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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Jan 25. 2022

아이들에게 가구 사용법 제대로 가르치기

어쩌면 내가 배울 지도

1. 책상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책상 앞에 앉는 시간을 늘려야 한단다


아빠도 조금은 훌륭해지고 싶어서

육 개월 전에 처음 책상을 샀어


더 이상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만지면서

유튜브를 보거나 잠만 자고 싶지 않았거든


책상을 사니까 의자에 앉아서

책도 읽고 글도 쓰게 되더라


그런 연유에서 너희들에게도

책상을 사준 거란다


그런데...


아니, 도대체 내 책상에서 뭐 하는 거니?





2. 침대

침대는 잠을 자기 위해 샀단다
누워 있기에 참 편안한 가구이지

통상 침대 머리부터 발을 쭉 뻗고 눕는단다
천장을 보면서 눕거나
베개에 얼굴을 폭 박고 엎드리면 참 편안하지

거꾸로 누워도 괜찮단다
가끔은 가로세로로 방향을 바꿔가면서
마음대로 뒹굴어도 좋아

아! 살짝궁 뛰어도 된단다
너희들은 아이니까 그렇게 자라야지

그런데.,.


아니, 도대체 내 침대에서 뭐 하는 거니?





3. 거울


누군가를 밟아야

내가 올라갈 수 있는 곳


경쟁 사회라서

이기지 못하면 지는 곳


우리 어른들은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

세상에 버려졌단다


그러다 보니 거울을 보면서

가끔 울거나 억지로 웃는단다


아니면 내 슬프고 우울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 오랜 시간 화장을 하지


거울은 우리 겉과 속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소중한 물건이거든


그런데...


아니, 도대체 거울 앞에서 뭐 하는 거니?



그래. 누군가를 이기거나 지는 게

뭐가 중요하겠어


이기지도 못하고 질 수도 없는 상황에도

웃고 좋아하는 너희들 세상이 마냥 부럽다


그냥 나도 너희들 따라서

거울에 대고 가위바위보나 해야겠다


어쩌면 가구는

어른들보다 너희들이 더 잘 사용할지도 모르겠다.




덧+) 의자 & 식탁


식탁이나 책상 방향으로 제대로 의자에 앉아라!!


식탁에서 발 내리고 침대 가서 자라!!


* '그런데'를 자주 쓰는 둘째와 '아니'란 단어가 말에 스며든 첫째 그리고 두 딸과 함께 자라는 아내 덕분에 제가 글을 쓰는 목적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합니다.


https://brunch.co.kr/@i0234/1


* 많은 공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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