩌면 그것이 우리 삶에서 절대 도려낼 수 없는 가장 뿌리 깊고 본질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 오는 슬픔이 무게감을 더한다. 기본적인 것은 인위적으로 제거하려고 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습답해서 익힌 것을 버리는 게 가장 어려운 거다.


!! p126(하)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그토록 오랫동안 서서 우는 남자의 뒷모습을 여태껏 본 적이 없었습니다.

: 누나가 생각났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누나도 그러지 않았을까? 지금껏 현실 남매로만 살았던 누나와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만 친절하고 고마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게 무슨 소용 있겠는지, 어머니와 누나가 많이 생각났고, 누나에 대한 생각을 짧은 글을 썼다. 다듬어서 건네봐야겠다. 벌써 받아 줄 마음이 있을 것 같은데,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란다.


!! p129(상) 당신을 향한, 이곳에 남은 자들의 마음입니다.

: 이 부분을 전철에서 읽다가 내리는 곳을 놓칠 뻔했다. 다행히 내렸지만, 플랫폼 의자에 앉아서 다시 한번 읽었다. 누나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고, 작가의 배려심도 내게 많이 다가왔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게 되어서 다행이다. 놓치기 싫은 감정을 조금씩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분필을 들고 칠판에 한두 글자를 남길 수 있는 수준이다. 국민학교 1학년 초록 칠판 앞에 서 있다는 상상을 한다. 내 손에 하얀 분필을 움켜쥐고 칠판에 가져다 대고 있다. 지금껏 내 속에 있던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옮겨 적을 때가 온 것 같다.



집을 비우는 즐거움, 들깨, 흉가의 탄생에서는 는 잠잠하게 진행된다. 학습효과가 있어서 속지 않으려고 긴장을 바싹하면서 읽었는데, 솔직히 크게 와닿는 문장은 없었다. 직업에 대한 생각을 한번 더 할만한 문장만 보였다. 역시 '당신을 살릴까, 나를 살리까'에 다다르자 슬그머니 시동을 건다.


! p138(상) 송장벌레와 진드기가 기어 다니는 곳에서 '특별함'이라는 왜소하고 부질없는 조각들을 찾아서 줍느니,

: 상황과 단어를 엮어서 근사하게 표현한다. 작가가 자주 사용하는데 난 아직 염두가 나질 않는다. 필사를 하면서라도 습득해봐야겠다. 역설과 은유를 통해서 냉소를 끌어낸다. 근사하다.


! p139(하) 한 사람이 두 번 죽지는 않기 때문에, 오직 한 사람뿐인 그분에 대한 내 서비스도 단 한 번 뿐입니다.

: 남들은 찾아내지 못하는 부분을 뽑아내는 게 작가의 솜씨다. 의미부여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들 정도로 해야지 진부하게 가져다 놓으면 유치해진다. 작가의 통찰력에 고개가 숙여진다.


!! p171(하) 내 명치에 강력한 금속 볼트가 순식간에 조여진다. 시계 방향으로 오 밀리미터만 더 조이면 가슴 한가운데가 산화된 철판처럼 후드득 뜯겨나갈 것 같다.

: 긴장감을 이렇게 표현하는 문체가 부럽다. 중간중간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차가운 소재를 가져와서 긴장감을 백배 올렸다. 필사해놓고 써봐야 한다. 이런 좋은 글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써야 나에게 스며든다.


! p180(하) 순찰차에 오르는 나를 멀리서 바라보는 경비 직원의 눈길이 서늘하다.

: 그 짧고 긴박한 순간에도 위트와 유희를 글에 포함시킨다. 작가의 글이 매력적인 이유 중에 하나다.


!! p184(하) 고백하건대, 당신의 전화번호를 내 휴대전화에 고이 저장해두었다.

: 글을 읽고 눈가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앞에서 읽었던 눈물과는 다른 의미다. 책에서 처음으로 기분 좋은 눈물을 맛봤다.



!! p220(상) 나는 압축기를 내려놓고 양손을 번쩍 들었다.

: 더러운 상황이 묘사가 잘되다 보니 인상을 찌푸리면서 읽었다. 작가가 양손을 번쩍 들었을 때 나도 환호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몰입했다. 즐거웠지만 내가 굳이 같이 더러운 기분을 느낄 필요가 있었나 생각했다.


! p223(하) 피투성이 상해 현장은 끔찍하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라도 공평하고, 자비가 없다

: 작가는 정의를 잘 내린다. 누구가 고개를 끄덕이는 문장을 여러 번 나열했다. 반대 논리를 내세울 수 없을 만한 문장을 매력적으로 표현한다. 다시 한번 역설을 통해서 의미를 더한다.


! p226(상) 동생이 형을 찔러 죽이고, 남편이 아내의 목을 졸라 죽이고, 남편이 아내의 언니를 때려서 죽였다. ~~ 돈을 더 달라고 죽이고, 돈이 없다고 무시해서 죽이고, 주기로 한 돈을 갚지 않는다고 죽인다.

: 라임에 맞춰, 운율에 따라 글이 노래를 한다. 슬픈 노래를 냉소로 부른다. 작가의 가슴도 아프지만, 나도 기분이 좋지는 않다. 노래가 끝나면 아프고 슬픈 마음만 남는다.


!! p226(하) 이런 현장에서는 피해자 가족이 곧 가해자 가족인 경우가 많아서 누구라도 어쭙잖은 위로의 말 따위는 꺼낼 생각조차 안 하는 편이 낫다.

: 분명 현실인데, 상상하기 싫다. 피해 가해자 가족은 어쩌란 말인지 답이 없다. 그나마 작가 입장에서 가장 현명한 답을 줬다.


! p237(상) 사람의 생명과 죽음은 결국 한 몸통이고 그중 하나를 떼놓고는 절대 성립하지 않는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쉬지 않고 나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 인생,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다.

: 씁쓸한 사실을 이야기한다. 죽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노력하는데, 결국 죽음을 향해 쉬지 않고 나아가는 게 맞다. 죽음을 조금 늦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종착역이다. 도착할 수밖에 없다.   


! p248(하)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없다고

: 작가가 글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의 핵심은 수도꼭지였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수도꼭지는 자신을 씻을 수 없다는 역설을 통해서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책 초반부에서 배려가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는데, 결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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