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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Dec 02. 2021

할머니가 들려주는 할머니들 이야기

[한 달 동안 느리게 책 한 권 읽기] 밝은 밤_최은영

 한 달 동안 느리게 읽은 책 한 권을 다루기 위해서 그동안 끄적인 내용을 주워 담았다. 하나씩 모으다 보니 제법 글이 모였다. 습작을 하면서 최근 글자 수에 조금 신경 쓰는데, 양이 제법 되길래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밑줄 그은 문장과 중간에 끄적인 글을 모아서 확인했더니 무려 15,000자가 넘는다. 질보다 양뿐이지만, 그만큼 이번 작품은 머리를 울리고 가슴을 적시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보통은 매달 말일에 마무리하면서 서평을 새롭게 썼는데, 이번에는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 함께 걸어왔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중간에 차곡차곡 감정과 생각을 기록으로 남겼다. 걷는 중에 느낀 감정과 생각을 티끌만큼도 놓치고 싶지 않은 아쉬운 마음에 매주 글을 서평에 녹였다.

1. 첫째 주
 너의 작업실에서 진행하는 한 달간 책 한 권을 읽고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모임에 네 달 연속 참가했다. 세 달간 다양한 경험을 했고, 여러 작품 속 인물과 즐겁게 여행했으며, 그걸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과 글로 하나가 되었다. 함께한 책은 최은영 작가의 '밝은 달'이다. 소설 속 중앙에 위치한 인물은 얼마 전 남편 외도로 이혼한 삼십 대 전문직 여성이며, 이혼과 직업 탓에 동해 바닷가 한 도시로 이주하여 오랜 시간 못 보던 할머니를 만나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지연이 회령으로 간 사연과 최근 이혼을 했다는 것, 이혼을 한 사실을 유쾌하게 보지 않는 부모와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던 할머니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초반에 전개된다. 친한 작가 미니 정과 아내가 동시에 인상 깊은 부분을 '개새끼'로 말했는데, 솔직히 난 그 부분을 잘 이해 못 했다. 대신, 다른 많은 부분에 밑줄을 그었는데, 특히, 열일곱 증조모의 아픔을 들려주는 노래에서 시선이 한참 머물렀다.


 열일곱은 그런 나이가 아니다. 군인들에게 잡혀갈까 봐 두려워하며 잠들지 못하는 나이, 아침마다 옥수수를 삶아 한 광주리를 이고 팔러 다녀야 하는 나이, 죽음을 목전에 둔 엄마의 공포와 노여움과 외로움을 지켜봐야 하는 나이, 영영 자기 혼자 남겨질 것이라는 예감을 하는 나이, 백정이라는 표식 때문에 길을 지나갈 때면 언제나, 어김없이 조롱당하고 위협당하는 나이, 엄마를 버려야 하는 나이, 그렇지만 증조모의 열일곱은 그런 나이였다. (중략) 기래. 가라. 내레 다음 생에선 네 딸로 태어날 테니. 그때 만나자. 그때 다시 만나자. "얘야... 우린 그렇게 다시 만났던 거야" 할머니가 내게 말했다.


 밑줄 긋고 생각을 나누는 모임을 하면서 가장 큰 전율을 느꼈다. 소설 아몬드에서 할멈이 죽을 때도, 죽은 자의 집 청소에서 불쌍한 고양이나 사랑하는 영민 씨도, 소설 스토너 마지막 장면도, 이 정도로 크게 느끼진 못했다. 우리 모두의 아픈 역사와 할머니들의 개인사가 겹쳐졌고,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떠올랐다. 네가 내가 되고 내가 네가 되며 모든 게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았고, 증조모의 기구한 운명이 내 정수리부터 등을 타고 척추 가장 아랫까지 흘러내렸다. 심장이 요동쳤고 멈출 수 없는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같은 운율로 작가가 던지는 활자는 내 몸에 박혔다. 손이 떨리고 숨이 막혔다. 단 한 단락만이라도 작가와 비슷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미쳐 버리게 만들 수 있는 글, 다시 봐도 손이 떨리는 글을 쓰고 싶었다.


