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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Feb 02. 2022

초등학생이 다이어트 전쟁에서 살아남는 법

건강한 삶을 위해 체중관리는 필수이다. 최근 이 년 동안 집중 관리한 체중 조절이 실패로 끝날 듯 한 상황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존재가 나타났다.


지금껏, 매일 여섯 시에 오 킬로미터 달리기 증명사진을 보내는 젬마(아내)가 가장 큰 자극제였는데, 지난주부터 휘영청 달 밝은 밤에 체조하는 아가페(큰딸)와 졸졸졸 따라다니는 스텔라(막내) 새롭게 등장했다.



천성이 게으르고 나태하다 보니 주로 침대에 누워서 생활했다. 그나마 미라클 모닝과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책상 앞에 앉는 시간이 늘었고 자연스럽게 침대와 멀어졌다. 덕분에 침대는 아이들 키즈파크가 되었다.


하지만, 최근 바쁜 업무과 글태기로 인해서 책상에 앉는 시간이 줄어들자 BMI와 체중은 반비례 곡선을 따르며, 아이들 키즈파크 영업시간도 단축되었다.



요요란 단어가 내 이마에 각인되는 촉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아이 발달 계산 값이 키 95%, 몸무게 95%를 유지하던 아가페가 갑자기 체중 관리를 선언했다. 부모가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긴 했지만, 다른 외부적인 요인에서 자극받은 것 같았다.


하지만, 촉발 요인을 찾아 딸을 달래기보다 절호의 기회를 포착한 St. 젬마는 즉각 확인 사살에 들어간다. 체중 증가는 성조숙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으며, 초경이 빨라지면 신장 발육도 멈출 수 있다면서 우리가 잘 모르는 의학 전문용어를 던진다. 딸에 대한 따듯한 엄마 마음일 텐데, 벌써부터 자기 어깨 높이까지 올라온 아가페를 견제하는 기분도 든다.


몸에 비해 마음이 작은 아가페는 당장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돌입한다며, 유튜브에 '아이 다이어트', '초등학생 살 빼기' 등을 검색하더니 반가운 땅꼬 부부를 찾아서 사도 바울에게 함께 하자며 귀찮게 졸라댄다.



이런 상황에서 바오로(Paul)는 과감하게 덕수(德秀)로 변신한다. 가난했던 시절 집까지 선물했던 아버지 매형의 첫째 아들 St. 프란치스코 신부께서는 명백한 개종이라며 비난할 게 뻔하다. 가끔 유병언이나 오대양 사건이 생각날 정도로 냉담을 탄압하는 일촌 마리아 막달레나와 요셉 그리고 하나뿐인 이촌 안나도 합세할 것이다. 하지만 굴하지 않는다. 나는 정식 수계를 통해 법명을 받았기 때문에 언제든 필요에 의해서 기회주의적으로 잠시 속세를 벗어날 수 있다.


더군다나 멋진 나이키 트레이닝복을 입고 갤럭시 버즈를 귀에 장착한 다음 오클리 고글에 암밴드까지 착용한 상태에서 주변만 의식하며 오 킬로미터를 뛴다면 모를까, 난닝구(running shirts)에 무릎 나온 츄리닝(training服)을 걸치고 눌린 머리로 이상한 나라 춤 동작을 함께하여 층간 소음을 걱정하며 코시국에 비말을 뿜어대는 쿵쾅이와 공범이 되고 싶지 않았다.


차리리 그동안 잘 지냈던 땅꼬 부부를 배신하며 짧은 군 생활 동안 잠시 배운 유격 교관 임무 수행을 자처했다. 이래 봬도 특전사 출신이다.


"1번 교육생 두 발 모으고, 땅 집고 하늘에 별 따기 준비! 예비 동작하지 않습니다!"


"이 야호~~ 1번 교육생 준비 끝!"


시작 구령과 함께 흥이 오른 아가페는 각종 유격 체조를 즐긴다. 침대에 누워서 첫 구령만 넣어주면 후렴 구령까지 신나서 따라 한다. 한번 시작하면 제법 하는데, 이십 분 정도 각종 동작을 연마한다.


다만, 9번 쪼그려 앉아 뛰며 돌기는 오리가 제자리 돌기, 푸시 업 앤 스탠드와 동일한 4번 쪼그려 뻗치기는 땅 집고 하늘에 별따기, 공포의 8번 온몸 비틀기는 사랑의 트위스트로 개명하여 흥을 한껏 끌어올린다.


중간에 나타난 스텔라는 별사탕처럼 끼어들어 감칠맛을 더하는데, 몇 개 동작을 따라 하다가 힘들다고 짜증 내며 결국 언니한테 시비를 걸어서 싸움이 난다. 연속 일주일째 숙달하면서 십 분에 한 번씩 체중계에 올라가는 아가페를 보면서 귀찮지만 뿌듯한 마음이 거울 속 내 얼굴 미소로 드러난다.



사실, 체중관리 핵심은 운동보다 식단 조절이다. 하지만, 우리 집에는 식단 조절에 치명적인 위해요소가 존재한다. 젬마의 전문 의학용어 투척 술도 쉽게 통하지 않는 청정심과 무심이 주방거실을 장악하기 때문이다. 


삼십 년 전 개종한 청정심은 육십 년 이상 잘 먹어야 큰다라는 대쪽 같은 신념을 바탕으로 고봉 쌀밥과 남도 진미에 각종 과일과 애피타이저 및 디저트까지 준비하며 주방을 장악했고, 각종 전문지식을 섭렵하며 최근 주식 박사학위를 준비 중인 무심은 다른 모든 분야에 무심하지만 아가페와 스텔라 애교에 일초만에 쓰러지면서 일용할 양식을 훔쳐다 줄 기세로 거실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젬마는 아가페를 세워놓고 청정심과 무심이 들리게끔 다시 한번 강조한다. 성조숙증이란 어떤 것인지 찬찬히 설명해서 아무 생각 는 덕수 바울도 완벽하게 외울 정도가 되었다. 부단한 젬마 노력이 청정심과 무심에게 조금은 스며들었는지 식단관리에 함께하기로 했다.


이렇게 여섯 가족이 함께하는 초등학생 다이어트 전쟁은 발발 일주일이 지나간다. 작심삼일은 넘겼고 연휴도 극복했다. 가족 모두가 동참하기 때문에 충분한 동력을 받았다.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결과가 궁금한 방학 한량 아가페는 두 시간에 한 번씩 체중을 확인하고 전화로 계속 알려주기 때문에 일에 집중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알람처럼 울리는 휴대전화 액정 속 '세영♡♡' 덕분에 내 마음만 포동포동 살을 찌운다.


* 세영 2,900일 세이 1,4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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