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남세아 Jan 11. 2022

연필 열 두 자루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마음속 연필 한 타(다스)를 책상에 올려놓고,
한 자루씩 꺼내면서 소중한 의미를 하나하나 새깁니다.


하나

흔하고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이 말만큼 제 마음을 적확하게 표현할 문장은 없습니다.
"세상에서 단 하나만 선택한다면 단언컨대 당신입니다."




딸 둘이 우리 앞에 나타난 지 오 년이 지나가네요.
딸들에게 모두 양보해도 당신 만은 넘겨줄 수 없습니다.
들도 이 모습을 보고 커서 아름다운 사랑을 하겠죠?




셋이서 시끌벅적 노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입가는 미소를 머금고 눈가는 촉촉해집니다.
눈물 날 정도로 행복하기 때문이죠.




넷이서 함께 살다 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갑니다.
어느새 아이들이 훌쩍 자라서 우리를 떠날 때 즈음
둘만 남아도 계속 행복할 수 있겠죠? 더 좋으려나.


다섯

다섯 살 막내 영악함과 귀여움으로 매일 행복합니다.
세상에 태어나게 열 달이나 고생한 당신, 고마워요.
저는 쉽고 좋은 것만 취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요.


여섯

여섯 식구가 함께 살면서 좋은 점도 많지만,
미묘한 관계 중심에서 중재하고 리드하는 당신께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며 산답니다.


일곱

아직 쓰러진 적은 없지만, 우리에게 힘든 일이 닥치면
일곱 번 넘어져도 훌훌 털며 일어날 것을 확신합니다.
아직 일곱 번이나 남았으니 전혀 걱정 없답니다.


여덟

여덟이라는 글자로 표현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심각하게 고민하당신께 하고 싶은 말이 떠오릅니다.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아홉

벌써 착한 큰 딸이 아홉 살이 되었네요.
당신과 걷는 딸을 뒤에서 보니 벌써 어깨를 넘어서네요.
일과 육아를 함께하며 키운 노고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갈 리 없다는 심정으로 다가갔는데,
한 번에 넘어와줘서 수고를 덜었어요.
운명처럼 다가와준 당신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열하나

열한 번이 지나도록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늦게나마 소중한 날임을 다시 떠올렸기 때문에
앞으로 한 해도 안 놓치고 더 많은 추억을 쌓아볼까요?


열둘

우리가 만나 사랑을 맹세했던 2010년 그날부터
정확하게 열두 해가 지나는 오늘까지
아름답고 건강하게 제 옆에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표지) 몇 달 전 아내와 다녀온 연필 전문점에서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덧+) 아내가 유쾌하지 않은 일이 있어서 어제 인스타에 올린 글을 퇴고하여 브런치에도 발행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