2. 둘째 주
 바쁘게 가야 할 곳이 있는데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을 놓치기 싫어서 글로 남긴다. 결국 최은영 작가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달 밝은 밤을 읽은 아내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나를 붙잡고 줄거리를 건네줬다. 엄청난 독서량을 가진 사람인데, 한 번도 내게 본인이 읽은 책에 대해서 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를 붙잡고 자꾸 들어 보라면서 회령이 어쩌고 개성이 어쩌고 주저리주저리 이해도 못하는 사람에게 계속 이야기했다. 결국 잘 듣지 않는다고 꾸지람 섞인 투정도 부렸다. 솔직히 별로 관심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정말 제대로 안 들었다.

 3장까지 읽고 나서 아내가 왜 그렇게 다른 모습으로 말을 했는지 이해했다. 당장 나도 주변에 누가 있었으면 똑같은 현상이 발생할 것 같다. 잠깐만 이야기를 들어줄래. 이런 이야기가 있어라고 말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그러다 보니 글로 남기고 있다.

 너무 몰입하다가 밑줄 긋는 부분을 많이 놓쳤다. 그래도 몇 군데 줄을 그었는데, 다른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할머니로부터 전해 듣는 진한 이야기에 빠져든다. 직접 듣는 것 같고, 뭔가에 홀린 듯 이야기에 끌려간다. 작가가 마법을 부리면서 점점 끌어당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렇게 말해주고 왜 그랬을까라고 궁금해하면 잠시 후에 내 궁금증을 풀어준다. 작가가 작품을 쓰는 동안 왜 힘들었는지 이해가 된다. 작가는 누군지도 모르는 독자를 끌고 다니기 위해서 글을 쓸 때 모든 혼을 다 쏟았다는 게 글에서 느껴진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이 아깝다. 다시 밝은 밤으로 들어가고 싶다.


3. 셋째 주
 6장을 읽기 전 이틀 정도 책을 읽지 않았다. 차분하게 앉아서 읽고 싶었는데, 그럴 여유가 없었다. 너의 작업실에서 읽으려다가 글을 쓰고 다른 책을 읽었다. 읽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그날따라 유독 많은 사람들이 너의 작업실에 있었는데, 마흔이 넘은 덩치 큰 남자가 혼자서 훌쩍 거리는 모습을 상상하니 끔찍하다. 감정에 솔직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걸 지켜보는 아내와 글방 친구들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혐오를 선물할 뻔했다.

 다행히 새벽에 혼자 책상 앞에 앉아서 천천히 읽었다. 처음에 할머니만 친구가 없는 게 아쉬웠다. 역시 작가는 나를 가지고 놀았다. 읽기 시작하자마자 할머니 동반자와 관련된 내용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어서 새비아저씨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너무 아팠다. 혼자 보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면서도 새비아저씨처럼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비아저씨는 목이 가늘고 긴 사람으로 선한 마음이 글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공지철 배우를 추천하고 싶다. 증조모(삼천)에게 보내는 편지 세 편에서 크게 무너졌다. 손이 떨려서 밑줄 그은 부분이 물결을 닮았다. 새비아줌마 편지가 가슴을 찢었다. 몸에 힘이 전부 빠졌고, 더 이상 글 쓸 힘이 없어졌다. 너부러진 상태에서 키보드를 꾸역꾸역 누르면서 감정을 남겼다.


4. 마지막 주 어느 날
 소설 밝은 밤에는 이야기 소재가 되는 사진 한 장이 있다. 주로 화자가 되는 할머니의 어머니(삼천)와 새비아주머니(새비)가 두 손을 곱게 포개고 찍은 옛 사진이다. 그림을 잘 그린다면 직접 그려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머릿속에 잘 기억했다. 그림 연습을 통해서 꼭 그려보고 싶은 장면이다. 이 사진을 찍은 날 삼천과 새비 그리고 영옥(할머니)이 희령 바닷가에서 웃고 떠들면서 놀던 모습이 소설에서 가장 아름답게 그려졌다. 때마침 함께 글 모임 사람들이 워크숍을 다녀왔는데, 비슷한 모습이 겹쳐지면서 즐거운 상상을 했고,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몇 번을 다시 읽었다.

