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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Oct 05. 2021

[천자서평]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

고양이를 버리다_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 무라카미 하루키​

책 리뷰는 줄거리를 요약하고 생각을 쓰는 것으로 리뷰 작성 요령과 정의에 기술되어 있지만, 줄거리는 가볍게 다루고 책을 통해서 받은 느낌과 생각을 공유하고 싶은 부분에 힘을 실었다. 생각보다 독서가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에 가볍게 볼 수 있도록 분량을 1,000자로 정했다




 책은 쌓여가는데, 읽고 싶은 책이 끊이질 않는다. 그래도 한눈에 들어온 '고양이를 버리다'는 놓칠 수 없었고, 쉬는 날 카페에 앉아 가볍게 읽었다. 100쪽도 안되어서 당연하지만, 뿌듯한 것을 보면 아직도 책을 정복할 대상으로 대하는 부족한 중생이다. 책이 소설인지 수필 인지도 모르고 샀다. 우선, 가벼워 보였고, 하루키라는 저자에서 오는 무게감과 허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곧 아버지에 대한 글을 쓸 생각인데,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란 부제가 눈에 들어왔다. 단편 소설이길 바랬는데, 아버지에 대해 세세한 이야기와 참전 기록까지 가득 담긴 에세이였다. 다른 글과 묶어서 발행하기 어렵다며 적은 분량임에도 별도로 발간했다. 만약 다른 하루키 글이 이 책과 같다면 지금껏 발간한 모든 책을 다 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얼마 전 '무라카미 T'를 처음 읽고 힙한 할아버지가 개성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에세이를 소설처럼 몰입시켰다. 특히, 절정에서는 평소 한 장을 3~4분 정도에 읽고 두세 장에 한 번씩 페이지를 확인하는데, 열 장을 속독하며 전율을 느끼는 생소한 경험도 했다. 몰입한 부분에서 하루키가 꾸준하게 쓰던 이름 모를 기술방법조차 거슬리지 않은 것도 신기했다. 따라 하기도 힘든 어색한 기술방법은 -하루키 고유의 문체거나 문학 기법이지만 나만 모르는 글투가- 어색했는데, 읽고 난 후 다시 훑어보니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해하기 어려워서 잘 아는 누군가가 알려줬으면 좋겠다. 고양이에 대한 에피소드 두 가지와 아버지 군 복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데, 20년 넘게 복무한 나도 헷갈렸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해 연구하듯 찾아가는 하루키의 진솔함이 잘 전해졌다. 이야기가 정리될 때 즈음 이름 없는 빗방울이지만 빗물 나름의 생각이 있다와 죽음에 대한 단상 그리고 바닥으로 향하는 어려움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힙한 할아버지보다는 성경 말씀처럼 들린다. 이래서 하루키를 찾는 사람이 많고, 나까지 그를 추종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나도 아버지를 만나러 가야겠다.


* 개인 구매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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