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서평] 독서모임을 통해 한 달간 읽는 책은 별도로 리뷰를 하고, 한 달에 대여섯 권 읽은 책도 가볍게 기록하기로 결심했다. 리뷰는 줄거리를 요약하고 생각을 쓰는 것으로 리뷰 작성 요령과 정의에 나와 있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가볍게 다루고 책을 만나고 책을 통해서 받은 느낌과 생각을 남기고 싶어 기록한다. 생각보다 독서가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에 가볍게 볼 수 있도록 1,000자로 분량을 정했다.
요즘 글과 함께 지내면서 이상한 일을 자주 접한다. 지금껏 살면서 비슷한 경험은 단 한번 있었다. 레바논 파병 때였는데, 그 결과 평생 반려자를 만나 십일 년 동안 행복하게 산다. 두 번째 기적 같은 일이 주변에서 계속 일어나는 이유는 내 생각이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휴일 오전 아내와 책방가는 길, 공원에 놓인 빨간 원형 표적을 보고 아내가 나에게 물었다. 국궁이라고 알려주며, 수양을 위해 많이 하는데, 한번 배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잠시 후 최인아 책방에 도착했다. 점심 때라 책방에는 손님 세 명 밖에 없었다. 책방은 조금 큰 서점 느낌이었고, 높은 천장에 벽장식 책장은 천장 끝까지 높게 뻗어있었다. 복층형으로 2층에서 책방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조였다.
다른 책방에서 눈에 들어왔던 파울루 코엘료의 소설 아처가 책 사이에서 살며시 다가왔다. 아직 연금술사와 순례자도 읽지도 못한 문외한이지만, 분량이 적고, 출간한 지 두 달도 안 됐으며, 명성이 자자한 작가라는 점에서 다른 책과 비교하다가 저절로 손이 갔다. 참 부끄럽다.
2층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책장을 넘긴다. 작가 소개를 보고 한 장 더 넘기자 궁도와 활, 화살에 대한 글과 그림이 쏟아진다. 조금 전 아내와 대화한 게 생각나 깜짝 놀라 건네주자 아내도 소름 끼친다는 말로 공감을 더해준다.
느리게 읽기로 소문난 내가 한 권을 다 읽는데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책은 프롤로그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어서 저자는 한때 궁술로 세상을 평정했던 진이라는 목공의 목소리를 빌려 함께하는 소년에게 궁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활과 화살이 무엇이며, 화살을 발시하고 목표를 주시하는 것까지 철저하게 표현을 절제하며 담백하게 건네준다. 궁술만 말하지만 마치 사부가 제자에게 삶의 진리를 가르치는 느낌이다. 영감과 직관 그리고 자아까지 복잡하게 생각했던 단어가 궁술을 통해 다가온다. 다 읽고 난 후에 삶의 정수가 내 머릿속에 새겨졌다. 당장 할 일이 떠올랐고 인터넷으로 연금술사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