사진관에서 나온 그들은 거북이 해변으로 걸어갔다. 더운 날이었지만 바다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새비 아주머니는 모래사장에 풀썩 주저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다가 고무신과 버선을 벗고 치맛자락을 무릎까지 올린 뒤에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큰 파도가 밀려와 종아리까지 물이 닿자 새비 아주머니가 새된 소리를 지르며 큰 소리로 웃었다. 새비 아주머니는 조금 더 깊은 곳까지 걸어갔다 파도가 들이치면 아이처럼 소리를 지르면서 모래사장으로 달려 나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할머니와 증조모와 엄마에게 손을 흔들면서 오래도록 바다에서 놀았다. '새비 아주머니는 그날 바다에서 놀았다.' 할머니는 그날의 일을 이 한 문장으로 기억했다. 할머니는 검은 고무공을 새비 아주머니에게 던졌다. 새비 아주머니는 발 앞에 떨어진 고무공을 주어 증조모에게 던졌다. 증조모가 뒷걸음질 쳐서 공을 받고 그 공을 할머니에게 던졌다. 할머니는 다시 새비 아주머니에게 공을 던졌다. 그렇게 세 여자가 모래사장에서 공을 주고받았다. 공을 받기 위해 허둥지둥하는 서로의 어설픈 모습에 모두가 깔깔대며 웃었다.


* BGM  : I don't want to miss a thing / Aerosmith

 동해 한 바닷가에서는 솔이와 수정이 공을 들고 먼저 뛰어간다. 콩과 꿀이 앞선 둘을 한번 잡아 보겠다며 어금니를 꽉 깨물고 쫓는다. 탱과 마리는 차가운 바닷물에 맨발을 담그고 뒤돌아 서서 뛰어가는 네 명을 보며 까르르 웃는다. 토끼와 은선은 바닷가 벤치에 앉아 열띤 토론을 하는데, 주제는 심오하지만 뭔지 모르겠다. 한참 집중하는데, 뒤늦게 오늑이 옆에 앉아 한수 지도를 한다. 그렇게 토론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어디서 불쑥 나타난 미니 정이 툭 한마디 던지자 모두 고개를 젖히며 박장대소한다. 도저히 이 사람은 이길 수 없다며 다 같이 웃고 떠든다. 옆에서 현정이 배시시 웃고, 슬 차장은 그 모습을 놓치기 싫어 뷰파인더에 담는다. 뒤늦게 합류한 친구들은 먼저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어디로 합류해야 할지 고민한다. 우선, 토론장은 피하자며 모두 바닷가로 신나게 뛰어간다.

5. 마지막 날
 책을 느리게 읽었다. 평소보다도 훨씬 느리게 읽었다. 독서와 글쓰기가 생활이 되면서 이상한 버릇 하나가 생겼는데, 마음이 와닿는 글을 접하면 아끼려고 미룬다. 모든 게 정리되고 편안한 상태에서 글을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에 차일피일이다. 하지만, 미루는 동안 다른 글을 본다. 그렇기 때문에 미룬다는 표현을 할 수 있다. 소설 밝은 밤이 그랬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여러 번 책을 뒤편에 놓고 미루고 미뤘다.


 약속한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책 절반 가까이 남았다. 평소 앉은자리에서 백여 장 이상 넘기지 못하는데, 저녁 늦은 시간 사무실에 앉아서 세 시간가량 밑줄을 그어가며 완독 했다. 다 읽고 나니까 아쉬웠다. 소설이 끝나서 아쉽고, 마감일에 다 읽어야 하는 상황조차 너무 아쉬웠다. 얼마 전 완독 한 박연준 시인의 쓰는 기분도 두 달 반 걸려서 천천히 읽었는데, 비슷한 기분으로 마무리했다. 좋은 책은 나를 게으르게 만든다.



 소설 밝은 밤 마지막 부분에서 작가의 말이 계속 귀에 맴돈다. '내 역할은 작가의 말을 쓰는 지금 여기까진 것 같다. 책은 책의 운명을 살 것이다.' 백여 년 동안 쉼 없이 달려왔던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작가의 마지막 말로 마무리되었다. 소설의 끄트머리는 지연과 할머니의 따뜻한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책의 마지막 장에는 작가의 마지막 말이 새겨있다. 책 자체가 소설이 된 느낌을 받았다. 작가의 마지막 말이 묘하게 소설을 감싼다. 아직 많은 소설을 접한 게 아니지만 이야기와 책이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얻었다. 책의 표지와 닫는 말을 통해서 독자에게 생각을 주는 멋진 경험을 했다.

 책을 읽는 동안 감정이 요동쳤다. 대화와 행동에서 전해주는 이야기 외에도 꿈과 편지가 건네주는 소중한 감정까지 느낄 수 있었다. 밑줄을 너무 많이 그었고 그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남겼다. 훗날 다시 보면서 글을 통해 얻은 소중한 기억을 되새기고 싶다.

 마지막으로 소설을 통해서 내게 다가온 단어를 생각해 봤다. 차별, 할머니, 새비, 반성, 전쟁, 반려 생물 그리고 밝은 밤 바닷가였다. 신분과 성별에 대한 아픔, 그 모든 것을 겪으며 살아내는 할머니들의 삶, 소중한 사람과 반성을 해야 하는 사람, 고통의 시간과 삶을 다시 살아내게 하는 반려 생물 그리고 행복한 밝은 밤 바닷가로 추억을 담는다. 추억상자는 어느 해 가을이 될 때 어둑한 바닷가에서 밝은 달에 비친 파도를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다시 만나고 싶다. 작가는 할머니가 없는 나에게 할머니가 들려주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소중하게 건네줬다. 하지만, 아쉽다. 모든 것이.


* 개인 구매 도서, 직접 촬영



* 밑줄 그은 문장에 대해서 감정 크기는 느낌표로 표현하고 생각은 콜론 뒤에 남겼다. 책을 읽고 나면 함께하기 좋을 것 같다.


! 14p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 마음을 다지는 방법을 참 편안하게 표현했다. 가끔 지저분해진 그릇을 닦다가 깨끗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슬픔과 아픔에서 위안이 될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 20p 그런데 내려왔네요. 여기

: 손녀와 닮은 사람을 보고 스쳐 지나가면서 인사를 하던 사이였고, 우연히 하루는 대면할 수 있었는데, 가능성은 낮지만 확인하고 싶었던 할머니 마음과 아무것도 모르면서 할머니로부터 자신과 엄마의 이름을 듣고 위트 있는 말을 건네는 지연의 매력이 돋보인다.


! 36p 그때, 이상하게 그는 그 순간을 이전에도 경험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문장을 앞에서 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기시감에 대한 표현을 증조할아버지 입장에서 나타냈다. 묘한 상황이 연결되면서 소설에 깊숙하게 들어가기 시작했다

!! 37p 철길 아래로 내려가면서 그에게 내려오라고 손짓하는 그녀를 보며 그는 그 순간이 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한 직감이었다
: 직감이라는 표현은 약하다.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다가서야 한다. 그 기분을 누구나 경험한다. 놓치는지 잡는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다행히 난 잡았다. 그 찰나를

!! 37p 만나기로 한 지점을 착각했나 싶어서 철로를 따라 이리저리로 걸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 간절함이 느껴지고, 사랑이 시작될 때 아쉬운 순간이 잘 그려진다. 이어지면 행복이고 끊어지면 인연이 아니다.

!! 42p 그녀는 살고 싶었다. 걷고 싶으면 걷고, 노래 부르고 싶으면 노래 부르고, 웃고 싶으면 웃고, 울고 싶으면 펑펑 울고 싶었다. 백정의 표식 따위는 집어던져버리고 세상을 보고 싶었다.
: 아무것도 아닌 것을 할 수 없는 사람의 평범함을 추구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우리는 너무 행복한 삶을 산다. 백 년도 안된 과거에 우리 땅에서는 생각도 하지 못할 만큼 잔인한 세상이 있었다. 그중에 우리 증조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실 수도 있다.

! 45p 증조모가 증조부 앞에서 눈물을 보인 건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 단호함이 보인다. 아픔을 눈물로 표현하지 않아도 더 아프게 발현될 수 있다, '결코 울지 않았다' 한 문장으로 더 큰 슬픔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처럼.


! 52p "그 사진, 제 핸드폰으로 찍어가도 돼요?"

: 누구나 같은 마음 아닐까? 혈연에 대한 궁금증과 측은함은 감추려고 해도 드러날 수밖에 없다. 감추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할머니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따뜻함이 느껴진다.


!! 54p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든 빠르게 포기하고 체념하는 게 사는 법이라고 가르쳤다.

: 너무 아픈 말이다. 살아온 경험에서 나온 최선책을 체념으로 익혔다. 그걸 자식에게 가르치는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난 모른다. 부모가 되고 나서 자녀에게 가르치는 부분이 유독 가슴을 쓸어내린다.


!!! 55p 그래. 그런 일이 있다. 그건 항상 그랬던 일이다.

: 시처럼 들린다. 최은영 작가의 시를 듣고 있으면 눈물만 나오고 몰입된다. 혼이 쏙 빠진다는 표현밖에 못하겠다. '그런 일이 있다' 반복으로 가슴이 찢어지는데, '그건 항상 그랬던 일이다'에서 정말 무너졌다.


!! 60p 그렇게 침묵 속에서 밥을 먹으며 그녀는 처음으로 체념이라는 걸 배웠다.

: 그렇게 살아야 했는 이유를 듣고 싶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우리가 일본을 욕하고 남자를 욕하고 인간을 욕하고 모두를 욕한다고 한들 그렇게 힘들게 살았던 우리 어머니, 할머니가 계셨다. 보답을 받지도 못하고 돌아가신 많은 분들이 너무 힘든 삶을 살았다. 아내, 우리 딸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 비슷한 상황도 만들지 않게 할 거다.


!! 61p 떠나고 싶은 충동. 그는 그가 누릴 수 있는 인생을 그녀가 빼앗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 궁금했다. 역에서 옥수수를 먹으며 일본군으로부터 지켜주려던 사람은 어디를 갔는지.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궁금했다. 내가 그런 부분을 놓쳤는지 너무 궁금했다. 작가는 나를 궁금증에 빠지게 한 다음. 이 답을 건네줬다. 왜 철길이 끝나는 부분을 바로 알려주지 않을 정도로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 애절했던 사람이 변했는지, 그러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사람은 변한다는 게.


!!! 62p 처음부터 양민이었던 것처럼 굴었다. 백정인 주제에 말이다 ->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는 아내를 그렇게 바라봤다. -> 그런 일로 노여워했다는 걸 인정하려 하지는 않았지만,

: 처음 문장을 보고 안타까웠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했는데, 다음 문장에서 생각대로 문장이 나왔다. 담담하게 읽었다. 다음 문장에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했는데, 다음 문장에서도 내 생각대로 활자가 적혀있었다. 순간 소름이 돋았고, 작가에게 조종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내 감정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섬뜻했다. 글로 누군가 감정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게 가능한 이야기 인지 태어나서 처음 느꼈다. 정말 한걸음 한걸음 글 속으로 들어가는 내가 느껴진다. 이제는 글 밖으로 못 나갈 것만 같다.


!!! 63p  지금 자기를 보며 미소 짓는 저 얼굴이 자신을 거부하는 차가운 표정으로 변할 미래가 보여서였다.

: 행복한 순간에도 불행한 미래를 생각하는 슬픈 현실. 과거로부터 오는 아픈 학습으로 발생했다. 누구의 잘못인가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다. 조금 더 헤아릴 수 있는 사람들이 돌아봐야 한다. 이런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도록 옆에서 잘 지켜줘야 한다. 인간은 그렇게 서로 도와가며 살아야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 살 수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보살펴주고 누군가를 보살피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 65p 언젠가부터 증조모는 마음속으로 고조모와 이야기를 했다. 혼자 집에 있을 때는 소리 내어 고조모에게 말했다. 너무 외로워서 누구라도 붙잡고 이야기하고 싶던 때였다.

: 어머니와 이야기하는 모습이 애잔하다. 외롭고 힘든 상황이 되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보다 그리웠던 사람과 혼자 이야기하는 게 좋을 때가 있다. 쓸쓸해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게 큰 힘이 된다.


! p72 "그런 게 아니야. 네가 자꾸 나한테 뭘 해주면, 내가 되돌려 줄 게 없어서 문제가 생겨"

: 호의를 받는 것조차 어려워한다. 선한 마음은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답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면 그 상황이 가슴 아플 때도 있다.


! p74 그녀는 아이가 작은 몸과 마음으로 눈치를 살피느라 마음껏 울어보지도 못하는 게 아닐지 근심했다.

: 사실이 아니다. 자신의 눈에 비쳐 반영된 아이의 모습이다. 웅크리고 있는 증조모도 증조모 눈에 비친 할머니도 어렵게 살수 밖에 없는 아픈 현실이다.


! p82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일, 이 세상에 머물다 사라진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기억되고 싶을까.

: 어떻게 기억되어야 하는가가 아니고 기억 자체에 의문을 가졌다. 매번 소중하거나 그리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머물다 사라진 존재를 기억하는 것 자체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꼭 기억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멈췄다. 슬프지만.


!! p97 그렇지만 그는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있었다.

: 아픈 역사다. 그런데 쉽게 입에 담을 수 없다. 그들은 피해자이면서 전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원자폭탄에 녹아버린 사람들이 전부 전범은 아니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이터널스에도 비슷한 상황이 나온다. 인류의 과학기술 발달로 무너진 세상을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안타깝다. 새비 아저씨의 안위가 계속 걱정됐는데, 한 문장으로 가슴이 잠시 무너졌다. 그나마 다행이다.  


!! p99 할머니는 아이처럼 감탄하면서 접안렌즈에서 오래도록 시선을 떼지 못했다

: 할머니도 아이였다. 사랑하고 싶은 아빠가 있었고 사랑받고 싶은 아빠가 있었다. 아이였을 때 사랑을 받았는지 사랑했는지 오래전 이야기라 담지 못한다. 하지만, 아이처럼 목성의 흐린 줄무늬를 보면서 감탄하고 좋아한다. 시선을 떼지도 못하고 그 순간을 흐뭇해한다. 할머니가 아빠와 함께 별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는 순간을 경험했다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 103p 그렇게 혼자 살면서 나이 들어가고, 나의 원가족 모두가 세상에서 사라지고 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 얽히고설킨 게 많아서 힘든 세상이라고 말하는 나를 돌아봤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면, 내가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 111p 진짜 천함은 인간을 그런 식으로 천하다고 말하는 바로 그 입에 있다고 했다.

: 정답이다.


!! 111p 목도 길구

: 뜬금없지만 영화가 된다면, 배우 공지철이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역이 너무 짧은 게 문제다. 외모에서 떠오른 건 사실이지만 많은 부분에서 배우와 소설 인물이 매칭 되었다. 작가들은 이런 식으로 캐스팅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 117p 밤에 잠이 잘 안 올 때가 있었어. 그때 매일 이 편지들을 꺼내 읽었는데.

: 떠오른 문장이 있다. '보물상자처럼 예쁜 편지함에 잘 보관하다가 그리울 때마다 꺼내서 읽고 싶은 편지 같은 글을 쓰고 싶다'


!!! 120p 고저 하루라도, 아니 한 시간이라도, 십 분이라도 희자 아바이를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안아보는 거, 내 기걸 원했을 것 같아.  ~~ 그런데 삼천아 봐봐라, 한 시간, 한 순간에 비한다면 이 몇 년은 참으로 긴 시간 아니갔어. ~~ 희자 아바이가 어떤 모습이 어두 내 겨에 있잖아.

: 지금을 감사하는 마음이 이보다 잘 표현할 수 있는 글이 있을지 모르겠다. 비교할 수 없지만 죽었다면 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을지 그거에 비해 몇 년을 함께 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건지 깨달았다. 소설 덕분에.


!! 121p 그 편지를 받아 읽었을 증조할머니의 마음도 내 안에서 살아났다.

: 생김새도 목소리도 전혀 모르는데, 이상하게 새비아주머니가 말하는 것 같았다. 지연이가 읽는다는 생각도 못했다. 정말 몰입했던 것 같다.


!!! 123p 그렇게 죽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희자 아바이가 말했어. 조선 사람이고 일본 사람이고 중국 사람이고 간에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사람은 세상천지 어디에도 없다고, 사람이 저지른 일이야.

: 97p에서 비슷하게 생각했다. 새비아저씨가 대신 이야기해준다. 일본, 중국, 한국이 중요한 게 아니다. 양민, 천민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남자, 여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종교도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 동물, 생물이 중요한 게 아니다. 가르지 말자. 구분하지 말자. 차별하지 말자. 소설에서 전해주는 가장 큰 울림일 것 같다.


!! 124p 천주님, 그때 무하고 계셨어. 어린아이들, 죄 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찢겨 죽어가는 동안 뭐하고 계셨더랬어 ~~ 누군가에게 그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처음 봤는데, 그게 천주님이라니

: 충분히 공감한다. 같은 상황이었으면 나도 믿음을 버렸을 것 같고 신을 원망했을 것 같다. 부질없지만.


!! 125p 희자 아바이 기억하갔이오. 기래 대답했지. 그게 내가 희자 아바이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인 것만 같아서. 삼천아, 내 너한테 허풍을 떨었다. 희자 아버지가 곁에 있는 시간이 짧아도 괜찮다고 했지.

: 삼천이가 기억하고 새비아주머니만 기억해야 할 일이 아니다. 모두가 아파하고 기억해야 할 일이다.


!! 126p 난 이제 아저씨 생각을 하면 그냥 웃음이나

: 어쩌면 할머니의 가장 좋은 친구는 새비아저씨일 수도 있다. 존재하지 않지만.


!! 127p 서럽다는 기 무슨 말이간. 슬프믄 슬프구 화가나믄 화가 나지, 서럽다는 기 뭐야. 나 기 말 싫구만. 너레 화가 나믄 화가 난다구 말을 하라요. 나한테 기런 말두 못하믄 내가 너이 동문가.

: 좋은 벗이다. 화를 내고 받아줄 수 있는 존재만큼 좋은 친구는 없다. 감정에 솔직해 지자.


!! 127p 내레 추울 때 가믄 땅이 얼어 심이 들 테니 조금만 더 버텨보갔어. 기껏 걸 농이라고 하던 희자 아바이가 마음 놓았을까.

: 북한이탈주민을 자주 만났다. 대부분 유머가 있다. 힘들게 살았고 어려운 역경을 겪은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말에는 뼈 있는 농이 스며든다. 가슴이 저리지만 분명 농이다.


! 128p 달을 보는데 그 둥근달이 하늘로 가는 문처럼 보였다. 저 문을 열고 들어갔겠지

: 가벼운 표현이 시로 들린다.


!! 129p 돌담 아래에서 비 아저씨를 부르며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그리움을 묻어야 했을 열두 살 영욕의 모습이 이 얼굴 어딘가에 숨어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 할머니의 그림움이 지연에게 전해졌다. 새비아저씨를 잘 보내줬지만 그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 130p 나는 그들과 같은 인간이다.

: 나도 너도 인간이다. 슬프지만 어쩌겠는가 그런 존재인 것을 조금 더 옳게 살아야지


!! 137p 우리는 더 이상 끝까지 싸울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정말 끝이 날까 봐 끝까지 싸울 수 없는 사이가.

: 너무 많은 것을 알기에 유리 같은 마음을 깨트리면 다시는 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알기에 싸울 수 없는 현실이다. 아픈 표현이지만 상당히 현실적이다.


! 138p 정말 친한 손녀였대도 이런 식으로 예의를 차렸을까 싶은 마음이 컸다.

: 엄마와 딸 사이에서 미묘한 감정이 할머니와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할머니와 엄마는 연을 끊었어도 모녀가 맞다.


!! 139p 피곤했지만 이런 여름밤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 드디어 밝은 밤이 나오는 것 같아서 큰 기대를 했다. 밝은 밤이 되면 좋겠다. 새비가족과 지연이 할머니들의 이야기 모두가 행복하길 바란다.


! 140p  파도치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 차분하게 장면이 연상되는 글이다. 앞 뒤 글도 좋았지만, 파도치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리는 기운이 내게도 전해졌다. 나만 좋아했을 문장이다.


!! 141p 감정 없는 사람을 연기하며 나무처럼 서 있었다. 더운 날이었지만 식은땀이 흐르고 추었다. 차라리 빨리 끝나기를. 한 번에 죽기를, 한순간에 끝나기를 바라면서 할머니는 손바닥에 피가 날 때까지 손톱으로 찔러댔다. 그렇게라도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영화를 통해서 한두 번 보면서 인상을 짖푸렸다. 글을 통해서 더 차갑고 무섭게 느껴진다. 시베리아에 추운 고목나무가 떠오르면서 뻣뻣하게 서서 모든 고통을 흡수하는 영옥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죽어간 사람들도 불쌍하지만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의 고통은 어쩌면 더 클 수도 있다. 그 장면이 평생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 141p 첫 번째 영옥이도 그때 죽었고, 다시 태어난 영옥이는 그전의 영옥이와는 다른 형편없는 사람이 되었다고 했다.

: 심장이 멈추고 육체 찢겨서 사라지는 것만 죽는 게 아니다. 큰 충격으로 마음이 죽으면 육체가 죽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일 수 있다. 어차피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이지만 마음이 죽는다는 생각을 하자 끔찍했다. 그렇게 미친 사람이 많다.


!! 145p 돌아보니 희자가 큰 돌을 간장 장독대에 던진 것이었다.

: 희자의 담대함이 느껴졌고, 조금 통쾌했다.


!! 152p 나는 희자가 높은 하늘에 연을 띄우듯이. 기억이라는 바람으로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을 마음에 띄워 올리곤 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바람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일이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으리라고 짐작하면서.

: 잊고 싶은 기억을 연에 띄워서 버린다는 것으로 이해했는데,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잘 모르겠다. 희자가 새비에서 말을 안 하는 게, 개성에서 있던 말만 하는 게 너무 아팠는데, 연에 띄워 보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156p 고통 안에서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았다

: 현실을 고스란히 옮겨주는데 슬픔 상황이지만 표현이 좋다. 자주 쓰고 싶은 문장이다.

 

! 159p 예의 바르고 말을 가려하고 자신의 사적인 부분을 잘 얘기하지 않는 그녀가 내게 틈을 보인 순간이었다.

: 끔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다. 평소 거리를 두는 사람이 가벼운 말을 하게 되면, 유독 기분이 좋다. 관계도 상대적인 것 같다. 생각하고 상대적으로 대하면 무섭지만 몸에 베인 사람은 그게 매력이다. 따라 할 수가 없다.


! 167p  우리는 이런 아름다움을 보고 느낄 자격이 없는 존재들이라고. 짐승만도 못한 존재들, 천한 존재들,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존재들이라고.

: 잠시 잊고 있었다. 할머니도 백정의 자식이라면서 비슷한 처지를 경험했었다. 상황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자 다 잊게 된다. 나를 아프게 했던 사람의 모습으로 내가 되어있을 수도 있다. 슬프지만 그게 인간인가 보다.


!! 168p  세상에는 끝나는 것들만 있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너를 보니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겠더라." ~~ 끝나는 것들만 생각하지 마.

: 지난달 죽음에 대한 생각에 오래 잠겨있었다. 단초가 보인다. 끝나는 것들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죽음에 대한 슬픔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아픔에 머무르지 않을 수 있는 활로를 찾은 것 같다. 아직 미미하지만.


!!! 170~171p 전체

: 좋은 문장으로만 가득 차 있다. 다만, 내용이 너무 슬퍼서 다시 읽기 겁이 난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 놓으면 읽는 사람의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유독, 시선이 멈춘 부분은 '엄마의 고통 앞에서 나의 진실은 가치가 없었다. 어떤 경우에도 엄마의 불행에 나의 불행을 견줄 수 없었다'이다. 알고 싶지도 않고 다시 읽기도 싫다.


!! p174 "지연 씨 사정은 나도 들어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사적 영역의 감정이 공적 영역에까지 영향을 줘선 안 되는 거잖아요."

: 얼마 전 글 모임에 쿨한 분 한분이 내 대신 댓글에 시원하게 욕을 한번 써준 적이 있다. 그 통쾌함에 내 생각도 조금 바뀌었다. 욕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랄 옆차기 하고 있네"


! p179 두려움이란 신기한 감정이었다. 사라지는 순간 가장 강렬하게 느껴지니까

: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 p186 그 말을 하는 명숙 할머니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어렸다

: 좋은 사람은 결국 드러난다.


10장 ~ 16장까지는 생략(밑줄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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